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6도로 숲터널' 벌채 막은 '제주특파원'…신상범씨 별세

이충원 2026. 5. 25. 14:51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촬영 박지호] 2016.12.23

(서울=연합뉴스) 이충원 기자 = 경향신문·중앙일보 제주 주재기자로 활동하며 한라산 원시림 벌채와 케이블카 설치를 막는 등 제주 환경운동의 불씨를 지핀 신상범(愼相範) 제주환경연구센터 상임고문이 24일 오후 3시 55분께 제주대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유족이 25일 전했다. 향년 만 90세.

1935년 9월 제주에서 태어난 고인은 제주농고를 졸업한 뒤 제주 송죽중 교사로 일하다 1961년 경향신문 '제주특파원'이 됐다. 당시만 해도 지역 주재 기자를 '특파원'으로 부를 때였다.

1962년 12월 5일자 경향신문 7면 톱기사로 정부와 제주도가 제주-서귀포간 도로 옆 한라산 원시 국유림 1천104㏊의 수종을 경제림으로 바꾸려고 3년에 걸쳐 나무를 모두 베어낼 계획이라는 폭로 기사(제목 '천연의 원시림이 깎인다')를 실었다. 당시 한라산 참나무가 참숯으로 유명했던 때여서 벌채 허가만 나면 일확천금을 벌 수 있는 노다지 사업이었지만, 신 특파원의 잇단 기사 때문에 결국 무산됐다. '5·16도로 숲터널'이 살아남은 배경이다.

경향신문 1962년 12월5일자 7면에 실린 고인이 쓴 기사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캡처]

1963년 정부 허가를 받은 서울의 한 개발업체가 케이블카, 호텔, 유기장을 만들겠다며 한라산을 파헤치기 시작했을 때도 고인이 기사로 막아냈다.

1965년 창간 멤버로 중앙일보로 옮긴 뒤 1972∼1973년 30회에 걸쳐 '제주자연보호 캠페인' 기사를 신문에 연재했다. 중앙일보 기자 겸 제주자연보호회 창립 부회장을 맡아 한라산 케이블카 설치 시도에 맞서 싸웠다.

1993년 중앙일보에서 정년퇴직한 뒤 제주환경연구센터 창립을 주도했고, 2011∼2015년에는 제주문화원장을 지냈다. 제민일보, 제주타임스 논설위원과 제주방송 시청자위원장을 맡아 송악산 개발 반대 운동 등에 앞장섰다. 고인의 후임으로 중앙일보 제주 주재 기자로 활동한 양성철 제이누리 대표는 "고인은 제주 환경운동의 초석을 다진 분"이라며 "글 쓰는 기자로 시작했지만 사진으로 돋보이는 기사를 많이 썼다. 제주 출신으로 사진을 찍다 보니 자연에 대한 애착이 무척 강하셨다"고 전했다.

유족은 3남1녀(신용운·신현진·신용한·신용원) 등이 있다. 빈소는 혼길장례식장 202호실, 발인 27일 오전 7시 30분, 장지 제주시 봉개동 명도암 선영. ☎ 064-744-1245

chungwon@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