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없으면 AI도 없어…기술·인재 경쟁력 되살려야"

인공지능(AI)이 국가 전략 산업으로 떠오르면서 기업 투자는 물론 정부 지원과 인재까지 AI 분야에 집중되고 있다. 반면 AI를 실제로 연결하고 전달하는 통신·네트워크 인프라에 대한 관심은 갈수록 줄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6세대 이동통신(6G) 상용화가 3~4년 내로 다가온 만큼, 통신 경쟁력 회복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근대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차세대네트워크(6G) 사업단장은 25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내 IITP 서울사무소에서 디지털타임스와 만나 "AI가 아무리 뛰어나도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며 "좋은 비단을 만들었는데 운반할 자동차가 없어 달구지로 옮기다 망가지는 것과 같은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통신망이 단순한 데이터 전달 수단을 넘어 서비스 품질과 사용 경험 자체를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봤다. 특히 실시간성이 중요한 서비스가 늘어날수록 네트워크 안정성과 지연 시간이 훨씬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김 단장은 "앞으로 통신은 단순한 연결 수단을 넘어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작동하게 만드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며 "6G 역시 단순히 속도를 높이는 기술이 아니라 실시간성과 안정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6G 경쟁은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미국은 빅테크와 반도체 기업을 중심으로 AI·클라우드·네트워크를 결합한 생태계를 확대하고 있고, 중국 역시 정부 주도로 대규모 투자와 표준화 경쟁에 나서고 있다. 김 단장은 "현실적으로 우리가 양적인 면에서 중국을 따라갈 수는 없다"며 "모든 영역을 다 하겠다고 나서기보다는 우리가 강점을 가진 AI 네이티브 네트워크 등 핵심 분야에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고 했다.
김 단장은 글로벌 표준화 기구의 세부 일정에 맞춰 실무 전략을 펼치고, 거시적인 안목에서 국가적 지원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내년부터는 실제 표준 규격을 제정하는 실무 개발(워킹 아이템) 단계가 시작되는데, 진짜 승부처는 이 실무 개발"이라며 "본격적인 실무 개발 국면에 돌입했을 때 그동안 한국이 연구해온 R&D 결괏값들을 핵심 표준안에 집중적으로 넣어야 실질적인 승기를 잡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단장은 한국만이 가진 강점으로 국내 제조업 기반을 꼽았다. 기술 표준이 아무리 뛰어나도 이를 상용 제품과 서비스로 직접 찍어낼 하드웨어 인프라가 없으면 무용지물인데, 한국은 그 최적의 테스트베드이자 제조 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의미다.
김 단장은 "한국은 전 세계에서 1인당 산업용 로봇 밀도가 가장 높은 나라이며, 자동차와 조선 등 제조 라인의 자동화 생태계도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글로벌 표준화 무대에서 논의되는 사양들을 실제 가동 가능한 하드웨어 제품으로 즉각 구현해 낼 수 있는 나라는 흔치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이나 중국도 탐내는 독보적인 제조업 인프라를 6G 표준화 전략과 긴밀히 연계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실리적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6G 패러다임이 단순한 통신 세대교체를 넘어 국가 전략 자산으로 급부상하면서, 학계와 산업계 안팎에서는 정부 차원의 힘 싣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올 연말 인천 송도에서 열리는 글로벌 6G 기술 시연 행사인 '모바일 코리아 2026'를 대통령이 참석하는 국가 비전 선포식 형태로 격상해 치러야 한다는 제언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김 단장은 이번 송도 행사를 통해 한국 6G의 명확한 기술 비전을 보여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짚었다. 그는 "이번 행사에서 한국이 가진 6G 비전을 명확히 터뜨려야 이를 발판으로 미국 등 글로벌 국가들과의 협력 관계를 보다 공고하고 구체화된 형태로 가져갈 수 있다"며 "올 연말 'AI 고속도로'라는 큰 축을 확실히 보여주는 것이 대한민국이 AI 3대 강국이자 네트워크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근본적인 해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혜선 기자 hsle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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