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나도 2억 챙기는데, 흑자 내고 달랑 50만 원?"... 뿔난 삼성전기·SDI "우리도 파업 가자"
흑자 냈지만 보너스는 50만 원… 삼성전기·SDI 노조, 제도 개편 위한 연대 조짐 '초비상'
무너진 '성과주의' 원칙… "파업하면 준다" 아찔한 학습효과가 부른 삼성의 딜레마

[파이낸셜뉴스] 삼성전자 노사가 벼랑 끝에서 합의한 '특별경영성과급' 제도가 삼성그룹 전체를 뒤흔드는 뇌관으로 떠올랐다.
반도체(DS) 부문 파업이라는 최악의 사태는 면했지만, 이번 합의가 쏘아 올린 막대한 성과급 격차가 다른 계열사 직원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키며 새로운 노사 갈등의 불씨가 되고 있다.
발단은 지난 20일 도출된 삼성전자 노사 잠정합의안이다. 합의안에 따르면, 반도체 사업부(DS)는 영업이익 달성 시 전액 자사주로 지급되는 특별경영성과급을 받게 된다. 올해 영업이익 300조 원을 달성할 경우 메모리사업부 직원은 기존 초과이익성과급(OPI)을 합쳐 6억 원 수준의 막대한 보상을 쥐게 된다.
무엇보다 계열사 직원들을 허탈하게 만든 것은 적자를 내고 있는 시스템LSI와 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사업부조차 공통 재원 분배 원칙에 따라 최소 1억 6000만 원, OPI 포함 시 2억 원이 넘는 성과급을 챙긴다는 사실이다.
반면,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전기 등 주요 계열사의 현실은 혹독하다. 묵묵히 실적을 책임져 온 계열사의 '김 부장'들과 이제 막 짐을 짊어진 '이 사원'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객관적인 통계표 앞에서 여과 없이 드러난다. 올해 삼성디스플레이(6.2%), 삼성전기(5.9%), 삼성SDI(4.0%)의 임금 인상률은 전반적으로 삼성전자를 넘어서지 못했다.

더 큰 문제는 불합리한 성과급 산정 구조다. 삼성전자 DS부문이 OPI 산정 방식을 기존 경제적 부가가치(EVA)에서 투명한 '영업이익 10%'로 변경한 것과 달리, 계열사들은 여전히 사측에 유리한 EVA 기준에 묶여 있다.
삼성전기의 경우 지난 2023년 6000억 원 이상의 흑자를 기록하고도 OPI 지급률이 연봉의 1%(신입사원 기준 약 50만 원)에 그쳤다. 전기차 캐즘(수요 정체) 직격탄을 맞은 삼성SDI는 지난해 OPI가 아예 '제로(0)'였다. 적자 부서는 2억 원을 챙기고, 흑자를 낸 계열사는 50만 원을 받는 기형적인 보상 구조가 평소 스스로를 '삼성후자'라 자조하던 계열사 직원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계열사 노조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당장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전기는 OPI 산정 방식을 영업이익 기준으로 개편하기 위한 여론 수렴과 사측 압박에 나설 채비를 마쳤다.

시장이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파업의 학습효과'다. 이미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는 파업에 돌입한 뒤 현재 준법 투쟁을 이어가고 있으며,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파업 위기를 피하려 당초 3.0%였던 인상률을 4.3%로 급격히 올려 타결했다.
철저한 통계와 실적에 근거하던 삼성 특유의 '성과 있는 곳에 보상 있다'는 대원칙이 무너지고, '강경 투쟁이 곧 파격 보상'이라는 공식이 성립된 셈이다.
파업의 실익을 확인한 각 계열사 노조가 연대하여 세를 불릴 경우, 삼성그룹은 매년 임금협상 시즌마다 걷잡을 수 없는 구조적 진통에 직면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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