“배 띄우면 적자” “출항 자체가 도박”…1000만 어민 울리는 ‘삼중고’는
기후변화 영향에 남획까지 겹쳐 어족자원도 줄어
남중국해 분쟁도 조업 위협요소…中 보조금 공세에 밀리기도
![필리핀 어부들이 강변 주유소에서 연료를 구매하고 있다. [게티이미지]](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25/ned/20260525170159075gope.jpg)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중동 전쟁 여파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동남아시아 어민들이 생존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로 연료 공급이 불안해지자 조업 비용이 치솟았고, 기후위기와 남중국해 갈등까지 겹치며 수산업 전반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태국·필리핀·베트남 등 동남아 주요 어업국 어민들은 최근 ▷연료비 폭등과 ▷기후 변화에 따른 어획량 감소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따른 조업 불안이라는 ‘삼중고’에 직면했다.
태국 방콕 남쪽 항구에서 40년째 조업 중인 한 어민은 최근 두 달 동안 배를 항구에 묶어둘 수밖에 없었다. 이란 전쟁 이후 연료비가 급등하면서 출항 자체가 적자가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더 이상 배를 세워둘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얀마 출신 선원 6명과 태국인 선원 4명의 숙식비와 임금, 선박 유지비, 정박 비용 등이 계속 나가고 있어서다.
![필리핀 하고노이에서 한 어부가 배 위에 앉아 울부짖고 있다. [게티이미지]](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25/ned/20260525170159507rlwk.jpg)
그는 “더 이상 배를 항구에 묶어둘 수 없었다. 손발이 묶인 기분”이라며 “우리는 바다 사람들이다. 갑자기 농사를 짓거나 다른 일을 할 수는 없다”고 토로했다.
이 어민의 배는 해 질 무렵 출항해 새벽이면 청어·정어리·고등어 등을 싣고 돌아온다. 하지만 조업 비용의 절반 이상이 연료비로 빠져나가는데도 어획물 가격은 쉽게 올리지 못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로 연료 공급이 차질을 빚으면서 운송·냉장·사료 비용까지 줄줄이 오르고 있다. 태국의 한 수산 도매업자는 “코로나19 팬데믹 때보다 상황이 더 심각하다”고 말했다.
네덜란드 라보뱅크의 노벨 샤르마 수산업 애널리스트는 “전쟁이 에너지·운송·공급망 비용을 모두 끌어올리며 수산업에 직접적인 충격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자연산 어업은 평소에도 연료비가 전체 비용의 15~30%를 차지해 타격이 더 크다고 덧붙였다.
양식업도 예외는 아니다. 동남아 새우 양식업은 디젤 기반 산소 공급 장치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연료비 상승에 취약하다.
![필리핀의 한 수산시장에서 어부들이 어획물을 저울질하고 있다. [게티이미지]](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25/ned/20260525170159835lpbe.jpg)
동남아 어민들은 이미 미국의 관세 정책과 기후 변화, 남획 문제 등으로 어려움이 컸다. 해수 온도 상승과 불규칙한 강수 패턴으로 어획량이 감소했고, 수십 년간 이어진 남획으로 어족 자원도 크게 줄어든 상태다.
여기에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까지 겹치며 조업 환경은 더욱 악화하고 있다. 중국과 동남아 국가 간 해양 갈등이 이어지면서 일부 어민들은 조업 제한과 안전 위협까지 겪는 상황이다.
각국 정부는 연료세 인하와 보조금 지급, 가격 상한제 등 긴급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재정 부담이 커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동남아 국가들은 이미 에너지 보조금 의존도가 높아 추가 지원 여력이 크지 않다.
반면 중국은 막대한 재정을 바탕으로 자국 수산업과 어선단에 대규모 보조금을 투입하고 있다. 이에 동남아 어민들 사이에서는 “경쟁 자체가 불공정하다”는 불만도 나온다.
싱가포르 ISEAS-유소프 이샥 연구소에 따르면 동남아 강과 바다에서 직접 어업에 종사하는 인구는 약 700만~1000만명에 달한다. 가공·조선업 종사자까지 포함하면 수천만명이 수산업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베트남 다낭의 어부들 [게티이미지]](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25/ned/20260525170200118cwai.jpg)
태국의 한 수산시장에서는 평소 수산물을 공급하던 어선의 60~70%가 현재 운항을 중단했다. 시장 바닥에는 얼음에 담긴 생선과 조개, 새우가 여전히 쌓여 있지만 상인들은 “실제 거래는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필리핀의 최대 수산 수출품인 참치 산업도 직격탄을 맞았다. 현지 수산업 단체 관계자는 “참치는 수천㎞ 떨어진 해역까지 나가야 잡을 수 있어 연료 소비가 매우 크다”며 “현재 같은 유가 수준에서는 출항 자체가 위험한 도박이 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중동 긴장이 완화돼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정상화되더라도 위기가 끝난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2026년 중반 엘니뇨 발생 가능성을 경고했으며, 이에 따라 동남아 지역의 고온·가뭄이 심해지면서 에너지 수요도 더욱 증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엄마 죽였다”…‘의처증’이 부른 비극, 설날 아내 살해한 80대
- 르세라핌, 단단하고도 연약한 성장 서사…“우리는 두렵다, 하지만” [인터뷰]
- ‘흠뻑쇼’도 마임이다. 춘천 마임축제 개막 ‘물 난장’ 워터밤도 접수하다[함영훈의 멋·맛·쉼]
- 애망빙 비켜…‘토마토코어’가 점령한 호텔가
- “국산이라더니 중국산”…카네이션 원산지 단속에 77곳 걸렸다
- “병뚜껑도 못 딴다”…기적의 비만 치료제에 숨겨진 부작용은[나우,어스]
- ‘신혼여행 꿈의 휴양지’였는데…1년 새 ‘텅텅’, 관광객 ‘절멸’한 이 곳
- ‘감기’인 줄 알았는데 사망자만 100명 넘었다…‘공포의 여름병’ 뭐길래
- 주말 극장가 휩쓴 ‘진화형’ 좀비…‘군체’ 박스오피스 1위
- 마사지 업소 문 열자 ‘성매매女’ 우르르…은밀한 ‘불법 업소’의 정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