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99%가 월세”···스페인 주민들 주거난 항의 시위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에서 24일(현지시간) 주택난 해소를 촉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치솟는 임대료와 주택 부족, 관광 임대 확산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이 거리로 터져 나왔다.
마드리드 세입자연합과 스페인 양대 노동조합이 공동 주최한 이날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10만명 이상, 당국 추산 약 2만3000명이 참가했다. 시위대는 마드리드 도심을 행진하며 “우리는 관광객 말고 이웃을 원한다”, “주거비가 우리 삶을 앗아가고 있다. 가격을 낮춰라”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시위 참가자들은 부동산 투기와 급등한 임대료가 주민들을 도심 밖으로 밀어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마드리드 세입자연합은 “임대 수익만을 노린 부동산 시장이 수천 가구를 경제적 위기로 내몰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들은 에어비앤비 같은 관광용 단기 임대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스페인은 관광 산업 호황으로 도심 내 단기 숙소가 급증하면서 주거용 매물 감소와 임대료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스페인의 주택난은 통계로도 드러난다. 스페인 중앙은행은 2021∼2025년 신규 가구 증가 속도가 신규 주택 공급을 웃돌면서 현재 약 70만채의 주택이 부족한 상태라고 분석했다. 유럽연합(EU) 통계기관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2025년 스페인의 주거 비용은 전년 대비 약 13% 상승했다. 세입자연합 대변인 페르난도 데 로스 산토스는 “점점 더 많은 사람이 방을 나눠 쓰거나 다른 가족과 함께 살아야 하는 과밀 상태로 내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청년층의 주거 불안도 심각하다. 스페인청년협의회(CJE)에 따르면 청년 노동자의 세후 평균 월급은 1190유로(약 209만원)인 반면 평균 월세는 1176유로(약 206만원)에 달했다. 월급의 98.7%를 임대료로 써야 하는 셈이다. CJE는 “청년들에게 독립은 더 가난해진다는 뜻이 돼버렸다”고 지적했다.
청년들의 평균 독립 연령도 처음으로 30세를 넘어섰다. CJE는 지난 22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독립해 거주하는 16∼29세 청년 비율이 14.8%로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페드로 산체스 총리 정부는 지난달 향후 4년간 공공주택 건설에 70억유로(약 11조원)를 투입하고 청년층 임차·주택 구매 지원을 확대하는 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주거용 임대차 계약 자동 연장과 임대료 인상률 상한을 2%로 제한하는 법안은 의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스페인 노동조합연맹(CCOO)의 우나이 소르도 사무총장은 “정부 대책 일부는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주택 위기가 빠르게 악화하는 데 비해 대응 속도는 지나치게 더디다”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mj10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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