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스타머까지 6번째… 英 총리가 계속 바뀌는 이유

김송이 기자 2026. 5. 25.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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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0년 새 총리 5명 불명예 퇴진
스타머도 선거 참패로 사퇴 압박
경제 부실 누적에 사회 갈등도 커
양당 체제 붕괴하며 정치불안 지속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집권 노동당의 지방선거 참패 이후 당 안팎의 거센 사퇴 요구에 직면했다. 스타머는 차기 총선까지 물러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노동당 내부에서는 이미 차기 당권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스타머가 사퇴할 경우 영국은 최근 10년 동안 일곱 번째 총리를 맞게 된다. 이 때문에 외신에서는 “영국이 통치 불가능한 나라가 됐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 로이터=연합

스타머는 2년 전 총선에서 노동당 역사상 최대 규모의 압승을 거두며 14년 만의 노동당 출신 총리로 집권했다. 하지만 지방선거 참패 이후 거센 사퇴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주 노동당 소속 차관 4명이 스타머의 퇴진을 요구하며 잇따라 사표를 제출했고, 노동당 내에서 스타머의 사임을 요구하는 의원도 100명을 넘어섰다. 스타머 역시 전임 총리들처럼 임기를 채우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영국 총리들의 불명예 퇴진은 2016년부터 이어지고 있다. 그해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브렉시트 국민투표 패배 직후 사임한 이후 보리스 존슨, 리즈 트러스, 리시 수낙 등 보수당 총리들도 측근 성 비위, 감세 정책 후폭풍, 의회 과반 상실 등의 이유로 차례로 무너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마거릿 대처 전 총리의 재임 기간은 최근 네 명의 총리 재임 기간을 모두 합친 것보다 길다”고 평가했다.

영국 정치의 회전문 현상이 반복되면서 국가 시스템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때 안정적 민주주의의 상징으로 평가받던 영국이 이제는 사실상 통치 불능 국가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런던정경대(LSE)의 정치학자 토니 트래버스는 “예전에는 이탈리아처럼 총리가 계속 바뀌는 나라를 불안정하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오히려 영국이 끝없이 지도자를 교체하는 나라가 됐다”고 말했다. 스타머 정부는 집권 2년 동안 혼란이 특정 정당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만 입증했고, 누가 총리가 되든 취임 첫날부터 몰락 카운트다운이 시작된다는 자조 섞인 평가도 나온다.

영국 총리가 계속 바뀌는 가장 큰 이유로는 장기간 누적된 경제 부실이 꼽힌다. 영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유로존 재정위기, 브렉시트, 코로나19 팬데믹, 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연달아 겪으며 경제 기반이 크게 흔들렸다. 실질임금은 10년 넘게 정체돼 있고, 브렉시트 이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최대 8% 감소한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막대한 재정지출까지 더해지며 국가 부채도 급증했다.

영국 사회 내부 갈등 역시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런던 중심 구조와 불균형한 교육 시스템 같은 오래된 문제에 더해 도시와 농촌, 엘리트와 노동계층, 청년과 노년층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브렉시트 이후에는 ‘탈퇴파(Leave)’와 ‘잔류파(Remain)’라는 새로운 정치·문화적 대립 구도까지 형성됐다.

영국 가디언은 “전후 사회의 단순한 계급 구분이 브렉시트와 같은 문화적 차이, 가자지구 문제를 둘러싼 가치관 충돌, 그리고 고령 주택 소유자와 젊은 세입자 사이의 세대 갈등 등 훨씬 복합적인 분열 구조로 대체됐다”고 분석했다.

더 큰 문제는 영국 정치의 안정성을 떠받쳐왔던 전통적 양당 체제가 사실상 붕괴했다는 점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다섯 개 정당이 의미 있는 득표율을 기록했고, 보수당과 노동당의 합산 득표율은 보통선거 도입 이후 최저치인 37% 미만에 그쳤다. 나이절 패라지가 이끄는 개혁영국당(Reform UK)은 전체 득표율 30% 안팎만 확보해도 정권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복되는 정치 불안은 결국 영국 경제를 더욱 흔들 수밖에 없다. 경제학자 폴 존슨은 가디언에 “우리는 이미 다른 국가들과 같은 수준의 금리를 적용받고 있었다면 내지 않아도 됐을 막대한 이자 비용을 수십억 파운드 더 지불하고 있다”며 “그 프리미엄이 본격적으로 붙기 시작한 시점이 바로 극도의 정치적 불안정이 있었던 리즈 트러스 총리 시절이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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