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사율 최고 90% ‘죽음의 바이러스’ 에볼라의 귀환… 안전지대는 없다

김성모 기자 2026. 5. 25.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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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콩고민주공화국 르왐파라 공동묘지에서 적십자 요원들이 에볼라 희생자 시신을 매장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최근 콩고민주공화국과 우간다에서 발생한 분디부교형 에볼라 유행에 대해 국제공중보건위기상황(PHEIC)을 선포한 가운데, 현지에서는 감염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AP 연합뉴스

한때 치사율이 최고 90%에 이르러 ‘죽음의 바이러스’로 불렸던 에볼라가 다시 국제 보건 위협으로 떠올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17일 콩고민주공화국(DRC)과 우간다에서 발생한 분디부교형 에볼라 유행에 대해 국제공중보건위기상황(PHEIC)을 선포했다. WHO는 “팬데믹 수준은 아니지만 국제적 대응이 필요한 비상 상황”이라고 밝혔다.

콩고민주공화국 보건 당국과 WHO에 따르면, 24일 기준 에볼라 의심 환자는 904명, 확진 환자는 101명으로 늘었다. 사망자는 의심 사례 기준 119명에 달한다. 우간다에서도 확진 환자 5명, 사망자 1명이 확인됐다. WHO는 “상황이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앞서 2014~2016년 서아프리카를 휩쓴 에볼라 대유행 당시 감염자는 2만8000명 이상, 사망자는 1만1300명에 달했다. 이번 유행이 아직 그 규모에 이른 것은 아니지만, WHO는 콩고민주공화국 내 위험도를 “매우 높음”으로 평가했다.

◇다시 고개 든 ‘죽음의 바이러스’

에볼라는 고열과 극심한 피로, 구토, 설사, 출혈 등을 일으키는 치명적 감염병이다. WHO에 따르면 에볼라의 평균 치명률은 약 50% 수준이지만, 과거 유행 때는 25~90%까지 차이가 컸다. 코로나의 전 세계 평균 치명률이 대체로 0.5~1%란 점을 감안하면 수십 배에 이르는 높은 수준이다. 이 때문에 에볼라는 오랫동안 가장 두려운 감염병 중 하나로 꼽혀왔다.

에볼라 바이러스의 투과전자현미경(TEM) 사진. /미 CDC

이번 유행의 원인은 초기 유행 때 악명을 떨친 자이르형이 아니라 분디부교형 에볼라다. WHO는 과거 분디부교형 유행의 치명률이 30~50% 수준이었다고 설명한다. 문제는 자이르형과 달리 분디부교형에는 아직 승인된 백신이나 특정 치료제가 없다는 점이다. 현재 국제 보건 당국은 실험적 백신과 치료제 활용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에볼라가 공기 중으로 쉽게 전파되는 감염병은 아니라는 게 의학계 설명이다.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는 에볼라가 일반적으로 공기 전파 질환으로 간주되지 않으며, 감염자나 사망자의 혈액·분비물·체액과 직접 접촉할 때 주로 전파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의료진 보호 장비 부족, 장례 과정에서의 접촉, 지역 주민 불신과 치료 센터 공격 등이 겹치면 확산 차단이 어려워진다.

◇도대체 어디서 왔나? 침팬지냐 박쥐냐

에볼라가 어디서 처음 인간에게 넘어왔는지를 밝히는 일도 중요하다. 에볼라는 동물에서 사람으로 넘어오는 인수공통감염병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자들은 과일박쥐를 유력한 자연 숙주로 보고 있지만, 정확한 숙주 종은 아직 완전히 특정되지 않았다. 침팬지나 고릴라 같은 영장류도 인간 감염의 중간 매개가 될 수 있지만, 이들도 에볼라에 감염되면 높은 치명률을 보인다. 이 때문에 학계에서는 영장류를 바이러스를 장기간 퍼뜨리는 ‘자연 숙주’라기보다는 중간 숙주에 가깝게 보는 시각이 많다.

23일 콩고민주공화국 이투리주 부니아의 중앙시장에서 방역 요원이 염소 소독제를 뿌리며 소독 작업을 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최근 콩고민주공화국과 우간다에서 발생한 에볼라 유행에 대해 국제공중보건위기상황(PHEIC)을 선포한 가운데 현지 당국은 시장과 병원 등을 중심으로 방역 작업을 강화하고 있다./AP 연합뉴스

아프리카 열대림 개발과 산림 파괴가 에볼라 같은 바이러스의 인간 전파 위험을 키운다는 연구도 꾸준히 나온다. 숲이 파괴되고 인간 활동이 깊숙이 들어가면 박쥐 등 야생동물과 사람의 접촉 기회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2017년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에 실린 ‘아프리카 산림 단절과 에볼라 바이러스병 발병의 연관성’ 연구 등은 산림 손실과 에볼라 발생 사이에 통계적 상관관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강 건너 불 아니다”

WHO는 현재 이번 유행의 세계적 확산 위험은 아직 높지 않다고 평가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도 미국 내 확산 위험은 낮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경을 넘는 이동이 일상화된 시대에 에볼라를 특정 지역의 문제로만 볼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미국은 콩고·우간다·남수단 관련 여행자에 대한 공항 검역을 강화했고, 인도도 관련 지역 여행 주의보를 냈다.

22일 미국 버지니아주 워싱턴 덜레스 국제공항에서 마스크를 쓴 여행객들이 이동하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동·중앙아프리카 지역 에볼라 유행이 악화하자 일부 국제선 입국자를 대상으로 공항 검역과 건강 확인 절차를 강화했다./AFP 연합뉴스

2014년 서아프리카 대유행 때도 에볼라는 미국과 스페인 등으로 유입된 사례가 있었다. 이번 유행 지역은 무장 반군 활동과 의료 체계 취약성이 겹친 콩고 동부다. 치료센터 공격과 의료 인력 부족, 주민 불신까지 겹치며 방역망이 흔들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유행이 이미 역사상 세 번째로 큰 에볼라 사태로 번지고 있다고 전했다.

에볼라는 코로나처럼 공기 중으로 쉽게 퍼지는 바이러스는 아니다. 하지만 감염되면 치명률이 높고, 의료 체계가 무너진 지역에선 순식간에 통제 불능으로 번질 수 있다. ‘죽음의 바이러스’의 귀환이 세계 보건 당국을 긴장시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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