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원 넘을 줄 꿈에도 모르고”…수출 기업들 난리 난 이유는? [잇슈 머니]
[앵커]
두 번째 키워드 '환율 비상'입니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를 넘어서고 있다고요.
혹시 이 숫자, 과거에 나라 경제가 크게 흔들렸을 때 아닌가요?
[답변]
맞습니다.
다만, 숫자는 위기 때와 같지만 지금의 구조는 그때와 다릅니다.
5월 2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1,517원으로 마감했습니다.
역사적으로 환율이 1500원을 넘은 적은 딱 두 번입니다.
1997년 외환위기, 그리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입니다.
그런데, 올해 들어서만 1500원 위에서 장을 마친 날이 이미 18거래일에 달합니다.
2008년부터 2009년까지 2년을 통틀어도 1500원 위에서 마감한 날이 14거래일에 불과했는데, 지금은 그 숫자를 이미 넘어선 겁니다.
그럼, 지금이 그때와 같은 위기냐?
하나증권은 "현재 CDS 프리미엄, 대외 부채 등 건전성 지표는 안정적"이라며 구조적 위기로 보기는 어렵다고 진단했습니다.
과거에는 외화가 부족해서 어쩔 수 없이 달러를 사야 했지만, 지금은 투자하기 위해 달러를 사는 구조라는 것입니다.
숫자는 같아도 이유가 다릅니다.
[앵커]
그렇다면 왜 지금 환율이 이렇게 오른 건가요?
원인이 궁금합니다?
[답변]
원인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 번째, 중동 전쟁발 강달러입니다.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이 커지면서 안전 자산인 달러로 자금이 몰리고 있습니다.
미국 국채 금리가 5%대를 넘어서는 등 글로벌 채권 금리 급등이 달러 강세를 더 부추기고 있습니다.
두 번째,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주식 매도입니다.
올해 코스피가 크게 오르자 외국인들이 차익을 실현하며 주식을 팔고 달러로 바꿔 나가고 있습니다.
코스피 시장에서 지난 22일까지 외국인은 12거래일 연속 순매도했습니다.
이 기간 순매도 규모는 50조 원을 웃돌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원화 약세, 즉 환율 상승으로 이어진 겁니다.
세 번째, 서학개미로 대표되는 해외투자 수요입니다.
우리나라 투자 자산시장 규모가 작기 때문에 많은 투자자가 큰 시장인 미국으로 투자를 많이 합니다.
즉, 미국 주식 등 해외 자산을 사기 위해 달러를 삽니다.
수출로 달러를 많이 벌어들이지만, 그 달러가 다시 해외로 나가버리는 구조입니다.
전문가들은 중동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1500원 아래로 쉽게 내려오기 어렵다고 보고 있습니다.
[앵커]
보통 환율이 오르면 수출 기업이 혜택을 본다는 것이 기본적인 상식이었습니다.
그런데 다른 측면이 있다고요?
[답변]
핵심은 '환헤지 트리거' 계약입니다.
수출 기업들은 환율 변동 위험을 줄이기 위해 미리 특정 환율에 달러를 파는 계약을 맺어둡니다.
쉽게 말해, 앞으로 받을 달러를 미리 약속된 환율에 팔겠다고 은행과 계약해 두는 겁니다.
예를 들어 금융회사가 기업에 이렇게 제안합니다.
"지금 환율이 1,400원인데, 환율이 일정 구간 안에 있으면 달러를 1,450원에 팔 수 있게 해드리겠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시장 환율보다 달러당 50원 유리하니 좋아 보입니다.
그래서 계약을 맺죠.
그런데 은행 입장에서는 계속 손해를 볼 수 없으니 조건을 붙입니다.
"대신 환율이 1,490원을 넘으면 기업이 달러를 1,400원에 팔아야 합니다" 바로 이것이 '환율(FX) 트리거 계약'입니다.
1,450원이라는 유리한 조건을 주는 대가로, 환율이 트리거를 넘는 순간 1,400원이라는 불리한 조건을 받는 구조입니다.
문제는 많은 국내 기업들이 1,490원, 1,500원을 트리거 구간으로 설정해 계약을 맺어두었다는 점입니다.
환율이 1,500원까지는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봤는데, 지금처럼 환율이 치솟으면서 손실 구간에 그대로 진입한 겁니다.
결국 환헤지가 환차익을 지켜주는 게 아니라 오히려 갉아먹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대기업은 손실을 보전할 여력이 있지만, 중소기업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수천 개 기업을 쓰러뜨린 '키코(KIKO)'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습니다.
수출주라고 무조건 수혜라는 공식, 지금은 반드시 다시 확인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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