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고장 멸종위기종] 보호구역 안에서도 위태로운 백양더부살이

우다영 기자 2026. 5. 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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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핀 백양더부살이. (사진 제보자 A씨 제공)/뉴스펭귄

한때 국내에서 자취를 감춘 것으로 여겨졌던 희귀 기생식물이 있다. 전북 정읍에서 다시 발견돼 살아가는 '백양더부살이'다. 하지만 최근 이 식물 일부가 예초(풀베기) 작업 과정에서 훼손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멸종위기종 보호 체계 공백 문제도 함께 드러났다.

백양더부살이는 기후에너지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 식물이다. 현삼목 열당과 초종용속에 속하는 기생성 여러해살이풀로, 다른 식물 뿌리에 붙어 영양분을 얻으며 살아간다. 줄기는 여러 대가 모여 나고 갈색빛을 띠며, 줄기 끝에는 푸른 보라색 꽃이 이삭 형태로 달린다.

국립생태원에 따르면 백양더부살이는 1928년 전북 내장산에서 한 차례 채집된 이후 오랫동안 발견 기록이 없어 사실상 멸종한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2003년 전북 정읍시에서 다시 발견되면서 국내 자생 사실이 재확인됐다.

이 식물은 하천 변 자갈이나 모래땅처럼 양지바르고 낙엽층이 거의 없는 환경에서 매우 드물게 살아간다. 특히 쑥류 식물 뿌리에 기생하는 특성이 있다. 4~5월 꽃이 피고, 6~7월 열매를 맺는다.

현재 국가적색목록에서는 멸종 우려 범주인 '취약(VU)'으로 평가된다. 국립생태원은 하천 개발과 도로 공사 등에 따른 서식지 감소, 주변 식생 변화, 무분별한 채취와 탐방 등을 주요 위협요인으로 설명하고 있다.

"책임 없는 보호에 위태로운 백양더부살이"
예초에 잘린 백양더부살이. (사진 제보자 A씨 제공)/뉴스펭귄

그런데 최근 정읍 내장저수지 둑방 인근에서 백양더부살이 일부가 예초 작업 과정에서 훼손됐다는 제보가 접수됐다. 해당 구역은 국립공원구역 일부이며, 둑방 시설은 한국농어촌공사 정읍지사 수자원관리부가 관리하는 곳이다.

익명을 요구한 제보자 A씨(뉴스펭귄 독자, 정읍시민생태조사단)는 지난 17일 "예초 작업으로 백양더부살이가 훼손될 위험이 크다"며 관련 상황을 <뉴스펭귄>에 제보했다. 이어 "시민조사단 차원에서 계속 주의를 줬는데도 지자체와 관련 기관 가운데 누구도 책임 있게 대응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A씨는 지난 16일 우연히 현장에서 예초 작업이 진행 중인 모습을 확인했다. 이후 제보 당일 해당 구역을 다시 찾았고, 백양더부살이 일부가 실제로 잘려 나간 상태를 발견했다.

A씨는 "국립공원공단과 한국농어촌공사, 정읍시민생태조사단 등 다 같이 당일 백양더부살이 훼손 모습을 확인했다"며 "하지만 국립공원공단은 멸종위기종 안내 표지판을 설치할 경우 오히려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돼 훼손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이유로 적극적인 조치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농어촌공사 측은 식물 존재를 몰랐다고 했고, 식물 보존 책임자가 누구인지 묻자 담당자가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시에서는 환경청에 문의하라고 안내했다"고 말했다.
예초가 마무리 된 현장. (사진 제보자 A씨 제공)/뉴스펭귄

국립공원공단 내장산국립공원사무소(이하 공단) 관계자는 지난 20일 <뉴스펭귄>과의 통화에서 "전문가, 한국농어촌공사 전북지방환경청 관계자와 함께 서식지와 개체군 규모를 확인했으며, 일부 개체가 예초 작업 과정에서 훼손된 사실도 확인했다"고 말했다.

공단 관계자에 따르면 전체 개체군 가운데 예초기로 손상된 개체는 약 60개체 중 23개체다.

다만 훼손 양상은 당장 파악할 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단 관계자는 전문가 자문 내용을 근거로 "백양더부살이는 쑥 뿌리에 기생하는 식물인데, 예초 과정에서 전체가 뽑혀 나간 것은 아니고 꽃이 핀 상단부 일부가 잘린 상태"라며 "아랫부분은 살아 있어 다시 포자를 형성하면 내년에 재출현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예초로 손상이 발생한 것은 맞지만, 이것이 내년 개체군에 큰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향후 전문가와 모니터링을 통해 영향을 확인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예초 작업은 한국농어촌공사 측이 진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공단 관계자는 "해당 구역은 제방 시설로 농업용수를 관리하는 곳이라 안전관리 차원에서 예초 작업과 안전점검을 진행한 것으로 안다"며 "둑에서 물이 새는지 등을 점검하기 위해 작업이 이뤄졌다고 설명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해당 지역은 백양더부살이 서식지이자 농어촌공사 관리 구역이라 출입이나 관리 행위 자체를 완전히 막기는 어렵다"며 "다만 앞으로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예초 등 작업이 필요할 경우 사전에 공단과 협의한 뒤 진행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사진 제보자 A씨 제공)/뉴스펭귄

해당 구역은 국립공원구역이면서, 저수지 둑방 시설 관리는 한국농어촌공사 정읍지사 수자원관리부 관할이다.

한국농어촌공사 정읍지사 수자원관리부 관계자는 지난 20일 <뉴스펭귄>과의 통화에서 "저수지는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농업용수 공급뿐 아니라 제방이 붕괴할 경우 내부의 물이 인명·재산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안전 점검과 관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안전기술본부에서 안전점검 또는 안전진단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예초 작업이 이뤄졌다"며 "예초는 안전기술본부 측에서 진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농어촌공사 안전기술본부 관계자는 같은 날 <뉴스펭귄>에 "확인 후 회신하겠다"며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일이냐"고 말했다. 22일 기준 회신은 오지 않은 상태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인 백양더부살이는 현행법상 허가 없이 훼손하거나 채취할 수 없다.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14조는 멸종위기 야생생물의 포획·채취·훼손 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며, 학술연구나 복원 목적 등 제한된 경우에만 정부 허가를 받아 예외적으로 가능하게 하고 있다. 또한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을 허가 없이 훼손할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만 원 이상 3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