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에 ‘맹독물질 소주병’ 놓았지만...대법 “특수협박 무죄”

박홍주 기자(hongju@mk.co.kr) 2026. 5. 25.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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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사량 메탄올’로 부친 협박
대법 “범행 순간엔 휴대 안해”
대법원 전경. <사진=연합뉴스>
아버지의 집 현관문 앞에 치사량의 맹독물질이 담긴 소주병을 며칠간 계속 갖다놓으며 협박한 아들의 행위는 특수존속협박 혐의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위반(보복협박), 특수존속협박,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를 받는 A씨에게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에 돌려보냈다.

A씨는 지난 2024년 3월 11~19일 사이에 다섯 차례에 걸쳐 치사량에 달하는 메탄올이 든 소주병을 아버지의 집 현관문 앞에 두고 간 혐의를 받는다. 소주병에 담긴 메탄올은 병당 함량이 79.9~94.1%로 치사량 수준이었다.

A씨는 이미 사망한 친할머니가 남긴 것처럼 “○○(피해자인 A씨의 아버지 이름)아 빨리 보고 싶다. -엄마가-”라고 메모를 적어 소주병에 붙여두기도 했다.

1·2심은 A씨의 모든 범죄 혐의를 유죄로 봤다. A씨가 피해자에게 해악을 고지하려 했다는 고의를 인정해 특수존속협박죄도 함께 유죄로 판단했다.

아버지의 자살을 유도하려는 듯한 암시적 표현이 담긴 친할머니 명의의 메모, 치사량이 넘는 메탄올이 든 소주병을 집 앞에 두고 가는 것은 피해자에게 공포심을 일으키기 충분하다고 하급심 재판부는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A씨의 특수존속협박 혐의는 무죄로 봐야 한다고 판단을 뒤집었다. 형법 284조에 따르면 여럿이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해 타인을 협박하면 가중처벌한다. 이때 조건은 ‘가해자가 위험한 물건을 휴대해 협박할 때’여야 한다는 게 대법원 판단이다.

A씨는 피해자인 아버지가 소주병을 발견하기 전에 먼저 물건을 놓고 현장을 떠났다. 위험한 물건을 협박 범행에 이용하긴 했지만, 이를 협박 순간에 휴대해 사용하지 않았으므로 특수협박 혐의는 적용할 수 없다는 뜻이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위험한 물건을 휴대해 협박했다고 하려면 적어도 피고인이 범행 현장에 있는 위험한 물건을 사실상 지배하면서 언제든지 그 물건을 사용해 고지한 해악의 실현 가능성을 높일 수 있었음이 인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대법원은 A씨의 보복협박과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본 원심의 판단에는 문제가 없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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