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꺼낸 '일베 폐쇄'… 한국일보 "정부가 앞장설 일은 아니다"

박재령 기자 2026. 5. 25.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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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신문 솎아보기] 이 대통령 "일베 폐쇄, 공론화 검토 필요"
한국일보 "'일베' 사회악이나 정부 주도 처벌·규제는 과유불급"
한겨레 "플랫폼 규제, 차별금지법 제정 등 사회적 합의가 우선"
'5·18 모욕' 스벅 비판 계속되자 조선일보 "도 넘은 정부 대응"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 이재명 대통령. 사진=청와대

이재명 대통령이 극우 성향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폐쇄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을 두고 표현의 자유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는 신문 사설이 잇따랐다. 한국일보는 공론장 정화는 “시민이 주도할 일”이라며 “정부가 앞장설 일은 아니다”라고 했다. 경향신문도 “국가가 과도하게 개입하는 방식은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3일 자신의 엑스 계정에 “엄격한 조건 하에 조롱 혐오 표현에 대한 처벌과 징벌배상, 일간베스트저장소처럼 조롱 혐오를 방치 조장하는 사이트 폐쇄, 징벌배상, 과징금 등 필요조치를 허용하는 데 대한 공론화와 실제 검토가 필요해보인다”며 이를 국무회의에도 지시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일보 “국가가 직접 나서는 게 적절한가”

한국일보는 25일자 3면에 <'일베 폐쇄·처벌' 꺼내든 李대통령 국가가 직접 나서는 게 적절한가> 기사를 냈다. 한국일보는 “문제는 대통령과 정부가 직접 개입해 '메스를 대는' 방식이 적절하냐다”라며 “국가가 '공적 제재'에 나설 경우 자칫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물론, 공권력 남용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 때문”이라고 했다.

▲ 25일자 한국일보 3면 기사.

한국일보는 사설 <'일베' 사회악이나 정부 주도 처벌·규제는 과유불급>에서 “국가폭력 미화, 불법 계엄 옹호, 홀로코스트·침략 전쟁 찬성, 약자 혐오 등 반(反)사회적 주장을 확산시키는 극우 성향 커뮤니티 사이트 '일베'는 사회악이나 '어떤 의견과 주장이 사회적으로 용인 가능한가'를 판단하고 공론장을 정화하는 것은 시민이 주도할 일이다. 정부가 앞장서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국가 권력이 사상·표현을 통제할 권한을 갖는 것은 득보다 실이 훨씬 크다. 정치 권력이 시민과 언론의 정당한 의견 표명을 틀어막고 검열하는 명분이 될 수 있다”며 “공론장에 대한 정부 개입은 음란물 유포, 폭력 선동, 범죄 모의 등 명백한 불법 정보·주장 차단에 한정해 최소화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더구나 '일베' 등 특정 사이트를 폐쇄한다고 해서 극우 주장 자체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시민의 감시, 정치·사회적 양극화 해소 등을 통해 근본적으로 풀어갈 문제”라고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조롱, 여성혐오, 소수자 차별 등 눈살 찌푸려지는 콘텐츠들이 일베에서 우후죽순 쏟아지는 것은 맞다. 비상계엄 국면에선 부정선거 음모론 등 각종 극우적 주장들이 일베에서 확산되기도 했다. 그러나 국가가 나서서 이러한 사이트를 폐쇄하는 것은 공론장에서 퇴출시킬 정도의 주장을 국가가 판단한다는 의미가 된다. 헌법적 가치인 표현의 자유가 국가의 기준에 따라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다.

▲ 25일자 경향신문 사설.

경향신문은 사설 <일베류 혐오 규제 필요하나 표현의 자유 조화 이뤄야>에서 “조롱·혐오 표현은 차별·폭력을 정당화하고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키는 만큼 규제를 통해 용납돼선 안 된다는 신호를 주는 건 중요하다”면서도 “다만 형사처벌 등 국가가 과도하게 개입하는 방식은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유념해야 한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혐오 표현 규제는 헌법적 가치인 표현의 자유와 조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설계돼야 한다. 혐오 표현을 범죄화하고 처벌하면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우려도 작지 않은 만큼 국가 형벌권은 최후의 수단이어야 한다”며 “국가인권위원회가 혐오 표현과 관련해 자율 규제, 차별금지법 제정에 무게중심을 두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혐오 표현을 모두 세세하게 규정해 처벌하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도 하다. 극우 사이트를 폐쇄해도 제2, 제3의 일베가 나오는 '두더지 잡기 게임'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한겨레 역시 사이트 차단까지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3면 <일베 '혐오 놀이' 일상까지 침투·과시… “플랫폼 규제 필요”> 기사에서 한겨레는 “누리집 폐쇄 같은 단선적인 조처가 혐오 표현 확산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기보다는, 혐오 놀이를 음성화하는 등 부작용을 낳을 우려도 있다”며 “이날 이 대통령의 '일베 폐쇄' 관련 커뮤니티 댓글에는 '차라리 일베를 폐쇄해서 (이용자들이) 여기저기 퍼뜨리는 게 더 낫다', '반발심만 자극해 젊은 남성이 더욱 우경화될 것' 등의 반응이 나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때문에 플랫폼 규제나 차별금지법 제정 등 혐오 표현을 제어할 사회적 합의가 우선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고 했다.

“도 넘은 스타벅스에 도 넘은 정부 대응”

조선일보가 5·18민주화운동 모욕 논란이 불거진 스타벅스코리아에 대한 정부의 압박이 과도하다는 사설을 냈다.

조선일보는 25일 <도 넘은 스타벅스에 도 넘은 정부 대응> 사설을 내고 “스타벅스코리아에 대한 공격은 오히려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도 이 얘기를 꺼냈고, 정부 부처까지 나섰다. 행정안전부 장관은 스타벅스 불매운동을 촉구했고, 다른 부처도 이에 동참하고 있다. 분위기가 과열되면서 일선 스타벅스 직원들은 신변 안전 위협까지 느낀다고 한다. 스타벅스를 이용하는 일반 소비자를 비판하는 움직임도 있다”고 했다.

▲ 25일자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스타벅스코리아는 이미 서울경찰청 수사를 받고 있다. 하루빨리 수사해 잘못이 있으면 법적 처벌을 받아야 한다. 다만 정권 전체가 한 기업을 몰아붙이는 분위기가 도를 넘는다는 느낌을 준다. 뭐든 지나치면 좋지 않다”고 주장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지난 18일 '단테·탱크·나수데이'라는 이름의 행사 진행 공지를 띄웠다. 홍보 게시물에는 5월18일을 '탱크데이'로 지정해 '컬러풀 탱크 텀블러 세트', '탱크 듀오 세트' 등을 판매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행사 문구에는 '책상에 탁!'이라는 표현도 포함됐다. 이를 두고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탱크 진입을 연상시킨다는 비판과 1987년 고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 당시 치안본부의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쓰러졌다”는 발표를 인용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자 공지를 삭제했다.

스타벅스코리아가 세월호 참사 추모일인 2024년 4월16일에 '사이렌 머그잔'을 띄웠다는 사실이 뒤늦게 논란이 되기도 했다. 사이렌은 그리스·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배를 난파시키는 존재인데, 이를 알고도 일부러 세월호 참사 날에 맞춰 이 상품을 내놓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3일 스타벅스코리아가 세월호 참사 10주기에 '사이렌 머그잔'을 출시했다며 “악질 장사치의 패륜 행위”라고 비판했다.

▲ 25일자 조선일보 1면 기사.

조선일보는 1면에 <스타벅스 논란, 선거판 휘젓다> 기사를 내면서 “야권을 중심으로 '지방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를 갈라치기하면서 호남 등 민주당 지지층을 결집시키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제기됐다”고 보도했다. 2면에는 스타벅스 텀블러·머그컵을 부수는 시민단체의 사진과 함께 <스벅 직원에 “똑같은 X” 폭언… 신세계 “의도 없다 해명해도 믿겠나”> 기사를 냈다. 스타벅스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과도하다는 논조가 유지됐다.

중앙일보도 <스타벅스 마케팅 논란, 시민사회 성숙한 공론으로 해법을> 사설에서 “국민적 아픔이 깃든 역사를 폄훼하는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대통령의 연이은 SNS 지적과 정부 주도로 민간 기업인 스타벅스에 대한 불매운동까지 펼쳐지는 상황은 과유불급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숙고해 볼 필요가 있다”며 “국가 전체가 한 기업을 집중공격하는 모습에 스타벅스의 황당한 마케팅에 분개했던 소비자들마저 당혹감을 느끼고 있다. 국민의 상식적 판단과 시장 원리로 충분히 바로잡을 수 있는 사안에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할 경우 도리어 사회의 갈등과 분열을 자극할 개연성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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