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에 스팸 받고 좋아했는데”…수억 성과급에 중기근로자 ‘박탈감’

양세호 기자(yang.seiho@mk.co.kr) 2026. 5. 25. 09:15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성과급 잠정 합의안에
중소기업 직원들 “자괴감 든다”
경영자 “직원관리 힘들다” 토로
벤처인, 테크업계 부담가중 우려
지난 20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삼성전자 임금협상을 마친 후 여명구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 사업 담당) 피플팀장과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잠정 합의안에 서명한 후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의 한 중소기업에 재직하는 A씨는 삼성전자 노사가 잠정 합의안을 도출한 것을 보고 자괴감이 몰려왔다고 한다. A씨는 “수 억원의 성과급을 받을 수 있는 삼성전자 노사의 잠정합의안을 보고 상대적 박탈감을 느꼈다”며 “지금은 상대적 박탈감을 넘어 나는 어떻게 살아왔나 생각하며 괴로운 수준”이라고 밝혔다. 경기도 소재 중소기업 대표 B씨는 “삼성전자의 파업이 직원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해 사기를 떨어뜨린다”며 걱정했다.

삼성전자 노사가 성과급 관련 잠정 합의을 도출하면서 중소기업계 관계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더 커지고 있다. 중소기업 재직자들이 대체로 받아본 적 없는 성과급에 자괴감을 느끼는 한편, 중소기업 경영자들은 직원들 관리 뿐만 아니라 채용도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분위기를 전했다.

앞서 지난 20일 밤 삼성전자 노사는 경기고용노동청에서 2026년 임금협상 잠정 합의안에 서명했다. 합의안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는 사업성과의 10%대를 성과급 재원으로 고정하게 됐고, 반도체(DS) 부문 임직원은 올해 세전 최대 6억원가량(연봉 1억원 기준)의 성과급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올해 적자가 유력한 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부문도 최소 1억6000만원의 성과급을 받을 수 있다.

삼성전자 파업에 중소기업 재직자들은 우울한 심정이다. 성과급을 논하는 것 조차 ‘사치’이기 때문이다. 중소기업 직원 C씨는 “몇 년 동안 노력하면서 좋은 성과를 냈는데 성과급을 받은 기억이 손에 꼽는다”며 “대다수 중소기업 직원들은 성과급을 받아본 적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중소기업 재직자 D씨는 “실적이 좋을 때도 생각하기 힘든 게 중소기업의 성과급”이라며 “노조가 있는 게 이렇게 부러울 수 없었다”고 말했다.

스타트업과 중소기업 대표들은 삼성전자 성과급 사태가 다른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인력 채용과 관련해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앞으로는 더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스타트업 대표 E씨는 “이렇게 반도체 부문이 많은 성과급을 주게 되면 상대적으로 기술력이 필요한 딥테크 스타트업들이 인력을 구하기 어려워질 것 같다”고 밝혔다. E씨는 스타트업계의 임원들 사이에선 삼성전자 노조가 욕심을 부린 것 같다며 비판하는 입장이 많다고 전했다.

중소기업 대표 B씨는 삼성전자의 투자 재원이 성과급으로 활용되는 건 아니냐며 걱정했다. B씨는 “시장경제체제에서 성과에 대한 보상을 요구할 순 있지만 수억 원의 성과급을 바라는 건 과도하다”며 “이해당사자들 빼곤 정의롭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TSMC처럼 기업 하나가 나라를 지탱할 수 있을 정도로 키워나갈 생각을 해야 하는데, 회사와 임직원들이 힘을 하나로 합쳐도 모자랄 판에 파업까지 하는 건 안타까운 결정이다”라고 밝혔다.

또 다른 대표는 성과급 잠정 합의안에 대해 지속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 소재 스타트업 대표 F씨는 “메모리 수요 증가로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급격하게 늘었다고 해도 좀 과하다고 생각한다”며 “이렇게 호황일 때야 상관이 없지만 나중에 업황이 안좋아지만 회사 차원에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