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1만 간다” 증권가 줄상향…착시냐 재평가냐

이지은 기자 2026. 5. 25.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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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하나·노무라 등 국내외 증권사, 코스피 목표치 ‘1만선’ 제시
연속 매도 나선 외국인, 붕괴 베팅 아닌 ‘단기 차익실현’ 성격 강해
“과거 목표가 달성률 19%” 경고…자금 이탈 우려 등 신중론 팽팽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딜링룸의 모습. /연합뉴스

국내 증시가 기업 이익 성장을 바탕으로 ‘코스피 1만 포인트’ 시대에 진입할 수 있다는 파격적인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최근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외국인의 대규모 차익실현 매도세가 이어지는 데다, 역대 애널리스트들의 목표가 달성률이 19%에 불과하다는 구조적 신중론이 맞서며 ‘과도한 낙관론’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지난 14일 ‘KB 전략’ 보고서를 통해 올해 코스피 목표치를 기존 대비 40% 높인 1만500포인트로 제시했다. 하나증권은 1만380포인트, 노무라증권은 코스피 예상 기존 7500~8000에서 1만~1만1000으로 각각 상향 조정했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주가수익비율(PER) 리레이팅을 가정하지 않더라도 현재 이익 추정치가 현실화될 경우 코스피는 1만 포인트시대로 진입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기업들이 지금 예상대로 돈을 잘 벌기만 하면, 주식에 대한 가치평가(밸류에이션)가 높아지지 않더라도 ‘일만피’ 시대가 열릴 수 있다는 뜻이다.

증권사 기존 목표치 상향 목표치 시점 근거 KB증권 7500 1만500 5월 14일 AI 산업 확산·기업 실적 개선 하나증권 8470 1만380 5월 18일 내년 순이익 증가·PER 정상화 노무라증권 7500∼8000 1만∼1만1000 5월 21일 HBM 슈퍼사이클·데이터센터 투자 확대 [표] : 증권사별 코스피 전망치 조정 추이 (자료: 각 사) 다만, 외국인이 ‘팔자’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것은 불안요소로 지목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코스피에서 지난 7일부터 22일까지 12일 거래일 연속 매도 흐름을 이어갔다. 외국인은 이 12거래일간 약 46조5740억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최근 외국인 매도 흐름은 한국 증시 붕괴 베팅보다는 반도체 중심 차익실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창윤 지엘스토리 대표는 “삼성전자 파업 리스크 장기화와 국내 기업 전반으로의 노사 갈등 확산이 외국인 차익실현의 빌미로 작용했다”며 “MSCI 선진국 지수 워치리스트 등재 여부가 외국인 수급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의 최근 순매도는 한국 증시에 대한 공격적인 하방 베팅보다는 반도체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 성격이 강하다”며 “금융위기 당시와 같은 대형 악재를 우려한 매도와는 결이 다르다”고 말했다.

증권사 목표치 상향에 대해서도 과도한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본시장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애널리스트의 낙관성, 정확성, 정보성’ 보고서에 따르면, 투자의견의 90% 이상이 ‘매수’에 편중됐다는 결과가 나왔다.

보고서는 2015년~2023년 동안 1년 후 목표주가 달성률이 19%에 그쳤다고 분석했다. 목표주가 달성률은 “가정된 투자기간 종료 시점에 실제 목표주가를 달성했는지, 또는 가정된 투자기간 이내에 한 번이라도 목표주가를 달성했는지 여부”로 평가했다.

김준석 선임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투자기간 가정과 무관하게 2015~2023년의 달성비율이 2000~2014년의 달성비율에 비해 낮다”며 “투자기간의 가정이 변화한 것을 감안하더라도 달성비율이 낮아진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코스피의 상승 속도가 계속해서 유지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배재현 프리즘투자자문 상무는 “상법 개정안 등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발판이 마련되면서 한국 증시가 퀀텀 점프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은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과거 독일이 재정 원칙을 깨고 대규모 부양책을 썼을 때 유럽 증시가 재평가받았던 사례와 유사한 구조적 변화라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 시장은 돈을 벌면 다시 부동산으로 옮기려는 ‘부동산 공화국’의 체질이 강해, 증시로 유입된 자금이 장기 투자로 이어지기보다 단기 차익 실현 후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이지은 기자 lj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