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구가 좋았다, 직구만 던졌다, 직구를 맞았다···주저앉은 키움 유토는 무엇이 분했을까

안승호 기자 2026. 5. 25.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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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마무리 유토. 키움 히어로즈 제공

KBO리그 1군 역사에 이런 볼배합이 있었을까. 키움 마무리 유토는 지난 24일 잠실 LG전에서 4-3이던 9회 마운드에 올라와 28구를 던지면서 변화구를 1개만 던졌다. 27구가 직구였다.

보는 사람 모두가 ‘다음은 변화구 하나를 던지겠지’라고 짐작하기를 거의 무한 반복한 끝에 24구째를 포크볼로 선택했다. 2사 1·2루, LG 박해민을 상대로 던진 3구째 공으로 헛스윙을 끌어냈다. 그러나 키움 배터리는 다시 피치컴 버튼을 바꿔 4구 연속 직구로 밀어붙인 끝에 끝내기 3점홈런을 허용하고 말았다.

박해민과 LG 선수들이 세리머니를 하는 사이 유토는 마운드에 주저앉았다. 고개를 숙이고 화를 토해냈다.

직구만으로도 세이브를 챙길 수 있었다. 유토는 9회 등판해 포심패스트볼만으로 송찬의를 삼진 처리하고, 구본혁도 2루수 땅볼로 잡았다. 이재원에게 던진 초구 직구로 내외야 사이의 평범한 뜬공을 끌어냈다. 마지막 아웃카운트가 돼야 했을 타구는 야수들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2루타로 연결됐다.

끝내기 실점을 허용한 투수는 대개 고개를 살짝 떨구고 마운드 밖으로 걸어 나간다. 유토는 잠시나마 마운드를 떠나지 못했다. 어떤 점이 아쉬웠을까.

경기 엔딩의 복선이 된 수비 한 장면이었을까, 직구만을 던진 볼배합에 대한 후회였을까.

키움 유토가 지난 24일 잠실 LG전에서 박해민에게 끝내기 홈런을 맞고 마운드에 주저앉아 있다. SBS스포츠 중계화면 캡쳐

배터리와 타자와 싸움은 때론 가위바위보 게임과 비슷하다. 상대가 무엇을 낼지 미리 예측하고 것이 곧 게임을 이기는 법이다. 투타 대결도 투수별로 패턴화돼 있는 구종과 코스를 두고 치열한 머리싸움을 한다. 이날 유토와 포수 김건희가 이룬 키움 배터리와 LG 타자와 승부 사이에는 수싸움이 없었다. 박해민 또한 “직구가 또 던질 것이라는 생각으로 스윙을 했다”고 말했다.

유토는 최근 경기에서 직구 비율을 대폭 올리고 있었다. 아시아쿼터로 KBO리그 첫 경기를 치른 지난 3월28일 대전 한화전에서 25구 가운데 60%인 15구만을 직구로 던졌으나 지난 20일 고척 SSG전에서 93.3%에 이르는 직구 비율을 보이더니 이날 LG전에서는 구종 비율로는 96.4%의 직구를 던졌다.

최근 직구 구사율을 높인 것은 직구가 좋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유토는 이달 초순까지만 하더라도 직구 평균구속이 146~149㎞를 오갔으나 지난 17일 NC전에서 직구 평균 구속 152.1㎞를 찍은 뒤로 직구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이날 LG전 직구 평균구속도 152㎞였다.

투수들이 마운드에 올라 직구만을 던지는 경우가 아예 없지는 않다. 재활 뒤 점검 차원에서 퓨처스리그 또는 연습경기 마운드에 오를 때 직구만을 던질 때가 있다. 미국프로야구 마이너 하위리그에서 어린 투수들이 빠른 공 위주로 볼배합을 가져가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날의 직구는 스스로를 확인하기 위해 던지는 구종이지 타자와 싸움을 위한 무기는 아니다. 유토는 LG전에서 정말 좋은 직구를 던졌다. 그런데 직구만 던졌고, 직구를 맞았다. 유토는 어떻게 경기를 복기하고 마운드에 다시 오를까.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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