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街 세대교체] '홀로서기' 삼일제약 허승범號, 베트남서 제2창업 '날개짓'

김현수 기자 2026. 5. 25.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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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단독 대표 체제 경영 시작…베트남 집중 투자
내수 한계 딛고 글로벌로…급성장 점안제 시장 정조준
허승범 삼일제약 대표이사 회장. (사진=삼일제약)

[더구루=김현수 기자] 삼일제약 3세 허승범 회장이 올해 홀로서기 2년차를 맞는다. 허 회장은 창업주인 고(故) 허용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허강 전 회장의 장남이다. 앞서 2022년 회장으로 승진, 2024년 단독 대표로 올라서며 세대교체에 마침표를 찍었다. 그는 복제약 위주의 판매와 내수에 치중된 매출구조로 성장이 정체된 삼일제약의 성장동략 찾기에 힘을 쏟고 있다. 1~2세 걸친 내수시장을 중심으로 닦아 놓은 기반을 발판삼아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베트남을 전초기지로 삼고 글로벌 점안제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일제약의 최대주주는 허승범 회장이다. 앞서 지난달 부친 허강 전 회장으로부터 자사 주식 20만주를 증여받은 데 이어, 이달 들어서도 장내매수로 개인 지분율을 9.20%까지 끌어올렸다. 최대주주가 된 이후 꾸준히 지분을 확대하며 경영 지배력을 높이는 모습이다.

허승범 회장은 1981년생으로 미국 트리니티대학교를 졸업하고 2005년 삼일제약에 입사했다. 기획조정실장, 경영지원본부장 등을 거쳐 2013년 대표이사에 올랐으며, 2018년 최대주주 자리를 꿰차며 본격적인 3세 경영 준비를 시작했다. 단독 대표 체제를 공식화 한 건 지난 2024년 9월이다.

그가 단독 경영을 시작한 시점은 삼일제약의 변곡점이었다. 당해 연결 매출은 2198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97.3% 급감한 2억원에 그쳤다. 이듬해에는 연결 매출이 2103억원으로 전년 대비 4.3% 감소하며 적자 전환했다. 글로벌 제약사 도입 품목에 의존해온 내수 사업 구조가 한계에 다다른 결과였다.

설상가상으로 내수 주력 품목마저 흔들렸다. 삼일제약의 위장관 치료제 글립타이드는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유효성 미입증으로 회수 판정을 받았다. 폐기·반품 비용이 일시에 반영되며 수익성에 직격탄을 맞았다. 내수 의존 구조를 깨야 한다는 허 회장의 과제는 더욱 선명해졌다.

허 회장이 돌파구로 주목한 건 베트남이다. 그는 단독 체제 출범 전부터 베트남 시장 진출에 공을 들였다. 2018년 최대주주에 오른 직후 베트남 현지법인 설립을 주도했으며, 약 1000억원을 투입해 호찌민 사이공 하이테크파크에 글로벌 안과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공장을 건설했다.

베트남 공장 설립 배경은 안질환 증가에 따른 관련 의약품 수요의 가파른 증가다. 글로벌 점안제 시장은 2018년 229억 달러에서 지난해 324억 달러 규모로 41.5% 급성장했다. 연평균 5%씩 커진 셈이다. 고령화와 전자기기 사용 증가로 안구건조증·녹내장 등 안질환 치료제 수요가 구조적으로 늘고 있는 영향이다. 베트남 공장은 수십 년간 쌓아온 삼일제약의 점안제 생산 노하우에 현지 낮은 인건비를 결합해 글로벌 시장에서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포석이다.

공장은 2022년 11월 연간 점안액 3억3000만 병을 생산 가능한 규모로 준공됐다. 인증 절차도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2024년 9월 베트남 식약처로부터 제조품질관리기준(GMP) 인증을 취득했다.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우수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KGMP) 인증도 임박한 상태로 올해 중 승인이 목표다. KGMP 인증이 완료되면 국내 생산 물량을 베트남 공장으로 이관하며 본격적인 상업 생산에 나설 계획이다. 내년 상반기까지는 미국과 유럽 인증도 완료해 글로벌 시장을 본격 공략하겠다는 목표다.

허 회장의 꿈은 개개인의 역량을 글로벌 수준으로 올려 삼일제약을 국내 기업을 대표하는 성공한 100년 기업으로 만드는 것이다. 

시장의 전망도 밝다. 올해 본업 정상화와 신약 모멘텀, 베트남 위탁생산(CMO) 공장 가동 본격화 등을 바탕으로 실적 및 멀티플 동반 개선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허선재 SK증권 연구원은 "2018년 약 1200억원을 투자해 2022년 완공한 베트남 CMO 공장은 올해부터 본격적인 수주 확대 및 가동이 전망된다"며 "올 2분기 K-GMP 인증 확보 이후 하반기부터 본격 생산에 돌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일제약 관계자는 "베트남 공장은 단계별 GMP 인증을 통해 글로벌 고객사 상업 물량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KGMP 획득 후에는 매출 인식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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