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마다 새로운 치료제…제약 AI, 신약 개발 판 키운다
1상 성공률도 90% 육박
3상 진입 등 시장 출시 가시권

인공지능(AI)이 단순한 단백질 구조 예측 도구를 넘어, 신약 후보 물질을 직접 설계하고 약효와 실패 가능성까지 계산하는 신약 개발의 주체로 진화했다. 덕분에 10년 이상 소요되던 신약 개발 기간은 절반 수준으로 단축되는 중이다. 기존에 정복하지 못했던 난치병 치료의 실마리도 속속 풀리고 있다. 이러한 파급력에 글로벌 자본도 AI 신약개발 기업으로 빠르게 쏠리는 추세다.
◇ ‘10년 고생’ 전통적 개발 방식 대체
통상 신약 하나가 상용화되기까지는 표적 발굴부터 임상 3상, 시판 허가에 이르기까지 10년이 넘는 시간과 평균 26억 달러(약 3조6000억 원)라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된다. 후보물질이 1만 개 있어도 최종 허가를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가성비가 극히 낮은 사업인 셈이다.

그러나 AI 도입으로 이 긴 여정은 빠르게 단축되고 있다. 2020년 딥마인드의 ‘알파폴드2’ 등장 이후 후보물질 발굴 시간은 수개월에서 며칠 단위로 급감했다. 최근에는 합성 후 동물실험을 거치는 과정까지 AI 기반 시뮬레이션으로 대체하면서, 평균 10년이었던 개발 기간은 4~6년 수준으로 절반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대상도 저분자 화합물을 넘어 항체, 바이오의약품 등 복잡한 생물학적 치료제로 넓어지고 있다.
가장 고무적인 변화는 ‘성공률’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전통적 임상 1상의 성공률이 50%대 초반에 머무는 반면, AI가 설계한 후보물질의 성공률은 80~90%에 육박한다. 그동안 사람이 일일이 검증하느라 겪었던 초기 단계의 높은 탈락률을 AI가 획기적으로 낮춘 것이다.
이 기술은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희귀 유전질환 등 수십 년 간 정체돼 있던 난치병 영역에서 돌파구가 되고 있다.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실시간으로 예측해 숨은 치료 표적을 찾아내고, 그에 딱 맞는 약물 분자를 찾아내는 능력 덕분이다. 사람이 평생을 매달려도 찾기 힘들던 미개척 영역을 단 며칠 만에 탐색하는 셈이다.
◇ 글로벌 자본 ‘폭발적’ 유입
시장 기대감은 막대한 투자금으로 입증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딥마인드에서 분사한 아이소모픽랩스다 지난 12일 시리즈B에서만 21억 달러(약 2조9400억원)를 유치했다. 주관사인 스라이브캐피털을 비롯해 알파벳, 테마섹 등이 대거 참여했다. 아이소모픽랩스는 이 플랫폼을 기반으로 일라이릴리, 노바티스 등 글로벌 빅파마 3사와 약 30억달러 규모의 협력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올해 에아렌딜랩스가 약 1조1000억원을 유치했고, 에이콘 테라퓨틱스와 제너레이트바이오메디슨은 기업공개(IPO)에 성공했다. 최근 4개 기업에만 5조원이 넘는 자금이 몰렸다. 그랜드뷰리서치는 글로벌 AI 신약개발 시장 규모가 2025년 3조3000억원에서 2033년 약 19조3000억 원으로 6배가량 급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가장 주목받는 주자는 홍콩의 인실리코메디슨이다. 생성형 AI로 발굴한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렌토서팁’은 임상 2a상에서 기존 약물보다 뛰어난 폐활량 개선 효과를 입증했고, 현재 최종 관문인 임상 3상에 진입했다. 알렉스 자보론코브 인실리코메디슨 대표는 “전통 방식으로는 불가능했던 약물 개발이 현실이 됐다”며 “1~2년 내에 AI가 설계한 신약이 시장에 정식 출시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영애/허진 기자 0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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