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거래·벌목·식용 포획까지…동남아 '생물 다양성 보고'가 무너진다
코뿔소 뿔 압수·SNS 상아 판매
지구 동식물 5분의 1 품은 동남아
"강력한 범죄 단속 촉구"

생물 다양성의 보고로 불리는 동남아시아에서 4,300종 이상의 동물이 멸종위기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25일(현지시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을 인용해 동남아 전역에서 4,300종 이상이 ‘심각한 멸종위기’ 또는 ‘멸종위기’ 상태라고 전했다. 특히 호랑이·대형메기·긴팔원숭이·독수리 등이 시급한 위협에 처했다. 베트남에서만 서식하는 희귀 영장류 캣바 랑구르는 현재 수십 마리밖에 남지 않았고, 라오스 안나마이트 산맥의 희귀소 사올라는 이미 멸종되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야생동물 멸종을 부추기는 가장 큰 원인은 밀거래다. SCMP에 따르면 라오스 당국은 이달 초 아프리카코뿔소 뿔을 압수했고, 태국에서는 코끼리 상아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공개적으로 판매되고 있다. 동남아의 조직적인 밀수 네트워크는 동남아 각국의 항구·공항·허술한 국경을 관문 삼아 중국·라오스·베트남 시장에 멸종 위기 동물을 운송 중이다.
야생동물 범죄조사 단체인 트래픽(TRAFFIC)의 카니타 크리슈나사미 동남아시아 국장은 “너무나 많은 종이 야생에서 불법으로 도난당하고 있다”며 “야생동물 공급망의 주범들은 수사조차 받지 않고 하급 운반책만 체포되는 실정이며, 동물들은 이송 중에 죽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지적했다.

대규모 벌목 역시 멸종을 가속하는 원인이다. 라오스에서는 2001년부터 2025년까지 수목 면적 25%가 상실됐는데, 대부분 옥수수·바나나·카사바 등 대규모 농장으로 대체됐다. 미얀마·태국·캄보디아에서는 고급 가구에 사용되는 로즈우드나 요트 제작용으로 쓰이는 티크나무 벌채가 심화하고 있다.
식용 목적의 무분별한 포획도 문제다. 동물단체는 베트남 남부 지역에서 백로와 왜가리 같은 철새들이 식용으로 대량 포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야생동물 밀거래 방지 비영리단체(NGO) ‘에듀케이션 포 네이처 베트남’의 더글러스 헨드리 국장은 “사육용 새의 거래 자체는 보전 측면에서 문제가 아닐 수 있지만, 결국에는 거래 시장을 형성하고 시장에 나온 사육 조류와 야생 조류를 구별하기 어렵게 한다”고 했다.
동남아 지역 열대우림은 지구 동·식물의 5분의 1가량을 품고 있으며, 바다는 전 세계 산호초 종의 3분의 1을 보유한 생물 다양성의 보고다. SCMP는 “동물단체들이 수십억 달러 규모의 야생동물·목재 불법 거래를 벌이는 국제 조직 범죄 네트워크에 대한 강력한 단속을 오랫동안 촉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노이= 정지용 특파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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