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경찰, 제1야당 청사 급습, 대표 끌어내… 허가한 법원에 "사법 쿠데타" 비판

이정혁 2026. 5. 25.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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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법원의 2023년 당대표 선거 무효 결정에
'에르도안 정적' 외젤 대표 당사서 강제 퇴거
"민주주의 기반 훼손" 인권단체 비판 이어
24일 튀르키예 앙카라의 공화인민당 청사 앞에 경찰들이 방패를 들고 서 있다. 앙카라=AP 연합뉴스

튀르키예 경찰이 법원 결정을 근거로 제1야당 공화인민당(CHP) 청사에 강제 진입해 지도부를 퇴거시켰다. 내쫓긴 외즈귀르 외젤 CHP 대표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의 정적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에르도안 행정부가 법원을 이용해 정치적 경쟁자를 제거하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진다.


최루탄 터진 야당 당사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24일(현지시간) 튀르키예 경찰은 수도 앙카라의 CHP 당사에 강제 진입해 건물 내 인원들을 퇴거시켰다. 진입 과정에서는 경찰의 최루탄·고무탄 발사가 이어졌다. 건물 안에 있는 사람들은 가구를 이용해 임시 바리케이드를 구축했지만 경찰의 진입을 막지는 못했다. 현장을 촬영한 영상에는 CHP 당원들이 진입을 막기 위해 소리를 지르며 물건을 던지고 경찰을 향해 소화기를 뿌리는 모습이 담겼다.

이날 강제 조치는 21일 앙카라 항소법원이 원심 판결을 뒤집고 2023년 CHP의 당대표 선거 결과를 무효화한 데 따른 것이다. 선거 과정에서 부정행위가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법원은 외젤 대표를 대신해 2023년 대표 선거에서 연임에 실패한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전 CHP 대표가 임시 대표직을 맡아야 한다고도 결정했다. 튀르키예 언론에 따르면 클르츠다로을루 전 대표는 경찰에 당사 인계를 위한 '필요한 절차'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력 대선주자 수난 이어

외즈귀르 외젤 튀르키예 공화인민당 대표가 24일 경찰 진입으로 앙카라 당사에서 퇴거한 이후 국회의사당으로의 행진을 벌이던 도중 거리에 세워진 경찰 차량에 올라 발언하고 있다. 앙카라=EPA 연합뉴스

경찰의 야당 청사 강제 진입을 두고 에르도안 정부가 벌이는 정적 지우기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에 축출된 외젤 대표는 2024년 튀르키예 지방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여당 정의개발당에 큰 타격을 입힌 인물이다. 반면 법원이 인정한 클르츠다로을루 대표는 2010년 CHP 대표 취임 이후 13년간 당을 이끌었지만 전국 단위 선거에서 단 한 번도 승리한 적이 없다. AP통신과 미국 CNN방송은 현재 당원 대다수가 외젤 대표를 지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CHP 소속 튀르키예 대국민의회 의원들은 판결 이후 외젤 대표를 원내대표로 선출하며 힘을 실었다.

외젤 대표와 기존 지도부는 이번 법원의 결정을 "사법 쿠데타"로 못 박았다. 그는 경찰의 당사 진입 후 엑스(X)에 공개된 영상 메시지를 통해 "우리는 공격을 받고 있다"며 "앞으로는 거리와 광장에서 권력을 향해 행진하겠다"고 밝혔다. 외젤 대표는 결정에 대해 대법원에 상고해 법정 다툼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튀르키예 정부의 야당 탄압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튀르키예 경찰은 지난해 CHP의 또 다른 유력 대권 주자였던 에크렘 이마모을루 이스탄불 시장을 부패·간첩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이마모을루 시장은 현재 수감돼 직무가 정지된 상태다. 튀르키예 검찰은 지난해 11월 이마모을루 시장을 기소하며 최대 징역 2,430년에 처할 수 있는 혐의를 적용했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23일 에르도안 정부가 CHP를 상대로 "억압적인 수단을 사용해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정혁 기자 dinn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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