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욱의 기후 1.5] 달궈진 지구…올해도 심상치 않을 여름

박상욱 기자 2026. 5. 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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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341)

1~2월 무렵만 해도 작년보다 낮은 기온에 '올해는 잠시 쉬어가나 보다' 싶었던 '끓는 지구'는 올해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14일, 전 지구 평균기온은 15.92℃에 이르며 '역대 가장 더웠던 5월 14일'로 기록됐습니다. 평년(최근 30년 기준, 1991~2020년 평균)의 15.2℃보다 0.72℃ 높고, 역대 평균기온이 가장 높았던 2024년과 비교해도 0.124℃ 높은 값입니다.

최근 80여년의 전 지구 일평균기온 추이를 살펴보면, 온난화는 이제 되돌릴 수 없는 불가역적인 일이 된 것일까 봐 우려될 정도입니다. 1940년대부터 1970년대, 조금씩 높아졌던 우리의 하루하루는 1980년대를 시작으로 한차례 '점프'를 했습니다. 1940년대 평균 13.71℃, 1950년대 평균 13.7℃, 1960년대 13.75℃, 1970년대 13.77℃를 기록하다 1980년대 14.01℃로 14℃ 선을 넘어섰고, 1990년대 평균 14.14℃, 2000년대 14.34℃, 2010년대엔 14.58℃로 꼬박꼬박 0.2℃ 이상씩 높아진 것이죠. 이후 2020년대에 들어선 해마다 '이전과는 다른 차원'의 하루하루를 보내는 중이고요.

2016년, ECMWF(European Centre for Medium-range Weather Forecasts, 유럽중기예보센터)의 5세대 분석툴인 ERA-5 기준으로 14.814℃의 연평균기온이 기록된 이후 한동안 이를 넘어서는 기록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2023년, 14.981℃로 역대 최고 기록이 깨졌고, 이듬해인 2024년 15.094℃로 15℃의 벽이 깨지며 2년 연속 기록 경신이 이뤄졌습니다. 지난해는 2023~2024년엔 미치지 못하지만 14.97℃라는, 2010년대 이전엔 볼 수 없었던 수준의 고온이 또다시 기록됐고요.

2024년을 정점으로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었지만, 올해도 상황은 심상치 않습니다. 새해가 시작되고, 3주 가량 기온이 하락세를 이어가며(물론, 그조차도 2000년대 평균을 한참 웃도는 수준이지만) '숨 고르기'에 힘이 실리는 듯 보였지만, 2월에 접어들며 이전 'Top 3' 때와 비슷한 수준으로 일평균기온은 다시 올라갔습니다. 3월 22일 일요일부터 29일 일요일까지, 이후 5월 11일 월요일부터 16일 토요일까지 총 14일 동안은 '역대 1위' 2024년과 '역대 2위' 2023년, 그리고 '역대 3위' 2025년보다도 높은 일평균기온이 기록됐습니다.

바다의 상황도 비슷합니다. 1980년대 20.053℃였던 전 지구 평균 해수면 온도는 1990년대 20.155℃, 2000년대, 2000년대 20.331℃, 2010년대 20.519℃로 성큼성큼 달궈졌습니다. 2020년대에 접어들어선 단 하루도 20세기 수준의 온도가 기록된 날이 없을 정도입니다.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바다와 과거의 바다는 겉보기와 달리 '완전히 다른 바다'인 셈입니다.

기온과 마찬가지로 해수면 온도 또한 2023년 처음으로 '역대 기록'이 깨졌습니다. 2023년, 연평균 20.889℃ 이전까지 '역대 1위' 타이틀을 쥐고 있던 것은 2020년(20.678℃)였죠. 이듬해인 2024년엔 연평균 해수면 온도가 20.94℃까지 오르며 2년 연속 최고기록이 깨졌습니다. 그리고 2025년엔 20.818℃로 2023년에 조금 못 미치는 '역대 3위'의 온도가 기록됐고요. 올해 들어서도 바다는 여전히 역대급으로 달궈진 상태입니다. 연초부터 연평균 기준으론 '역대 2위'인 2023년의 수준을 뛰어넘은 나날이 이어지고 있으며 3월 이후부턴 '역대 최고'인 2024년과 거의 비슷한 온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올해 '슈퍼 엘니뇨'가 점쳐지면서 여름부터 가을까진 2024년을 아예 넘어설 가능성도 있습니다. 대기는 바다에, 바다는 대기에…서로가 서로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올여름은 또 한 번 '역대급 여름'으로 기록될 것으로 우려되는 이유입니다.

기상청은 지난 22일, 여름철 계절 전망을 발표하며 우리나라의 여름을 좌우할 주요 요인들을 설명했습니다.

한껏 달궈진 인도양과 북태평양
우리나라 주변의 북태평양뿐 아니라 북인도양의 해수면 온도는 현재 평년보다 높은 상태입니다. 기상청은 북인도양의 고수온이 이어지면 이 지역 대류활동이 늘어나 대기 파동을 유도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는 곧 한반도 동쪽에 고기압성 순환이 발달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되고요. 이런 가운데 북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까지 높아지면 이 고기압성 순환은 더욱 강하게 유지됩니다. 우리나라로 고온 다습한 공기가 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남풍을 타고 유입되는 것이죠. 이는 우리나라의 기온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기상청은 그로 인해 6~8월 기온과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고, 6~7월엔 강수량이 많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열대 동태평양과 달리 상대적으로 차가운 열대 서태평양
한편, 동남아 인근의 열대 서태평양은 상대적으로 그리 달궈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는 이 지점으로부터 동쪽으로 멀리 떨어진 열대 동태평양 지역이 크게 달궈진 것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올해 엘니뇨가 강하게 발생할 것으로 국내외 대부분 기관들의컨센서스가 있는 상황에서 이런 상황은 여름철 내내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경우, 이 지역에서의 대류활동이 상대적으로 약화해 하강기류로 인한 고기압이 발생할 수 있고, 이는 우리나라 부근에서의 저기압성 순환 강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기상청은 8월에 일시적으로 기온이 하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봤습니다. 저기압으로 인한 구름에 여름철 강한 햇빛이 가려지는 날이 있을 수 있고, 그런 날엔 일시적인 기온 하강이 뒤따르니까요.

먼 북대서양에서 보이는 '삼극자' 패턴
우리나라와는 멀리 떨어진 북대서양의 경우, 위도에 따라 해수면 온도가 북에서 남으로 '평년보다 꽤 낮은 구역-평년보다 많이 높은 구역-평년보다 낮은 구역'으로 나뉜 상태입니다. 이러한 삼극자 형태는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기상청의 설명입니다. 이러한 삼극자 패턴이 지속될 경우, 북대서양의 북쪽 상공에 저기압이 형성될 수 있고, 이는 대기 파동을 유도해 한반도 대기 상층에서 고기압성 순환을 강화시키기 때문입니다. 과거 기록적인 폭염이 찾아왔을 때, 우리나라에선 '두겹의 이불'이 뒤덮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대기 하층에서 북태평양 고기압이 강하게 영향을 미치고, 상층도 고기압이 뒤덮으며 한반도를 뜨겁게 달궜던 것이죠. 이런 '두겹의 이불'은 기온 상승과 함께 강수량 감소라는 결과도 부르게 됩니다. 기상청은 이러한 북대서양의 삼극자가 여름철 내내 기온 상승을 부르고, 6~7월엔 강수량의 감소를 부를 수도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눈에 뒤덮인 티베트, 상대적으로 적은 북극 해빙
봄철 티베트 고원에 쌓인 눈은 평년보다 많이 쌓인 편입니다. 현재 기준으로도 3cm 안팎의 눈이 쌓여있는 상태로, 곳에 따라선 이보다도 더 깊은 눈덮임이 관측되고 있죠. 이들 지역의 기온이 평년보다 낮은 상태를 유지한 탓입니다. 이처럼 눈덮임이 많으면 지면에서 대기로의 열 방출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게 됩니다. 즉, 우리가 일기예보에서 종종 듣는 '티베트 고기압'의 강도가 약해지는 것이죠. 기상청은 티베트 고기압의 약화가 우리나라 상층 기압골의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로 인해 6월엔 강수량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고요.

반면, 북극 베링해의 해빙 면적은 평년보다 적은 상태입니다. 우리나라와는 많이 떨어졌지만, 바렌츠해 역시도 해빙 면적이 적은 상태이고요. 이는 북극 바다의 해수면 온도가 높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한반도와 먼 바렌츠해의 상대적으로 높은 해수면 온도는 고기압성 순환의 강화를 부르고, 이는 대기 파동을 통해 한반도 부근의 고기압성 순환이 강화하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고기압이 강화하니 저기압(비)의 자리는 줄어들게 되고요. 한편, 우리와 상대적으로 가깝고, 태평양에 인접한 베링해의 고수온은 이 지역에서의 고기압성 순환의 강화와 그로 인한 북서태평양 지역에서의 저기압성 순환의 강화라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일본 동쪽 먼바다에 저기압이 힘을 받게 되면, 우리나라로 고온다습한 기류가 유입되기 어려워지고요. 기상청은 바렌츠해 고수온은 6월에, 베링해 고수온은 8월에 각각 '강수량 감소'의 영향을 가져올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처럼 전 지구적인 상황을 함께 살펴봤을 때, 올여름도 적어도 기온 만큼은 평년보다 높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기상청은 여름철(6~8월) 평균기온과 강수량이 평년에 비해 어떨지 확률로 계산한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6월과 7월, 평년보다 더울 확률은 각각 60%인 것으로, 8월엔 50%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평년보다 기온이 낮을 확률은 6~8월 모두 공히 10%에 불과했고요. 앞선 설명과 같이, 북인도양과 북태평양의 높은 해수면 온도로 평년보다 높은 기온이라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가운데, 8월엔 상대적으로 낮은 열대 서태평양 해수면 온도의 영향으로 기온이 일시적으로 떨어질 수 있는 변동의 여지가 남아있는 것이죠.

강수의 경우엔 6~7월, 평년과 비슷하거나 높을 확률이 공히 40%에 이르고, 8월엔 평년과 비슷할 확률이 50%, 평년보다 적을 확률이 30%, 평년보다 많을 확률이 20%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6~7월, 남쪽에서 고온다습한 공기가 한껏 불어오는 가운데 6월엔 힘을 못 쓰는 티베트 고기압의 영향으로 강수량이 평년보다 많을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반면, 8월엔 상대적으로 고온다습한 기류의 유입이 제한되면서 강수량이 평년보다 많을 확률보다는 적을 확률이 높게 나타났고요. 다만, 기압계의 위치가 조금씩 달라지면서 예기치 못하게 기류가 수렴하는 구역이 한반도 특정 지역에 생기게 되면, 국지성 호우가 발생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습니다.

기상청보다 한 주 앞서 발표된 APCC(APEC Climate Center, APEC 기후센터)의 여름철 기온 및 강수 전망도 내용은 비슷했습니다. 여름철 내내 기온은 평년보다 높을 것으로 예측됐고, 강수는 대체로 서쪽지역은 평년 대비 적고, 동쪽과 남쪽은 많을 것으로 예상됐죠.
그런데, 8월 대체로 평년과 비슷하거나 적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국지적인 호우의 우려가 컸던 것처럼, 올여름도 예측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우려됩니다.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한반도와 정반대에 있는 열대 동태평양의 고온 현상, 엘니뇨 탓입니다.

엘니뇨는 통상, 우리 기준으로 여름(6~8월)엔 남태평양 지역의 습윤한 날씨, 인도와 동남아, 호주 서부 지역엔 건조한 날씨를, 호주 서부보다 더 서편으로 뉴질랜드를 비롯한 남태평양 지역엔 평소보다 낮으면서도 건조한 날씨를 부르고, 중미엔 고온 건조한 날씨를, 남미의 서쪽과 동쪽엔 더위를, 칠레 중부와 남부엔 습한 날씨를 부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반대로 겨울철(12~2월)엔, 한국과 일본, 인도를 비롯해 호주 남부와 앵커리지-벤쿠버-몬테나로 이어지는 북미 서부, 그리고 브라질 동남부엔 평년보다 포근한 날씨를 부르고, 열대 태평양 일대엔 고온 습윤한 날씨를, 미국 남부지역엔 저온 습윤한 날씨를 부르며, 아프리카 남부와 동남아 지역을 고온 건조하게 만드는 특징을 보입니다.

엘니뇨의 계절별 영향을 봤을 때, 우리나라엔 겨울철 이처럼 정형화한 영향을 보이지만, 여름철엔 따로 그려진 영역이 없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를 '여름철 엘니뇨는 한국에 영향이 없다'고 보기보다는, '여름철 엘니뇨의 영향을 하나로 특정할 수 없다'로 보는 것이 맞습니다. 이 엘니뇨가 우리에겐 여름철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인 겁니다.

이런 가운데, 열대 동태평양의 엘니뇨 및 라니냐 감시구역(Nino 3.4)의 해수면 온도는 이미 평년보다 1℃ 이상 높아진 상태입니다. 엘니뇨는 이미 시작된 것이죠.

한국 기상청과 APCC를 포함한 다수의 기관들은 이러한 현상이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특히, 미국 NASA(National Aeronautics and Space Administration, 미국 항공우주국)와 호주 기상청, 대만 기상청은 7월부터 수퍼 엘니뇨(Nino 3.4 구역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2℃ 이상 높은 상태)에 접어들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우리 기상청과 영국 기상청도, 그리고 여러 모델을 종합한 앙상블 모델도 8월부턴 이 구역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2℃ 이상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고요. 수퍼 엘니뇨의 '시작 시점'에 차이만 있을 뿐, 미국 국립환경예측센터도, 프랑스 기상청도, 일본 해양연구개발기구도 Nino 3.4 구역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2℃ 이상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특히 NASA는 연말에 이 지역 해수온이 평년 대비 무려 4℃ 이상 높아질 거라 예측했습니다.

수년간 이어진 연재들에서 그간의 기상 데이터를 토대로 이상(異常)의 일상(日常)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전해드린 것처럼, 올해도 이런 불확실성의 한계 속에서 피해를 줄이기 위한 정책적인 노력이 반드시 필요한 여름이 될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호우일수는 늘어나는데 실효습도는 줄어드는, 호우와 가뭄이 공존하는 우리의 일상은 이제 날씨 그 자체를 넘어 경제활동과 식량 생산, 에너지 소비, 에너지 공급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고요. 여름철 대비가 기상청만의 일이 아닌, 기후에너지환경부만의 일이 아닌,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 고용노동부와 산업자원부, 행정안전부와 국토교통부 등 모든 부처와 각 기관들의 일일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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