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지 앞만 보고 뛰던 시절을 뒤로하고···“이제 남은 생 편히 쉬렵니다”

김태희 기자 2026. 5. 25.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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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화성시 ‘말 복지 휴양목장’ 가보니
퇴역한 경주·승용마 위한 재활·휴식공간 갖춰
사람 다가가자 경계하다 이내 관심보여
구조→재활→입양 선순환체계 구축 예정
지난 13일 경기 화성시 마도면의 경기도 말 복지 휴양목장에서 말들이 달려가고 있다. 김태희기자

최근 경기도 화성 마도면에 문을 연 ‘말 복지 휴양목장’(휴양목장)에 사는 말들은 모두 은퇴한 경주마나 승용마다. 한때 앞만 보고 뛰어다녔을 말들이지만 이제는 휴식을 취하며 새로운 삶을 준비하고 있다.

말은 경마장에서 뛰는 경주마와 승마장에서 사람들을 태우는 승용마로 나뉜다. 경주마는 통상 5~6살 정도면 은퇴한다. 이후 승용마로 전향해 사람들을 계속 태우기도 하지만 보금자리를 다시 찾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퇴역마들은 마땅한 관리 체계가 없어 방치되거나 학대당하는 등 동물 복지 사각지대에 놓이기 일쑤다. 휴양목장은 상처 입은 말들이 새로운 삶을 준비하는 공간으로, 현재 퇴역마 8마리가 함께 살고 있다.

1만8607㎡ 규모의 휴양목장에는 넓은 방목장과 재활 공간, 휴식 공간 등을 갖췄다. 은퇴 경주마와 승용 전환 대상마, 구조된 말 등에게 사람과 공존할 수 있는 안정적인 휴양과 재활 중심의 환경을 제공한다.

지난 13일 찾은 휴양목장에는 갈기가 짧은 말들도 눈에 띄었다. 경주마들은 공기 저항을 줄이기 위해 갈기를 짧게 자른다. 갈기가 짧다는 것은 은퇴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말들은 사람이 다가가자 경계하는 듯하다가도 이내 다가와 관심을 보였다. 이날 방목장 한쪽에 있던 승용마 ‘리비’도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리비는 포항의 한 승마장에서 방치 상태로 발견됐다. 한국마사회 말 보호 모니터링센터가 지난해 12월 제보를 받고 현장을 점검한 결과, 해당 승마장은 경영난으로 폐업한 상태였고 말들은 제대로 먹지도 못한 채 장기간 방치돼 있었다. 리비는 당시 구조된 세 마리 중 하나다.

당시 영양 상태가 좋지 않아 푸석푸석했던 리비의 털에도 이젠 제법 윤기가 흘렀다. 가까이 가 쓰다듬으면 언제 사람을 피했냐는 듯 어리광을 부리기도 했다.

지난 13일 경기 화성시 마도면의 경기도 말 복지 휴양목장에서 말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김태희기자

올해 25살인 리비는 사람 나이로 치면 100살에 가깝다. 과거 화성에 있었던 농수산대학교에서 태어나 ‘승용마’로 평생 사람을 태우고 다녔다. 경기도 승마장 몇 군데를 거쳐 포항까지 갔다가, ‘고향’인 화성으로 돌아온 리비는 여생을 휴양목장에서 보낼 계획이다.

리비는 농수산대학교에서 자신을 처음 교육했던 김영일 교관과도 이곳에서 재회했다. 김 교관은 “말은 사람 걸음걸이 등을 보고 알아보는데 저를 잊지 않고 알아보는 것 같았다”며 “리비를 다시 만나 너무 반가웠고 남은 시간을 행복하게 보내게 해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경기도는 리비 사례처럼 휴양목장을 통해 구조와 재활, 입양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체계를 만들고 보호 기반을 넓힐 계획이다. 관리 대상 말 마릿수를 단계적으로 늘리는 한편 한국마사회와 각 지자체가 연계해 학대 예방 등에도 나설 방침이다.

이양수 경기도 축산진흥센터 소장은 25일 “말들에게는 자유롭게 뛰어다니는 공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될 것”이라며 “무한정 은퇴마를 받을 순 없겠지만, 공공이 나서 동물복지의 사각지대를 해소했다는 선례를 만들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라고 말했다.

김태희 기자 kth0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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