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세 어르신 손톱 깨지는 거 보고 창업했죠”...땅콩 산업 새 바람 일으킨 이 남자

방영덕 매경 디지털뉴스룸 기자(byd@mk.co.kr) 2026. 5. 25.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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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찬영 반석산업 대표 인터뷰
농기계부터 식품·기능성 원료까지 ‘뚝심’으로
낙후된 땅콩 농업에 기술 심어 수출까지
반석산업 송찬영 대표. [반석산업]
“알룰로스를 넣을 수도 있는데, 그럼 시중에서 파는 땅콩버터랑 다를 게 없으니까요. 저희는 오직 국산 땅콩 100%만으로 잼을 만듭니다(웃음).”

다디 단 잼맛에 익숙한 탓일까. ‘옳곡’의 땅콩잼 맛을 보고 처음엔 ‘이게 뭔 맛이야?’ 싶었단 기자의 말에 송찬영(35·사진) 반석산업 대표가 다소 멋쩍은 듯, 그러나 뚝심있게 말했다.

단 맛의 유혹을 견뎌내고 달지 않고 건강한 맛을 고수 중인 그는 땅콩 농기계 개발부터 시작해 식품 브랜드 ‘옳곡’을 론칭했다. 최근에는 기능성 소재 사업으로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그야말로 땅콩 생산부터 가공, 유통까지 밸류체인을 형성해 ‘땅콩 농업’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그의 창업 스토리를 자세히 들어봤다.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덕분에 금융사에서 일을 처음 시작했어요. 하지만 마음 한 켠 속 창업에 대한 열망이 사라지진 않더라고요.”

창업 생각을 품은 채 들른 전북 고창에서 그는 ‘바로 이거다!’ 싶은 사업 아이템을 만났다. 지난 2020년 무렵이었다. 앞서 귀농한 외삼촌을 만나기 위해 간 고창은 마침 국내 청정 황토에서 국내 땅콩 생산량의 약 25%를 차지하는 대표 산지였다.

[반석산업]
송 대표는 이 곳에서 우리 땅콩 농가의 생산 규모에 비해 기계화나 가공 산업은 여전히 낙후돼 있음을 직접 목격했다.

“그거 아세요? 땅콩 탈곡과 탈피는 기계가 아니라 사람 손으로 해요. 콩이나 서리태 등을 탈곡, 탈피하는 기계에 땅콩을 넣으면 바로 깨져버리거든요. 그래서 90세가 넘은 어르신들이 손톱이 깨지면까지 하루 종일 (땅콩) 탈곡,탈피 하시는 모습을 보니 제가 뭐라도 꼭 해야겠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땅콩 농사 중 수확과 탈곡, 탈피 과정에 들어가는 노동의 강도는 무척 세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외국인 근로자들의 수급 차질과 인건비 상승 등으로 인해 농촌의 인력 문제는 임계점에 다다른 상황이다. 8~90세 어르신들이 하루 종일 허리 숙여가며 땅콩에 묻은 흙을 털고 껍질을 까는 모습을 본 송 대표는 ‘기술’ 로 농업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결심을 굳혔다. 그 결심의 결실이 반석산업이다.

“엔지니어 출신인 외삼촌이 옆에서 계셨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해외 장비를 그대로 들여와선 땅콩 탈곡이 효율이 날 수 없었죠. 기계가 고장 나고, 땅콩만 못쓰게 됐으니까요. 그래서 국내 토양 환경에 맞는 기계 설계가 무엇보다 시급했어요.”

반석산업은 국내 밭의 무겁고 습한 토양 환경에 맞춰 자동 땅콩 탈곡기와 탈피기부터 개발했다. 강력한 승강기를 부착해 더 이상 수작업이 아니라 기계를 통해 자동으로 흙을 분리하도록 했다.

[반석산업]
창업초기부터 연구개발전담부서를 설립해 기술 개발에 주력해 온 반석산업은 지난 2022년 그 기술성과 성장가능성을 인정받아 중소벤처기업부의 강한 소상공인 프로그램을 통합 대상을 수상했하기도 했다.

농기계로 농가의 마음을 훔친 반석산업은 식품 사업으로 영역을 빠르게 확장했다. 농촌 현장에서 일하며 국내산 땅콩이 원물 형태로만 소비되고, 품질은 떨어지는 중국산 공세로 가격 경쟁력에 밀린 국산 땅콩들이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시중에서 현재 중국산 볶음땅콩은 1kg에 1만원대에요. 하지만 국내산 땅콩은 3만원대죠. 땅콩 농가 관계자들을 만날 때마다 이같은 가격 경쟁력 약화와 재고 문제를 늘 걱정하시더라고요. 걱정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리고 싶었습니다.”

이같은 고민 끝에 탄생한 브랜드가 ‘옳곡’, 즉 ‘바르고 옳은 곡식’이라는 의미가 담긴 브랜드 ‘옳곡’이다. 생산·가공·유통까지 연결되는 밸류체인을 구축해 국산 땅콩의 부가가치 확대에 기여하고 싶다는 송 대표의 바람도 담았다.

“농민들이 올바르게, 정성껏 기른 곡식들을 보다 세련되고 트렌디하게 판매해보고 싶었어요. 국내산 원료 기반의 신뢰와 정직함을 핵심 가치로 내세워서 말이죠. ”

[국내산 땅콩 전문 브랜드 ‘옳곡’]
고창산 햇땅콩을 활용한 땅콩버터(스무스와 크런치)를 비롯해 미니컵 제품, 땅콩 약과, 그래놀라를 비롯해 피스타치오와 아몬드 스프레드 등이 옳곡의 대표 제품들이다. 하지만 식품 유통은 기계 유통과는 전혀 달랐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마케팅을 해야할지 막막했다.

창업 첫 해 한 자릿수를 지속하던 옳곡 매출이 두 자릿수로 수직 상승한 계기가 있었다. 광고 한번 없이 온라인 육아전문 커뮤니티 등에서 입소문이 나면서다.

“신생아들이 이유식을 시작할 무렵, 땅콩 알레르기를 테스트 하려는 수요가 많더라고요. 어떤 어머니 한 분이 100%국내산 땅콩으로만 만든 저희 제품으로 본인 아이에게 알레르기 테스트를 해본 결과 아무 문제가 없었다며 글을 올려준 게 정말 많이 회자 됐어요.”

SNS에서 큰 화제가 되자 기존 유통사들에서 먼저 러브콜이 왔다. 일례로 롯데홈쇼핑의 라이브커머스에서 판매할 당시 동시접속자는 4000명 가까이 됐고, 홈쇼핑 방송을 통해서만 매출 수억원을 올렸다.

[국내산 땅콩 전문 브랜드 ‘옳곡’]
“내 아이가 먹을 음식을 고르는 일은 늘 신중하게 되잖아요. 특히 땅콩버터 같은 견과류 가공식품은 더욱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기 마련인데, 저희 제품을 먼저 찾아준 이들이 다름 아닌 엄마들이라니, 정말 뿌듯하더라고요.”

송 대표는 기능성 원료 사업 확장에도 현재 매진하고 있다. 땅콩새싹추출물 ‘피넛트라’가 대표적이다. 땅콩새싹에는 항산화에 효과적인 레스베라트롤 등 폴리페놀 물질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반석산업은 이를 활용해 건강기능식품 시장의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아울러 최근 케냐 등 아프리카 국가를 중심으로 맞춤형 농기계 수출을 추진하고 있는 것 역시 귀추가 주목된다. 아프리카는 세계적인 땅콩 생산지이지만 기계화율이 낮아 여전히 수작업 비중이 높은 지역이다.

30대 아직 한창 젊은 창업가이지만 그가 하는 말에 귀를 기울여 듣게 된 것은 소비자들이 먼저 알아봤듯, 우리 농산물의 숨은 가치를 발굴하려는 진심이 느껴져서다.

“아프리카의 땅콩 농가를 가보면, 제가 처음 창업을 결심했을 당시 우리 농가 모습이 많이 생각나더라고요. 장비 판매도 판매지만, 땅콩 농업 효율 전반을 함께 고민하는 파트너십에 대한 수요가 많은데, 앞으로는 농기계를 넘어 식품과 기능성 원료 분야까지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 있는 ‘K-웰니스 브랜드’로 키워나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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