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치는 협상의 대상이 아니고 전략적으로 견뎌야 할 문제”

2026. 5. 25.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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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 대표 인터뷰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 대표가 지난 5월 19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에서 주간경향과 인터뷰하고 있다. 김정근 선임기자

미국 내 ‘반트럼프’ 정서가 견고해지고 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율이 재집권 이후 최저 수준으로 가라앉고 있는 게 그 증거다. 집권 2기 최저치(34%·4월 28일 발표, 로이터·입소스)를 기록한 이후 대통령 지지율의 마지노선으로 불리는 40%를 밑돌고 있다. 로이터통신이 입소스에 의뢰해 지난 5월 15~18일 진행해 19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35%. 앞서 뉴욕타임스와 시에나대가 5월 11~15일 벌인 여론조사에서 그의 지지율은 37%이었다.

9년 만의 방중(5월 13~15일)이라는 외교적 이벤트에도 불구하고, 반등은 없었다. 이란과의 전쟁이 길어지면서 유가 상승 등으로 오히려 반트럼프 여론은 거세지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언제까지 전쟁을 이어갈까. 최근 한국을 찾은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 대표는 지난 5월 19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트럼프로서는 최소한 6월 초·중순까지는 이 전쟁을 마무리 짓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쯤이면 트럼프의 “절체절명의 선거”가 될 11월 중간선거 캠페인이 본격적인 막을 올리는데, 전쟁을 지속해서는 승산이 없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뉴욕 한인 커뮤니티에서 30여년 유권자 운동 및 미 의회를 상대로 재미교포 권익 등을 위해 활동해온 활동가로, 미국 의회정치 전문가로 꼽힌다.

김 대표는 재집권한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기 때와 달리 “그가 말하는 거래·협상에서 구체적인 폭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면서 그 배경에는 트럼프 재집권 준비팀에 들어간 외교·안보 전문가들이 있다고 했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매우 강경한 정책을 펴고 있는, 소위 ‘신(新)네오콘’이다. 김 대표는 트럼프 등장 이전 워싱턴 엘리트들(기득권)의 오만과 탐욕의 반작용으로서 ‘마가’(Make America Great Again) 세력이 위력을 떨치게 됐다고 진단했다. 다만 트럼프 개인적인 특성을 볼 때는 어떤 정치적 사상·신념보다 ‘부동산 사업가’로서의 기질이 강하게 작동하고 있다고 봤다. 김 대표는 트럼프라는 인물이 물러나더라도, 워싱턴의 정치는 이전에 비해서 크게 우경화할 것이며 이 기조가 미국 사회의 큰 흐름을 주도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나 미국이 벌이는 중동 전쟁 모두 한국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김 대표는 “트럼프 정치는 협상의 대상이 아니고 전략적으로 견뎌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트럼프로서는 최소한 6월 초·중순까지는 이 전쟁을 마무리 짓지 않으면 안 된다. 그쯤이면 트럼프의 절체절명 선거가 될 11월 중간선거 캠페인이 본격적인 막을 올리는데, 전쟁을 지속해서는 승산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이 이란과 전쟁을 시작한 배경은 무엇일까요.

“트럼프 2기 정부의 특징이 국가 운영에 관한 논의 구조가 부재하다는 것입니다. 전문가가 없고 대통령에 대한 충성파들이 전부인데, 그래서 워싱턴에서는 트럼프 2기 백악관을 ‘홀쭉한 백악관’이라고 불러요. 지난해 마이클 월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국가기밀 유출) 스캔들로 해임됐는데, 그 자리에 새로운 인물을 임명하지 않고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한테 겸임하라고 했죠. 외교·안보 현안을 고도로 교육·훈련받은 전문가들이 논의하는 구조가 아니라 ‘아메리카 퍼스트’라는 데만 맞춰서 대응하는 식입니다. 이란이 핵을 갖지 못하게 하기 위한 전쟁이라는데, 그렇게 하기 위한 전략적 노력이 없었다고 봅니다.”

-구체적인 사례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이를 잘 드러내는 것이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와 절친 스티브 위트코프를 중동 특사로 활동하게 한 겁니다. 이 두 사람이 미국의 대외정책 전반을 아우르는 트럼프의 최측근입니다. 루비오 국무장관, J. D. 밴스 부통령이 이 특사의 하부선에 위치하죠. 쿠슈너와 위트코프는 이란 핵 문제에 관해서는 비전문가이고, 사업가들입니다. 전쟁 발발 직전인 2월 2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이란과의 핵 협상에서 이란이 내놓은 제안서에는 상당히 유연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었는데, 두 사람은 그걸 이해하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중동 지역 내 이란의 지위를 약화시키고 하마스·헤즈볼라를 정리하고 싶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부추기긴 했으나, 이 전쟁은 트럼프와 그 측근 세력에 의해 충동적으로 일어났다고 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이 길어질 것을 예상 못 했을까요.

“올 1월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공습하고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생포한 작전은, 쿠바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루비오 국무장관이 깊게 관여했습니다. 마두로의 축출은 다른 나라 지도자로 그를 대한 것이 아니고 미국 내의 마약범으로 규정해서 미 국내법으로 취급한 것입니다. 미국의 코밑에서 속을 썩이는 베네수엘라·쿠바를 정리한다는 개념이었지요. 마두로 제거 작전은 성공했다는 게 미국 내 여론입니다. 이란에서도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만 제거한다면 이란이 미국과 협력을 할 수 있는 국가가 되리라 생각한 겁니다. 미국과의 협력이란 (공격을 감행한 나라의) 자원을 확보하고, 중동지역의 개발 사업을 비롯한 다양한 비즈니스 거래를 미국 주도로 가능하게 하는 겁니다. 그 국가에서 중국의 영향을 줄이는 것도 노리고요. 그런데 중간선거가 있어서 트럼프가 생각하는 전쟁의 기한이 있을 겁니다.”

-공화당 내에서도 ‘트럼프호’ 이탈 움직임이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트럼프가 이란과의 전쟁을 빨리 끝맺지 않으면 민심 이반이 심해질 것으로 봅니다. 선거에 가장 강력하게 영향을 미치는 건 가스값입니다. 트럼프 1기 때 연방하원의회에서 두 번이나 트럼프 탄핵소추안이 통과됐습니다. 연방상원의회에서 막혔던 것입니다. 이번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상원마저 패하게 되면 트럼프가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할 가능성도 생깁니다. ‘트럼프’ 이름이 쓰인 투표지에 투표하는 선거는 아니지만, 그에게는 절체절명의 선거입니다. 보통 중간선거 캠페인은 4월 15일(세금납부 마감일)에 시작되고, 최소한 6월 초·중순엔 양당이 정치자금을 쏟아붓기 시작합니다. 그전까지는 어떻게든 전쟁을 마무리 짓지 않으면 트럼프에게는 치명적이죠. 과거 선거 결과를 볼 때, 현직 대통령이 된 후 중간선거 캠페인 시작할 때 지지율 마지노선이 40%입니다. 그 밑으로 떨어지면 선거에서 대패했어요.”

주간경향과 인터뷰 중인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 대표. 김정근 선임기자

-미국 내부에선 이민자를 배척하는 분위기가 강합니다. 한인 사회에서 체감하는 변화는요.

“사실 미국이 다른 나라를 상대로 전쟁을 하게 되면 미국 내 분단국가 출신의 이민자들은 극도의 불안감에 휩싸이게 됩니다. 순식간에 적국 출신의 시민이 되는 셈입니다. 저는 9·11 테러 후 전쟁이 일어났을 때 매우 고통스러운 경험을 했습니다. 전쟁에 대한 한인들의 체감은 트럼프의 선거에 관한 것이 아니지요. 차원이 다른 문제로 체감을 하는 것입니다.”

-차원이 다른 문제란 어떤 것일까요.

“미국 내 이란계 미국인이 60만명 정도 살고 있습니다. 이들 대부분도 한인들과 비슷하게 주로 LA에 몰려 있습니다. 하메네이 체제에서 이란 시민들이 고통받는 것을 알기 때문에 미국이 나서서 하메네이 권력을 정리해줄 것을 바라왔지만, 전쟁이 길어지고 이란 국토가 참혹하게 파괴되는 것을 보고서는 이란 커뮤니티가 굉장히 심하게 분열하고, 그 안에서 고통스러운 모습을 보게 됩니다. 트럼프 2기 들어서 달라진 점은 트럼프가 구체적인 폭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는 것이고, 미국인이 희생되지 않는 ‘원거리 공습’이라면 전쟁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생겼습니다. 저는 이것이 남의 일 같지가 않습니다. 만일의 상황에 트럼프가 북한을 상대로 베네수엘라·이란과 같은 판단을 내린다면… 실질적인 위기감을 느낍니다.”

김 대표는 미주 한인들을 대하는 한국의 정책에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미주 한인들을 한국을 위하는 정치 세력으로 전제하지 말고 우선은 미국 시민으로 인정하고, 한인들이 일단은 미국의 모범 시민이 되도록 대재외동포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며 “점점 반대 방향으로 가는 듯해서 안타깝다”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 및 경제 정책은 한국사회에 큰 영향을 미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13~15일 9년 만에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미·중 정상회담 과정을 통해서 동북아,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관한 이슈가 의제로 상정되기를 바란다”(3월 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고 말하는 등 한국에서도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었는데, 정작 양국 정상회담에서 북한 관련 문제가 주목받지는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과 항공기 등을 사들이기로 하면서 성과를 자찬했지만, 시 주석이 이란 문제에 대해 원론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외교적으로는 성과를 얻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김 대표는 “트럼프의 방중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5월 15일 베이징 중난하이 정원에서 만나 악수하려고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중 정상회담 결과를 어떻게 보십니까.

“중간선거를 앞두고 중요한 이벤트였죠. 미국 농산물을 비롯해 중국이라는 큰 나라가 미국 물건을 사지 않으면 미국의 경제는 어렵습니다. 트럼프 개인 특성으로 보면 독재자를 좋아합니다. 비즈니스 협력 관계를 맺기에 좋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트럼프로서는 꼭 ‘빈손 외교’는 아니었다고 봅니다. 미·중관계가 악화한 것은 오히려 조 바이든 정부 때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왔을 때 중국에서 마스크나 의료 장비 등이 들어오지 않으면서 미국인들이 큰 희생을 치렀습니다. 미국 민주당 정권이 들어서면 대중국 정책은 더 강경해져서, 한국은 ‘미국이냐, 중국이냐’는 선택을 강요받으면서 더 곤란해질 수도 있습니다.”

-관세협상 등에서 보듯 트럼프 행정부 상대가 쉽지 않습니다.

“중간선거 결과를 봐야 하겠지만, 트럼프가 달라질 가능성은 없습니다. 최근 미국 내부에서는 ‘미국 민주주의 제도가 이렇게 허술했나’ 하며 자책하는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망해가는 나라’에 산다며 측은하게 보기도 하는데, 미국 사회가 한국처럼 시민들이 한데 나와서 이상한 정치권력을 저지하고 막아내는 동력은 없지만, 미국이 회복 가능한 사회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래서 결론은 한국 정부의 대미 정책 방향이 ‘미국을 견뎌야 하는 대상’으로 봐야 한다는 겁니다. 견딘다는 것이 무전략으로 있으라는 것이 아니라 미국이 대만을 두고 ‘전략적 모호성’을 이어오는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시간을 끌 건 끌고, 거래할 건 하는 거죠.”

-미국 사회의 큰 흐름이 변하지 않을 것이라 했습니다. 한국은 지속해서 영향을 받을 텐데요.

“한국은 외교·안보 측면에서도 정치만 있지 전략이 없는 것 같아 무척 안타깝습니다.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큰 나라’가 됐습니다. 미국의 영향력을 점차 줄여나가야 합니다. 강조하자면, 한국이 미국을 정치적으로 대하는 이벤트에서는 반드시 초당적인 분명한 입장을 취해야 합니다. 정부의 입장과 방향을 갖고 초당적 외교를 해야 합니다. 한국 국회의원들이 워싱턴을 방문할 때, 반드시 여야 함께 국익을 위한 정리된 내용을 갖고 와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무의미합니다. 트럼프 시대엔 더욱더 그렇습니다. 앞으로 대미 관계는 친미와 반미 프레임에서 벗어나야지요. ‘미국 편이냐, 중국 편이냐’ 이런 질문 앞에서 0 또는 100의 선택을 하는 건 바보짓입니다. 그 대신 ‘용미’, 말씀드린 전략적 모호성을 기반으로 미국을 활용하는 전략으로 나가야 합니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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