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 환적 세계 2위…산은 이전이 ‘1위·초격차’ 관건
탄중팔레파스·中 항만 맹추격에 위기
싱가포르 벽 못 넘는 한 가지…해양금융
지역 단위 동남권투자공사는 한계 뚜렷
산은 지연, 해양금융 허브 동력 상실 우려

부산항이 세계 1위 환적항 도약의 갈림길에 섰다. 물동량 증가세는 이어지고 있지만, 중국·동남아 경쟁 항만의 거센 추격과 글로벌 해운동맹 재편이라는 구조 변화 속에서 단순 항만 인프라 확장만으로는 한계에 직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해운·물류 업계에서는 한국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중심으로 항만·금융·산업이 결합된 ‘해양금융 허브 전략’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5일 해운·물류 업계에 따르면 부산항은 지난해 연간 컨테이너 물동량 2488만TEU를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특히 환적 물동량은 전년 대비 4.4% 증가한 1410만TEU로 집계되며 싱가포르에 이어 세계 2위 환적항 지위를 유지했다. 부산신항 확장과 자동화 인프라 구축, 최근 3년간 14조 원을 넘긴 부산시 투자유치 성과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평가된다.
그러나 현장 분위기는 낙관적이지 않다. 말레이시아 탄중팔레파스(Tanjung Pelepas)항이 공격적인 투자로 부산항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고, 중국 주요 항만들도 국가 차원의 지원을 기반으로 환적 경쟁력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글로벌 해운동맹 재편과 공급망 변화까지 겹치며 부산항의 중장기 경쟁력을 둘러싼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위기를 돌파할 핵심 카드로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꼽는다. 세계 1위 환적항인 싱가포르 역시 항만 경쟁력의 배경에 강력한 금융 허브 기능이 자리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단순 물동량 처리 중심의 항만 구조를 넘어 해운·물류·조선·금융이 결합된 복합 해양산업 생태계를 구축해야만 ‘초격차’를 유지할 수 있다는 논리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해양도시는 결국 자본과 물류를 동시에 장악하는 구조로 움직인다”며 “산업은행 같은 대형 정책금융기관이 부산으로 이전해야 해양금융 공급과 글로벌 네트워크 확대가 가능해지고, 그래야만 부산항도 세계 1위 환적항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업계는 최근 논의되는 ‘동남권투자공사’와 같은 지역 단위 금융기구 신설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고 보고 있다. 글로벌 금융 허브와 경쟁하기에는 자본 규모와 국제 네트워크 측면에서 체급 차이가 큰 만큼, 국가 차원의 메가 금융 전략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일각에서는 산업은행 이전 논의가 지연될 경우, 부산의 해양금융 허브 전략 자체가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부산항 경쟁력 강화가 단순 항만 정책이 아니라 국가 산업 전략 차원에서 접근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스마트항만 전환과 가덕도신공항 연계 복합물류체계 구축, 북항 재개발과 배후단지 확장에 더해 산업은행 이전을 통한 금융 집적 기능까지 결합돼야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물류 전문가는 “싱가포르가 강한 이유는 단순히 항만 처리량 때문이 아니라 금융과 물류, 산업이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라며 “부산도 항만·공항·철도·금융을 묶는 거시적 해양산업 전략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세계 1위 환적항 도약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조원진 기자 bscit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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