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재테크] “투자하고 싶은데 돈이 없다면?”…종잣돈 모으는 첫걸음 ‘통장 쪼개기’

윤은영 기자 2026. 5. 25. 08:00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오늘부터 재테크] (3) 통장 쪼개기
통장 개수보다 중요한 건 ‘돈의 목적’
소비·비상금·저축·경조사 등으로 나눠야
가계부로 소비 파악한 뒤 비율 조정
복잡한 관리보다 ‘단순한 자동화’ 중요

“투자를 시작하고 싶은데, 굴릴 돈이 없어요.”

요즘 같은 투자 열풍에서 흔히 토로하는 고민이다. 주식이나 상장지수펀드(ETF)에 관심은 많지만 정작 투자할 돈이 없어 시작부터 막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투자에 필요한 첫 자본은 흔히 ‘시드머니’라고 부른다. 말 그대로 씨앗이 되는 돈, 즉 종잣돈이다. 씨앗이 있어야 나무를 심을 수 있듯 투자도 처음 굴릴 돈이 있어야 첫걸음을 뗄 수 있다.

문제는 이 종잣돈을 만드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점이다. 월급은 들어오지만 카드값과 보험료, 월세가 빠져나가고 나면 종잣돈은 커녕 한달 살림도 빠듯할 때가 많다. 이럴 때가장 먼저 해볼 수 있는 방법이 바로 ‘통장 쪼개기’다.

재테크 전문가 김나연씨.

통장 쪼개기는 월급·소비·저축·비상금처럼 돈의 쓰임에 따라 통장을 나눠 관리하는 방식이다. 

재테크 관련 서적을 10권 펴낸 김나연씨(38·경기 성남)는 10년 넘게 돈 관리와 자산 형성을 주제로 강의해온 금융교육 전문 강사다. 금융감독원 등 여러 공공기관에서도 재테크 방법을 강의하고 있다. 김씨는“통장 쪼개기의 핵심은 개수가 아니라 목적”이라고 강조한다.

통장 어떻게 나누면 될까
순자산 5억원 달성을 눈앞에 둔 김씨도 처음부터 돈 관리를 잘했던 것은 아니다. 공대를 나온 그는 대학생때만 해도 재테크와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그러다 당시 유행하던 블로그에 통장 관리, 적금, 카드 혜택 같은 금융 정보를 가볍게 올리기 시작했고, 2013년 도서 ‘대학생 재테크’를 내며 본격적으로 돈 관리 노하우를 세상에 전하게 됐다. 그가 돈을 모은 비결은 특별한 ‘한방’이 아니었다. 매달 새는 돈을 막고, 돈마다 역할을 정해 나눠두는 일을 꾸준히 반복한 결과다. 

클립아트코리아

김씨는 “처음부터 통장을 여러 개 만들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사회초년생이라면 월급 통장과 소비 통장으로 나눠도 충분하다. 이후 여유가 생기면 저축 통장, 비상금 통장을 하나씩 더하면 된다.

◆월급 통장=월급 통장은 돈이 ‘잠깐 머무는 정류장’으로 봐야 한다. 월급이 들어오면 바로 소비, 비상금, 저축·투자 통장으로 자동 이체되게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돈이 한 통장에 오래 머물면 생활비와 저축이 모두 뒤섞여 어디로 새는지 알기 어려워진다.

◆소비 통장=생활비도 한 바구니에 담아두면 금세 새어나간다. 고정 지출과 변동 지출을 나누면 관리가 쉬워진다.

고정 지출은 월세, 보험료, 통신비, 구독료처럼 매달 빠지는 돈이다. 변동 지출은 식비, 카페, 쇼핑, 택시비처럼 그때그때 달라지는 돈이다. 월급이 들어오면 고정 지출 금액을 먼저 따로 빼두고, 남은 돈으로 변동 지출을 쓰는 방식이 좋다.

◆비상금 통장=인생은 예상치 못한 지출의 연속이다. 갑작스러운 실직, 가족 병원비, 예기치 못한 수리비처럼 급한 일 앞에서 가장 먼저 깨지는 건 적금이다. 적금을 깨면 이자도 줄고, 다시 모으는 힘도 빠진다. 비상금은 적금을 지키는 ‘골키퍼’ 역할을 한다. 

김씨는 “비상금은 생존 비용”이라고 말한다. 여행비나 쇼핑비가 아니라, 수입이 끊기거나 노트북·휴대전화처럼 꼭 필요한 물건이 고장 났을 때 꺼내 쓰는 돈이다.

근로소득자라면 월급의 3배 정도를 목표로 잡는 것이 좋다. 한번에 만들기 어렵다면 2∼3년 정도 여유를 두고 월급날마다 10%씩 자동이체를 해 천천히 채우면 된다. 입출금이 자유롭고 금리가 일반 통장보다 높은 CMA나 파킹통장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예·적금, 투자 통장=예·적금 통장과 투자 통장은 역할이 다르다. 예·적금 통장은 결혼, 독립, 전세 보증금처럼 꼭 써야 할 돈을 안전하게 모아두는 곳이다. 크게 불리기보다 흔들리지 않게 지키는 돈에 가깝다.

투자 통장은 주식이나 ETF처럼 오르내림이 있는 자산에 넣는 돈이다. 원금이 흔들릴 수 있지만, 일찍 시작할수록 시장의 흐름을 몸으로 익히고 경험을 쌓을 수 있다.

비율은 시장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조정하면 된다. 예를 들어 월급에서 소비를 빼고 200만원이 남는다면, 저축·투자·비상금으로 이 돈을 나누면 된다. 시장 흐름이 나쁘지 않고 투자에 관심이 크다면 저축 30%, 투자 50%, 비상금 20% 정도로 잡을 수 있다. 하락장이 걱정된다면 저축 40%, 투자 40%, 비상금 20%처럼 안정 비중을 높이면 된다.

중요한 건 투자 통장에 모든 돈을 몰아넣지 않는 것이다. 예·적금이 안전벨트라면 투자는 운전 연습이다. 안전벨트를 매고 있어야 시장이 흔들려도 돈을 지킬 수 있다.

◆경조사 통장=결혼식, 장례식, 명절처럼 경조사비도 매번 찾아오는 ‘지출 손님’이다. 다만 완전히 예측 불가능한 지출은 아니다. 해마다 비슷한 시기와 규모로 반복되는 패턴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조사비는 생활비와 따로 떼어 관리하는 것이 좋다. 지난해 경조사비가 120만원이었다면 매달 10만원씩 모아두는 식이다. 이렇게 준비해두면 갑자기 축의금이나 조의금이 필요해도 그달 생활비를 깨지 않고 대응할 수 있다.

무지출 통장=절약에 재미를 붙이고 싶다면 ‘무지출 통장’을 만들어보는 것도 방법이다. 택시를 참은 날, 커피를 사지 않은 날, 외식 대신 집밥을 먹은 날처럼 하루 동안 한푼도 쓰지 않았다면 스스로에게 1만원을 선물하는 것이다.

아낀 돈이 숫자로 쌓이면 절약도 작은 게임처럼 느껴진다. 이렇게 모은 돈은 연말에 다른 투자처로 옮겨 굴릴 수도 있다. 김씨는 해마다 무지출 통장에 모인 돈으로 소량의 금을 조금씩 사 모은다.

“그래서, 어떻게 시작하면 될까?”…김씨가 추천하는 통장 쪼개기 첫걸음
기사의 내용을 바탕으로 생성한 이미지. 챗GPT
목적 정하기=통장 쪼개기의 출발은 은행 애플리케이션(앱)을 열고 무작정 계좌를 만드는 일이 아니다.

먼저 종이에 큰 네모를 5개 그리고 월급, 소비, 비상금, 저축, 투자처럼 돈의 ‘목적’을 적어 보자. 그 아래에는 실제 사용할 통장을 적는다. 이때 ‘농협은행’처럼 은행명만 쓰기보다 ‘농협은행 NH올원e통장’처럼 상품명까지 구체적으로 적는 게 좋다. 금리와 자동이체 가능 여부 등을 확인해야 목적에 맞는 통장을 고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월급 통장은 월급이 들어왔다가 곧바로 소비·저축·투자 통장으로 빠져나가는 곳이다. 월급날 이후 잔액이 0원에 가까워지는 통장이라면 고금리 CMA나 파킹통장을 굳이 쓸 필요가 없다.

소비부터 파악하기=“그래서 월급의 몇 퍼센트를 저축해야 하나요?” 

사회초년생이 자주 묻는 질문이다. 정답은 30%도, 50%도 아니다.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내가 오래 지킬 수 있는 비율’이다. 월세, 식비, 교통비, 경조사비가 사람마다 다른데 남의 저축 비율만 따라 하면 금세 지치기 쉽다.

출발점은 소비 파악이다. 가능하면 가계부를 1년 정도 써보는 게 좋다. 명절, 휴가, 경조사, 계절 변화에 따라 지출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한달치 가계부가 스냅 사진이라면, 1년치 가계부는 내 소비의 전체 지도다.

가계부를 쓴다고 1원까지 맞출 필요는 없다. 중요한 건 내가 언제, 어떤 기분일 때 돈을 쓰는지 보는 일이다. 피곤할 때 디저트를 사는지, 기분 좋을 때 한턱내는지, 습관처럼 커피를 사는지 알면 줄일 수 있는 소비와 모을 수 있는 돈의 규모가 보인다. 직접 쓰기 어렵다면 가계부 앱을 활용해도 좋다.

월급 들어오면 자동으로 나누기=소비 규모를 알았다면 자동이체를 걸 차례다. 월급이 들어오면 소비 통장, 비상금 통장, 저축·투자 통장으로 돈이 자동으로 빠져나가게 만든다.

핵심은 ‘남으면 저축’이 아니다. 먼저 나누고, 남은 돈 안에서 쓰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그래야 월급이 들어오자마자 카드값과 생활비에 휩쓸려 사라지는 일을 줄일 수 있다.

월초·월말 한번씩 확인하기=통장 쪼개기의 핵심은 ‘단순함’이다. 처음부터 월급·소비·비상금·저축·투자·경조사·의료비 통장을 한꺼번에 만들 필요는 없다. 매일 모든 통장을 들여다볼 필요도 없다.

생활비처럼 자주 쓰는 돈은 수시로 확인하고, 고정 지출은 월초와 월말에만 점검해도 충분하다. 복잡하면 오래 못 간다. 돈 관리도 결국 오래 버티는 사람이 이긴다.

월급 들어오는 속도보다 카드값 빠져나가는 속도가 더 빠르게 느껴지는 요즘, 한푼 한푼이 아쉽다. ‘오늘부터 재테크’는 생활 속 짠내 나는 재테크 방법을 모아 소개한다.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방법부터 얼마나 벌 수 있는지, 무엇을 주의해야 하는지를 함께 짚는다. 이 연재는 ‘디지털농민신문’에서 한발 앞서 만날 수 있다.

Copyright © 농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