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휴전 협상 막판 난기류…핵 폐기·호르무즈 재개방 ‘동상이몽’
이란 강경파 “핵 포기 약속 없다” 반박
트럼프 “서두르지 말라” 봉쇄 유지 명령
협상 장기화 조짐
미국과 이란이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에 근접했다는 보도가 24일(현지시각) 이어진 가운데, 이란 지도부는 곧 “핵 포기 합의는 없다”고 정면으로 받아쳤다. 휴전안 합의를 두고 미국과 이란 두 나라가 막판 동상이몽에 빠지면서, 최종 서명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AP, 뉴욕타임스(NYT), 악시오스, CNN 등 이날 미국 주요 매체들은 일제히 두 나라가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과 이란이 보유한 고농축 우라늄 폐기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양해각서가 발효되면 60일간 추가 휴전이 이어지고, 이란은 원유를 자유롭게 수출하며, 핵 프로그램 축소 협상이 별도 트랙으로 진행되는 구조다. 해외 동결된 이란 자산 수십억 달러 역시 단계적으로 풀린다.
협상 핵심 쟁점은 이란이 보유한 60% 고농축 우라늄 처리 여부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란이 60% 고농축 우라늄을 441㎏ 가량 보유한 것으로 추산한다. 이란은 여기서 기술적으로 한 단계만 더 나아가면 90% 무기급 우라늄을 보유할 수 있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이란이 추가 농축 시 핵탄두 10기 이상을 만들 수 있다고 추정한다. 이란은 농축 우라늄 가운데 절반에 해당하는 200㎏이 이스파한 핵시설 지하 터널에 묻어둔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은 이 비축분을 희석하거나 러시아 등 제3국으로 반출하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최종은 아니지만 협상에서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며 “세계는 더 이상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루비오 장관은 1단계로 해협 전면 재개방, 2단계로 핵무기 비보유 서약, 농축 능력 장기 제한, 고농축 우라늄 처분 등 3개 의제를 다룰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도 국영방송에서 “우리는 핵무기를 추구하지 않는다는 점을 세계에 확인시킬 준비가 됐다“**고 호응했다.

그러나 이란 내부 기류는 한 갈래가 아니다. 이란 정부를 대표해 미국과 협상을 주도 중인 페제시키안 대통령과 외무부가 미국과 접점을 넓히는 사이,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모즈타바 하메네이와 혁명수비대(IRGC)를 중심으로 한 강경 진영은 핵 비축분 반출과 호르무즈 통제권 양보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같은 날 미국 측 보도와 이란 측 발표가 정면으로 엇갈린 배경으로 이란 지도부 내 구조적 혼란 문제를 꼽았다.
강경 성향 파르스통신은 같은 날 “일부 미국 언론과 관리들이 ‘이란이 핵 비축분을 줄이고 핵시설을 중단하기로 미국과 잠정 합의했다’고 주장하지만, 합의안 초안 최종본을 보면 전혀 근거 없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핵 관련 모든 쟁점은 문서 서명 이후 60일간 협상으로 미뤄졌고, 호르무즈 자유 통항을 보장하는 조항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와 가까운 친이란 성향 매체들은 한발 더 나갔다. 타스님통신과 메흐르통신 등 친강경파 매체들은 “호르무즈 해협 통항은 30일간 이란 감독 아래 점진적으로 전쟁 이전 수준 통항을 회복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것“이라며 “해협 통제권은 그대로 이란이 유지한다”고 전했다. 에스마일 바가에이 외무부 대변인도 “양측 입장 차이가 좁혀지고 있지만 동결자산 해제 문제부터 명확히 풀려야 한다”고 했다.

곧 이뤄질 것 같았던 합의가 다시 멀어지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한발 물러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본인 트루스소셜에 협상 대표단을 향해 “서둘러 합의에 도달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이어 그는 “양측 모두 시간을 갖고 제대로 해야 한다”며 합의 서명 전까지 이란 선박 해상 봉쇄를 “완전한 효력으로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AP는 협상 사정에 정통한 한 미국 당국자를 인용해 공식 서명이 24일 중으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미국과 이란이 실무진에서 합의를 해도 트럼프 대통령과 아야톨라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승인을 받아야 하고, 이 과정에 며칠이 걸릴 수 있다고 예상했다. 모즈타바가 큰 틀에서 동의했지만, 최종 합의 내용이나 모즈타바 측이 공식적으로 합의문에 서명을 할 지 여부 역시 예측이 어렵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란과 합의를 맺게 된다면 과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 협상과는 정반대로 훌륭하고 적절한 합의가 될 것”이라며 2015년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 수준 이상 양보를 받아내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이란과의 어떤 최종 합의도 핵 위협을 제거해야 한다는 점에 트럼프 대통령과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전 유엔 핵사찰관이자 미국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 데이비드 올브라이트는 이스라엘 채널12와 인터뷰에서 “고농축 우라늄만 빼내고 합의를 마무리하면 그것은 나쁜 선례가 된다”며 “이란이 보유한 농축 우라늄 10톤 전체를 들어내는 것이 목표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60% 농축분 440㎏ 외에 2~20% 사이 저·중농축 우라늄까지 함께 처리하지 않으면 이란이 다시 무기급 농축으로 돌아설 시간을 벌어줄 뿐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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