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업계 "자율주행 업체도 면허 갖추게 해야"
"기존 체계 유지 포석" 분석도

자율주행 기술 확산에 경계심을 보여온 택시업계가 정부 주도의 자율주행 실증사업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업계 안팎에서는 향후 로보택시 제도화 과정에서 기존 택시 면허 체계를 유지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택시연합회는 지난 6일 국토교통부에 공문을 보내 광주광역시에서 추진 중인 ‘자율주행 실증도시’ 사업 참여 의사를 전달했다. 지난달 시작된 이 사업은 국토부가 총 610억원을 투입하는 국내 첫 도시 단위 자율주행 실증 프로젝트다. 택시연합회는 공문에서 “자율주행 도입은 단순한 기술 검증 차원을 넘어 기존 운송사업자와 함께 상생 및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택시업계가 실증 초기부터 참여를 요구하는 배경에는 향후 로보택시 법·제도 설계 과정에서 기존 택시 면허를 제도 안에 포함시키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실증사업의 운영 구조와 방식이 향후 상용화 기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택시연합회 관계자는 “실증 단계부터 참여해야 기존 택시 면허를 기반으로 제도를 설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율주행업계에서는 기존 택시면허 체계를 로보택시에 그대로 적용하면 국내 자율주행 산업 경쟁력이 더 뒤처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로보택시 업체가 사실상 기존 택시 면허를 구매해야 하는 구조가 될 수 있어서다. 현재 개인택시 면허 가격은 서울 기준 1억1000만~1억3000만원 수준이다. 경기 일부 지역에서는 2억원을 넘는다. 업계에서는 차량 가격에 면허 비용까지 더해지면 로보택시 한 대당 초기 투자 비용이 수억원 대로 치솟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은 기존 면허와 별개인 로보택시 전용 허가 체계를 도입해 시장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며 “국내처럼 기존 택시 면허를 구매해야 하는 구조라면 사업성이 나오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중국이 자율주행 상용화에 속도를 내는 데 비해 국내에서는 서울 강남 일대에서 심야 자율주행 택시 7대만 운영되고 있다는 게 자율주행 업계의 지적이다.
유지희 기자 kee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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