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 어쩌다 이 지경 되었나"… 백주대낮에 출마자들 군대식 얼차려
민주당 "돌출 행동 사과…관계자 선대위 해임·징계"
당원주권 강화 기조 속 ‘권력당원’ 완장질 우려 제기
전문가들 "공천 받으면 당선되는 일당 체제의 민낯"
전남 광양의 한 5일장 유세장에서 6·3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이 선거대책위원회 직책을 가진 한 당원의 구령에 맞춰 단체로 군대식 얼차려를 받는 사태가 발생했다. 정치권에선 백주대낮에 벌어진 '엎드려뻗쳐' 얼차려를 두고 정당민주주의가 왜곡된 상징적 장면으로 보고있다.
25일 지역정가에 따르면 지난 24일 낮 12시 30분쯤 전남 광양시 옥곡 5일장에 마련된 민주당 집중유세 현장에서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단체로 군대식 얼차려를 받았다.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후보와 정인화 광양시장 후보 등 지역 광역·기초의원 후보들이 유세차 앞에서 정청래 대표를 기다리던 중이었다.
이 과정에서 마이크를 잡은 당원 A씨가 후보들을 향해 "차렷, 열중쉬어, 앉아, 일어서"를 지시한 데 이어 "동작 봐라. 엎드려뻗쳐"라고 구령을 외쳤다. 현장 곳곳에서 "하지 마세요"라며 만류하는 상인과 시민들의 목소리가 나왔고 일부 후보는 머뭇거렸지만, 상당수 출마자는 아스팔트 길바닥에 엎드리는 자세를 취했다. A씨는 단순 지지자가 아닌 선대위 직책을 지닌 내부 인사로 파악됐다.
논란이 커지자 민주당은 진화에 나섰다. 현장에 있던 민형배 후보는 "진행하는 분이 재미있게 해보려 한 건데 오버를 했다"며 사과했다. 권향엽 당 순천·광양·곡성·구례을 지역위원장 역시 SNS를 통해 "후보자들께 군대 점호를 연상케 하는 돌출 행동을 했다"고 사과하며 A씨에 대한 선대위 직책 해임 및 전남도당 징계 청원 방침을 밝혔다.
무소속 후보들은 비판에 나섰다. 박성현 무소속 광양시장 후보 캠프는 논평을 내고 "단순한 오버가 아니다. 그들의 무의식 속에 자리 잡은 공천 권력에 대한 맹종과 권위주의가 대낮 길거리에서 고스란히 배어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필순 무소속 후보 측도 "군대에서도 하지 않을 짓에 경악하고, 시키는 대로 따라 하는 모습에 어이가 없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박상훈 정치학자는 지난해 12월 칼럼 등을 통해 당원 중심주의 기조의 부작용을 예고한 바 있다. 그는 특히 당의 의사결정을 쥐고 있는 적극 당원 계층을 향해 "좋은 말로 권리당원이지 사실은 권력당원이다. 의사결정을 지배할 뿐 당의 풀뿌리 지역 활동은 안 한다. 누군지 알 수 없는 원자화된 개체들이지만, 혐오와 적대를 자극하는 것으로 쉽게 세를 형성한다"고 직격했다. 이어 무분별한 당원 권한 이양의 위험성에 대해 "지지하는 대표가 마음대로 정당을 이끌게 하는 것은 전체주의"라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현상을 두고 선거판에서 후보가 당 조직의 지시에 순응할 수밖에 없는 일당 체제의 구조적 병폐를 노출했다고 지목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디지털타임스와 통화에서 "강성 당원 특히 선대위에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특정인의 지시에 바닥에 엎드리는 모습은 공천권자에 대한 무한 충성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후보들이 유권자에게 낮은 자세를 보여주려다 빚어진 과유불급의 해프닝일 수 있다"면서도 "군사정권 시절을 연상시키는 장면이어서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 텃밭에서 이런 돌발 상황이 나오는 것 자체가 민주당도 기득권화되어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김윤정 기자 kking15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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