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와주는 이 없이 ‘나홀로 선거 운동’···뒤에는 열 사람 대신하는 ‘AI 선거사무장’[①AI와 6·3지방선거]
자금력 부족한 소수정당·청년 후보에 기회
개혁신당, 선거용 AI 개발 등 가장 적극적
일본선 AI 업은 신생정당 11명 비례 당선 ‘돌풍’
6·3 지방선거에서 인공지능(AI)이 화두로 등장했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포털과 댓글이, 2022년 지방선거에서는 유튜브가 화두였다면 이제는 AI다. 이미 해외에서는 일본의 신생 정당 ‘팀미라이’의 사례처럼 AI가 선거판에 돌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다만 AI가 정치 지형을 바꿀 만큼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오려면 가짜뉴스·딥페이크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극복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향신문은 3회에 걸쳐 AI 고도화가 선거와 정치에 미칠 영향을 짚어본다.

공식 선거운동 시작 첫날인 지난 21일 이진현 개혁신당 소속 구의원 후보(28)는 혼자 선거운동에 나섰다. 이 후보는 다른 캠프와 달리 선거사무장이나 선거 사무원 없이 홀로 선거를 치르고 있다. 대신 인공지능(AI)의 도움을 받는다.
이 후보는 AI 도구로 “광진의 비상식을 제보해주세요”라는 민원 접수 사이트를 만들었다. 주민들은 QR코드를 통해 이 사이트에 접속해 담배꽁초·쓰레기 등 각종 민원을 제보할 수 있다. 이날 이 사이트에는 ‘냄새나요’ ‘꽁초가 너무 많다’ ‘오토바이 시끄러워요’ 등 민원이 접수됐다.
해당 민원을 누르면 제보 지역 사진이 뜬다. 이 후보는 이날 해당 지역으로 이동해 주황색 개혁신당 점퍼를 입고 직접 꽁초와 쓰레기를 치웠다. 민원을 해결하면서 동시에 선거 유세 활동을 벌이는 셈이다. 이날 건대입구역 인근에서 만난 이 후보는 “민원을 받는 것은 선거사무장이 하던 일인데 이제 AI 덕분에 혼자 할 수 있다”며 “업체에 홈페이지 제작을 맡기면 몇백만원이 드는데 AI 덕분에 비용을 많이 아꼈다”고 말했다.
선거 유세를 위한 동선도 AI가 짜준다. 개혁신당의 ‘AI 선거 사무장’ 애플리케이션은 위성위치정보시스템(GPS) 데이터를 기반으로 지역의 시간대별 유동인구를 분석해 후보자들에게 효율적인 유세 동선을 제안한다.
이 후보는 이날 AI 선거사무장에게 ‘건국대 학생을 대상으로 오전 11시 이후 선거 운동 장소를 추천해 달라’고 했다. AI가 이날 이 후보에게 추천한 장소는 건국대학교 입구에서 맞은편 상권가로 향하는 건널목 앞이었다. 점심시간이 다가오자 이곳에서는 대학생들이 20~30명씩 무리 지어 이 후보의 앞을 지나갔다. 이 후보는 이들을 향해 “매번 싸우기만 하는 정치 바꾸고 싶어 출마했습니다. 새롭고 젊은 후보에게 일할 기회를 주십시오”라고 외쳤다.

이번 6·3 지방선거와 재보궐 선거는 생성형 AI가 본격적으로 보급된 후 이루어지는 첫 번째 선거다. 각 정당과 후보 캠프들은 생성형 AI를 선거 실무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유권자들이 공약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돕는 챗봇부터 후보자들의 선거운동 일정을 짜주는 AI 선거사무장까지 등장했다.
AI가 선거 실무자를 대체할 수 있게 되면서 자금력과 조직력이 부족한 소수정당·청년 후보들의 출마 문턱이 낮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이들의 정계 진입을 막는 요인이었던 막대한 선거 비용을 AI를 통해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행 공직선거법상 시·구의원 선거 기준 선거사무장의 법정 수당은 하루 15만원으로 후보자들은 공식 선거운동 기간인 21일에서 다음달 2일까지 총 13일간 인건비만 최소 수백만원을 지출하게 된다. 로고송 제작비, 선거사무원 인건비, 유세차량 임대료 등을 고려하면 후보자들이 지출하는 선거 비용은 억 단위를 넘어간다.
이번 선거에서 AI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정당은 ‘99만원 공천’ 등 저비용 선거를 내세운 개혁신당이다. 개혁신당은 후보자들의 공약을 생성해주는 AI를 자체 개발했다. 이 프로그램은 공약을 입력하면 정강·정책 부합성, 중앙당 공약 유사도, 2022년도 지방선거 당선인과의 비교, 타 후보와의 공약 중복 검사를 통해 후보자에게 공약의 종합점수와 보완책을 제시한다. AI가 지방의회 회의록을 자동 분석해 지역별 맞춤 공약을 추천해주기도 한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도 AI를 선거에 활용하고 있으나 아직 당 차원에서 선거 운동에 적극 활용하는 수준은 아니다. 민주당은 후보자 프로필, 공약 요약본 등을 유권자들이 확인할 수 있게 하는 챗봇 등을 운영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주로 공천 과정에서 AI를 활용하는 중이다. 공천 신청 절차·자격 등에 AI가 답변하는 챗봇을 운영하고 전문 업체를 통해 공천 지원자의 당 기여도, 공적 활동 등을 데이터화해 분석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AI가 선거판의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2월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는 지난해 5월 창당한 신생 정당 팀미라이가 유권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미래’를 의미하는 이 정당은 AI를 활용한 정책 설계와 의사결정 참여 확대 등 디지털 민주주의 구현을 핵심 정체성으로 삼고 있다. 14명의 후보를 내 11명의 비례대표 의원을 배출했다. 팀미라이의 당선자 평균 연령은 40.2세로 일본 내 정당 중 가장 젊다.
일각에서는 AI가 고도화되면 일본의 팀미라이 사례처럼 AI가 선거 지형을 변화시키는 사례도 나올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국내에서는 2024년부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규제가 강화되어 선거운동 기간에는 AI를 활용한 로고송·홍보물 제작이 어려워졌다. 후보들 사이에서는 획기적인 선거 비용 절감을 위해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후보는 “기초의원들도 한번 선거에 나서면 몇천은 쉽게 쓰는 것이 현실”이라며 “비용 절감을 위해 선거운동 기간에도 로고송 등에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제 완화가 이루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예슬 기자 brightpear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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