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급락 조짐…"호르무즈 풀리면 인플레 압력 꺾인다"
유조선 이동 재개…국제유가·운임 안정 기대
"공급 정상화는 2027년까지 걸릴 수도"
![오만의 북부 무산담 반도에 위치한 항구 도시 카사브 앞 호르무즈 해협에 선박들이 정박해 있는 모습이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5월 23일 이란과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포함한 협상을 "대체로 타결했다"고 밝혔지만, 최종 확정은 "아직 미정"이라고 덧붙였다. [출처=연합뉴스]](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25/552778-MxRVZOo/20260525073849959tcda.jpg)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에 원칙적으로 합의하면서 국제 원유시장과 글로벌 공급망이 정상화 국면에 들어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다만 전쟁으로 훼손된 생산시설과 고갈된 재고, 해상 운송 리스크가 여전히 남아 있어 에너지 시장이 전면 안정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4일(현지시간) 미국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 재개방을 포함한 기본 합의안에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도 양측이 "합의를 제대로 마무리해야 한다"며 최종 서명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음을 시사했다.
시장에서는 즉각 반응이 나타났다. 이날 재개된 원유 선물시장에서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약 4.8% 하락했고, 국제 기준유인 브렌트유(Brent) 선물도 4.3% 내렸다. 미국 주요 주가지수 선물은 0.5%가량 상승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석유 공급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원유 수송로다. 중동발 원유 대부분이 이 해협을 통해 이동하는 만큼 재개방 여부는 글로벌 에너지 가격과 물류비, 소비자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실제 페르시아만(Persian Gulf)에 묶여 있던 일부 선박들은 이미 해협 방향으로 이동을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선사와 보험업계는 여전히 신중한 분위기다. 기뢰 제거와 추가 공격 중단, 해협 안전 확보 등이 확인돼야 정상 운항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시장에서는 해협 재개방이 인플레이션 완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에너지 가격 안정은 운송·제조·식품 비용 부담을 낮추고 가계 소비와 기업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를 비롯한 주요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하 기대도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공급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영국 리서치업체 캐피털 이코노믹스(Capital Economics)의 하마드 후세인(Hamad Hussain) 원자재 이코노미스트는 "시설 피해와 생산 차질, 운송 병목 등으로 유가가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며 "석유시장 수급 균형이 실질적으로 회복되는 시점은 2027년 이후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각국 정부가 비축유를 대거 방출하면서 글로벌 원유 재고는 전쟁 발발 이후 급격히 감소했다. 올해 3~4월 두 달 동안 감소한 재고만 2억5000만배럴에 달한다. 해협이 재개방되더라도 부족한 재고를 다시 채우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 신미국안보센터(CNAS)의 레이철 지엠바(Rachel Ziemba) 선임연구원은 "이번 합의가 단순한 휴전 연장인지, 장기적 안정 체제로 이어질지는 아직 불확실하다"면서도 "공급망 복구와 에너지 수송 정상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호르무즈 해협 운항이 오는 6월부터 정상화된다는 가정 아래 브렌트유 가격이 올해 말 평균 배럴당 89달러, 2027년에는 79달러 수준까지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다. 브렌트유는 올해 초 배럴당 60달러 수준에서 출발했지만 최근에는 100달러를 웃돌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 국영 에너지기업 아드녹(ADNOC) 역시 공급망 복구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아드녹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분쟁이 즉시 종료되더라도 호르무즈 해협 물동량이 전쟁 이전의 80% 수준으로 회복되기까지 최소 4개월이 걸릴 것"이라며 "완전 정상화는 내년 1~2분기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리스타드 에너지(Rystad Energy)는 이번 전쟁으로 인한 중동 지역 에너지 관련 자산 복구 비용이 최대 58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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