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사량 메탄올 담긴 소주병 부친 집앞에 둔 아들…“특수협박 아냐”
“특수협박 성립하려면 위험 물건 ‘휴대’해야…원심이 법리 오해”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는 특수존속협박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협박 등의 혐의로 기소된 A(52)씨 사건에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24년 3월 11일부터 19일까지 모두 다섯 차례에 걸쳐 치사량 수준의 메탄올을 소주병에 넣은 뒤 부친 B씨 집 현관문 앞에 두고 간 혐의를 받는다. 병에 들어 있던 메탄올 농도는 각각 79.9∼94.1% 수준으로 조사됐다.
당시 A씨는 이미 숨진 친할머니가 남긴 것처럼 꾸민 메모도 소주병에 붙였다. 메모에는 “빨리 보고 싶다. -엄마가-”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1·2심은 피해자에게 해악을 고지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판단해 특수존속협박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치사량의 메탄올이 담긴 소주병과 친할머니 명의 메모가 피해자에게 충분한 공포심을 줄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A씨가 위험한 물건을 협박 과정에 이용한 것은 맞지만, 형법상 특수존속협박죄 구성요건인 ‘휴대’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형법은 위험한 물건을 휴대해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협박한 경우 특수존속협박죄로 가중처벌하도록 규정한다. 기존 대법원 판례는 여기서 말하는 ‘휴대’를 범행에 사용할 의도로 위험한 물건을 몸에 지니거나 소지한 상태로 해석하고 있다.
대법원은 “위험한 물건을 휴대해 협박한 경우 가중처벌하는 이유는 범행 방법의 위험성으로 인해 해악의 실현 가능성과 구체성이 높아져 피해자의 의사결정 자유를 더 크게 침해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이 위험한 물건을 휴대했다고 인정하려면 범행 현장에서 해당 물건을 사실상 지배하면서 언제든 사용할 수 있는 상태였다고 볼 수 있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A씨가 소주병을 현관 앞에 둔 뒤 현장을 떠났고, 병에는 친할머니 명의 메모가 붙어 있어 피해자가 이를 마시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할 때 A씨가 메탄올 소주병을 사실상 지배하며 해악 실현 가능성을 높인 상황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대법원은 A씨에게 협박의 고의 자체는 인정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원심의 협박 고의 인정은 수긍할 수 있다”면서도 “특수존속협박죄의 ‘휴대하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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