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땅 향하는 민들레…화순 아이들 영화 우크라이나 간다

광주일보 2026. 5. 25.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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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순 작은 학교 학생들이 제작한 영화 ‘할머니와 나와 민들레’
9월 우크라이나 국제청소년영화제 개막작 선정
화순 청풍초 학생들이 직접 제작한 장편영화 ‘할머니와 나와 민들레’가 오는 9월 우쿠라이나에서 열리는 국제청소년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됐다. 영화 스틸컷.<무당벌레필름 제공>
탄광 마을 아이들이 만든 작은 영화 한 편이 ‘전쟁의 땅’ 우크라이나로 향한다. 교실과 운동장, 마을 어귀를 무대로 삼아 직접 카메라를 들었던 시골학교 학생들의 이야기는 이제 국경을 넘어 전쟁 속 어린이들과 만나게 됐다. 폐광 지역의 기억과 가족의 시간을 담아낸 영화는 우크라이나에서 평화와 위로의 메시지를 전할 예정이다.

화순 청풍초등학교 학생들이 제작한 장편영화 ‘할머니와 나와 민들레’가 우크라이나 국제청소년영화제 ‘2026 ICJ 국제영화상(ICJ Awards)’ 개막작으로 선정됐다. 작품은 오는 9월 우크라이나 서부 우즈호로드(Uzhhorod)에서 열리는 영화제 개막 행사에서 공식 상영된다.

우즈호로드는 러시아 침공 이후 비교적 안전한 지역으로 분류되며 피란민들이 모여든 도시다. 그러나 최근까지도 공습 경보가 이어지는 등 전쟁의 긴장은 계속되고 있다. 영화제 측은 전쟁 상황 속에서도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예술과 문화를 통해 서로의 삶을 나눌 수 있도록 행사를 이어가고 있다.

청풍초 학생들이 영화 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무당벌레필름 제공>
이번 영화는 전라남도교육청의 ‘영상으로 담아내는 작은학교’ 프로젝트를 통해 만들어졌다. 학생들이 학교와 지역의 이야기를 직접 영상으로 기록하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청풍초 학생 23명은 배우와 촬영, 연출, 스태프 역할까지 직접 맡아 장편영화를 완성했다.

작품의 배경은 화순의 폐광 지역이다. 영화 속 아이들은 ‘탐방원정대’를 꾸려 화순탄광을 찾아가고, 광부들의 삶과 마을의 역사를 마주한다. . 이 과정에서 치매를 앓는 할머니를 돌보느라 친구들과 멀어졌던 예슬이 역시 친구들과 마음을 터놓고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마지막에는 추모공원에서 희생된 광부들을 위한 작은 음악회를 열며 마음을 모은다.

영화의 무대가 된 화순탄광은 국내 석탄 산업의 상징적인 공간 가운데 하나다. 1905년 국내 최초로 광업권이 등록된 탄광으로, 한때 호남 지역 최대 규모 탄광으로 불렸다. 산업화 시기 수많은 광부들이 모여들며 지역 경제의 중심 역할을 했다. 하지만 석탄 산업 쇠퇴와 함께 화순탄광 역시 2023년 운영을 멈췄다.

아이들은 촬영 과정에서 탄광의 역사와 광부들의 삶을 배우며 자신들이 살아가는 지역의 시간을 영화 안에 담아냈다. 촬영은 학교뿐 아니라 논밭과 버스정류장, 느티나무 아래 등 마을 곳곳에서 진행됐다.

‘할머니와 나와 민들레’ 스틸컷.<무당벌레필름 제공>
영화를 지도한 이는 화순 출신 박기복 감독이다. 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 등을 연출한 박 감독은 영화 제작사 무당벌레필름과 함께 ‘청풍 할리우드 영화학교’ 프로젝트를 운영하며 학생들의 작업을 이끌었다.

박 감독은 “아이들이 자기 마을의 이야기를 직접 영화로 만들었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작은 시골학교 학생들의 진심이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에게도 따뜻하게 전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학생들도 해외 상영 소식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한 학생은 “우리가 만든 영화를 우크라이나 친구들도 본다고 생각하니 신기하다”며 “힘든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이 영화를 보며 조금이라도 웃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청풍초 학생들은 영화제 기간만이라도 평화가 찾아오기를 바라는 마음도 함께 전할 계획이다. 학생들은 UN 등 국제사회에 휴전을 호소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안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할머니와 나와 민들레’는 영화제 상영 이후 국제 영화교육 프로그램 ‘Cinema in Schools’를 통해 우크라이나 현지 학교 100여 곳에서도 상영될 예정이다.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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