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다음 패권 경쟁은 양자? 투자 늘리는 미국·프랑스···상용화는 먼 미래 ‘신중론’도

미국 정부가 양자기술 분야 선두 기업에 대한 직접 투자에 나섰다. 프랑스도 양자 기술 투자에 재정을 추가로 투입하는 등 차세대 핵심 기술로 꼽히는 양자 기술 패권을 둘러싸고 국가 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관련 종목 주가도 덩달아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데, 실제 기술의 상용화 시기를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 상무부는 지난 21일(현지시간) IBM·글로벌파운드리 등 9개 양자 관련 기업과 총 20억1300만달러(3조477억원) 규모 인센티브 제공을 위한 의향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단순 보조금이 아니라 정부가 일부 기업의 지분을 직접 보유하는 구조다. 트럼프 행정부는 양자컴퓨팅 산업 육성을 위한 행정명령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양자가 반도체, 인공지능(AI)을 잇는 국가전략산업으로 발돋움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튿날 프랑스도 양자 투자 확대를 발표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양자컴퓨팅 전략에 10억유로(약 1조7600억원)를 추가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주요국이 양자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기술잠재력 때문이다. 양자컴퓨팅은 양자역학 원리를 활용해 기존 슈퍼컴퓨터보다 훨씬 빠르게 연산을 수행할 수 있는 기술로, AI와 결합할 경우 신약 개발, 국방, 암호체계, 금융 모델링 등에서 혁신을 가져올 수 있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양자 기술에 투입되는 자본도 늘고 있다. 글로벌컨설팅그룹 맥킨지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지난해 양자기술 스타트업 투자액이 126억 달러로 전년대비 6.3배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또 양자컴퓨팅이 2035년까지 최대 2조7000억달러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관련주 급등세, ‘단기 과열’ 우려도
투자 확대 소식에 양자 관련주도 급등세를 보였다. 미국의 양자컴퓨팅 분야 선두주자로 꼽히는 IBM의 주가는 지난주 주간 기준 16%가 올라 2002년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리게티, 디웨이브, 인플렉션 등 양자 관련주도 역시 30~50% 가량 오르는 등 급등세를 보였다. 포톤·엑스게이트·케이씨에스 등 한국 양자기술 관련주도 덩달아 급등했다.
다만 아직 양자 기술 상용화까지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선두주자인 IBM도 유의미한 ‘오류정정형’ 양자컴퓨팅 모델은 2029년 고객 제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양자 기술은 과거 2010년대·2020년대 초반에도 상용화 기대감이 커졌다가 기술적 난관에 부딪혀 기대감이 조정 받은 바 있다. 상용화 초기에는 신약개발·통신 등 일부 분야에서 제한적으로 사용돼 시장 확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맥킨지는 “현재 양자컴퓨팅은 대부분 실험적인 단계”라며 “고전컴퓨터를 대체하기보다는 일부에서 선택적으로 쓰이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진단했다.
한국도 양자를 국가전략기술로 보고 육성하고 있다. 다만 대규모 재정 투자보다는 산업화 로드맵을 그리는 단계다. 정부는 지난 1월 처음 발표한 ‘제1차 양자과학기술 및 양자산업 육성 종합계획’에서 2035년 세계 1위 양자칩 제조국, 양자 활용 기업 2000개 육성 등의 목표를 제시했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통화에서 “미국 정부도 양자기술의 상용화 시점은 2035년쯤으로 예상하고 있다”면서 “양자 알고리즘이 기존 알고리즘보다 효율적인 분야도 제한적이기 때문에 초기에는 주요 기업과 연구소를 중심으로 사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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