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임금피크제 형사고소 예고···“과반노조 동의 없었다” 주장
퇴진 간부 현승건씨 “현재도 적용 중인 제도라 고소 이르게 돼”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현대자동차 임금피크제 도입 절차를 둘러싼 논란이 형사 영역으로까지 번질 전망이다. 이미 관련 민사소송 1심이 진행 중인 가운데 현대차 전 직원이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회사를 고소하겠다고 나서면서다. 기존 분쟁이 임금 반환과 손해배상 등 민사 중심이었다면 이번에는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절차 자체를 문제 삼는 형사 대응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현대차 퇴직 간부이자 전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연구일반직지회 지회장인 현승건씨는 오는 26일 현대자동차 주식회사를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형사 고소할 예정이다.
고소장 핵심은 현대차가 2016년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면서 근로기준법 94조가 정한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절차를 위반했다는 주장이다. 근로기준법 94조는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할 경우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으면 해당 노조의 동의를 받도록 규정한다. 과반수 노동조합이 없을 경우에는 근로자 과반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현씨 측은 당시 현대차에 이미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존재했는데도 회사가 해당 노조의 동의를 받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고소장에는 2015년 기준 현대차 근로자 수가 6만2787명이고 노동조합원 수가 4만7808명으로 기재돼 있다. 현씨 측은 이를 근거로 "근로자 과반수 노동조합이 존재한 상태였다"고 보고 있다.
반면 회사는 임금피크제 도입 과정에서 연구직과 일반직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별도 동의를 받았다는 것이 현씨 측 주장이다. 현씨 측은 이를 두고 "과반 노동조합이 존재하는 이상 개별 근로자 동의나 일부 직군 동의로는 근로기준법상 요건을 충족할 수 없다"고 본다.
고소장에는 대법원 판례도 다수 인용됐다. 현씨 측은 대법원이 기존 판례에서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조의 동의를 받아야 하고 개별 근로자들의 동의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취지로 판단해왔다고 주장했다.
◇"노조 존재 알고도 허위 신고" 주장
현씨 측은 취업규칙 변경신고 과정 자체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고소장에 따르면 현대차는 2015년 12월14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임금피크제 시행 관련 취업규칙 변경신고서를 제출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노동조합 현황을 실제와 다르게 기재했다는 것이 현씨 측 주장이다.
현씨 측은 과거 현대차 취업규칙 변경신고 문건도 함께 제시했다. 2004년 취업규칙 변경신고 당시에는 '노동조합 없음'으로 신고했던 반면 2015년 신고에서는 노동조합이 존재하는 것으로 기재됐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현씨 측은 실제 과반노조가 존재했는데도 회사가 법 적용을 회피하기 위해 형식적으로 신고를 진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소장에는 "피고소인은 과반수 노동조합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취업규칙 변경신고서를 작성했다"는 취지의 내용도 담겼다. 현씨 측은 이를 근거로 단순 행정상 하자가 아니라 근로기준법 위반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씨는 시사저널e에 "임금피크제 도입은 오래전 일이지만 지금도 계속 적용되고 있는 제도"라며 "현재도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위법 상태 역시 계속되고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은 민사소송 중심으로 다퉈졌지만 근로기준법상 절차 위반 여부도 별도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이번 고소는 현대차 임금피크제 분쟁이 민사에서 형사 영역으로 확대되는 첫 사례에 가깝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현재 진행 중인 민사소송은 임금 삭감분 반환과 손해배상 책임 등을 다투는 사건이다. 반면 이번 형사 고소는 제도 도입 자체의 절차적 적법성을 문제 삼고 있다는 점에서 결이 다르다.
다만 실제 형사책임 인정 여부는 별개의 문제라는 분석도 나온다. 수사기관은 당시 노사 교섭 구조와 취업규칙 변경 절차, 실제 동의 주체, 회사 측 인식과 고의성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임금피크제가 약 10년 가까이 운영돼 왔고 그동안 노사 간 단체교섭과 후속 합의 등이 이어져 온 만큼 단순 절차상 하자만으로 형사처벌까지 가능할지를 두고 법리 공방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한편 현씨 측은 근로기준법 위반 고소 외에도 공전자기록불실기재 및 기망행위 등에 대한 추가 고소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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