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에서 통하면, 세계서도 통한다
외국인 관광객 돌아오자, 명동 살아나... 공실률 5%대로 낮아져
명동서 인기 끌면 해외 매장에 그대로 적용, 테스트베드 역할도

지난 22일 오후 서울 명동 유니클로 매장 앞. 입장 줄이 100m가량 늘어선 가운데 곳곳에서 영어와 중국어, 일본어 등 외국어가 뒤섞여 들려왔다. 매장에 들어선 외국인 손님들은 ‘을지다방’ ‘진주회관’ 같은 글자를 새긴 티셔츠를 구경하고 연신 사진을 찍었다.
이날 유니클로는 코로나와 노재팬 사태로 명동에서 철수한 지 약 5년 만에 명동에 국내 최대 규모의 대형 매장을 열었다. 약 3300㎡(1000평) 규모로, 유니클로의 130여 한국 매장 중 유일하게 ‘글로벌 플래그십 스토어(핵심 대형 매장)’ 이름을 달았다. 유니클로는 “한국 고객뿐 아니라 명동을 방문하는 전 세계 고객을 대상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알리겠다”고 했다.

명동 상권이 외국인 관광객을 등에 업고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한때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50%를 넘기던 공실률은 5%대까지 낮아졌고 글로벌 유명 브랜드부터 해외 진출을 준비하는 한국 브랜드까지 명동에 잇따라 대형 매장을 내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방한 외국인 관광객은 지난해 1894만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고 올해 1분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23% 늘어난 474만명을 기록했다. 올해만 2200만명 넘는 외국인 관광객이 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K여행 붐을 등에 업고 한때 쇠락했던 명동이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한 것이다.
◇명동에 대형 매장 속속
이날 약 3100㎡(약 950평) 규모인 ‘올리브영 센트럴 명동 타운’ 매장 안은 손님 대부분이 외국인이었다. 올리브영은 명동에서만 9개 매장을 운영 중인데, 지난 3월 문을 연 이 매장은 전체 매출 중 외국인 매출 비율이 95%에 달한다.
K팝 아이돌 콘서트를 보러 칠레에서 왔다는 마리아나(46)씨는 “숙소가 근처에 있는데 한국에 가면 반드시 마스크팩을 사라는 말을 들어서 필수 방문 코스로 넣어뒀다”고 말했다. 모로코에서 온 마리아(30)씨는 “틱톡에서 K메이크업, K에스테틱, K패션 같은 영상을 자주 접하면서 한국 여행에 관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K뷰티뿐 아니라 K패션 브랜드도 속속 명동에 거점을 늘리고 있다. 무신사는 지난 1월 ‘무신사 스토어 명동’을 열었고, 오는 9월엔 자체브랜드(PB) 제품을 파는 ‘무신사 스탠다드 명동중앙점’을 1650㎡(약 500평) 규모로 열 예정이다. 재작년 오픈한 명동점까지 더하면 총 3개 매장이 명동에 집결하는 것이다.

코오롱FnC가 운영하는 코오롱스포츠 역시 지난 1월 명동성당 맞은편에 지상 2층 규모 플래그십 매장을 열고 외국인 관광객을 공략하고 있다. 현재 매출의 90% 이상이 외국인에게서 나온다. 이 회사 관계자는 “특히 명동 매장 전용 상품의 경우 ‘서울 로고와 호랑이 디자인이 한국적’이라며 기념품으로 사 가는 고객이 많다”고 말했다.
◇해외 진출 전 테스트베드 역할도
외국인이 찾는 지역이 다양해지는 추세지만 명동은 여전히 서울 외국인 관광객의 1위 여행지다. 지난 3월 서울관광재단이 서울 방문 외국인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3.4%가 “명동을 방문했다”고 답해 주요 관광지 중 가장 비율이 높았다.
업계에선 기업들이 단순히 명동에서 매출을 올리는 것 외에도 해외 진출 전 일종의 테스트베드 역할도 한다고 본다. 고객 동선이나 선호도 같은 데이터를 모아 해외에 매장을 낼 때 활용한다는 것이다.
하고하우스가 운영하는 패션 브랜드 마뗑킴은 지난 2024년 8월 명동점을 개점한 후 그해 10월 홍콩에 첫 해외 매장을 열었다. 현재 홍콩 6개점, 대만 7개점, 마카오 2개점, 일본 3개점 등으로 확장했다. 회사 관계자는 “명동점 오픈 이후 외국인 고객의 폭발적인 매출 실적을 경험하고 나라별 고객 선호도 같은 데이터를 축적해 해외 진출 때 활용했다”고 말했다.
오는 2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에 미국 1호점을 내는 올리브영도 한국 올리브영에서 인기를 끈 피부·두피 진단 서비스 같은 체험 요소들을 대거 옮겨왔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명동이나 성수 같은 외국인 고객이 많은 매장에서 체험 서비스부터 고객 응대까지 많은 부분을 참고해 미국 매장에 반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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