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도 골프 친다더니…손님 줄어도 캐디피는 오르는 ‘이상한 경제학’ [권준영의 머니볼]

권준영 2026. 5. 25. 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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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는 대중화됐는데 필드는 왜 비어갈까…스크린·해외 이동, 소비의 역설
이용객 3년 연속 감소에도 요금은 버텼다…골프장의 ‘가격 방어’ 어디까지
필드보다 스크린, 국내보다 일본…달라진 ‘골프 소비’ 지형도

‘대리도 골프 친다’는 말이 더 이상 어색하지 않다. 퇴근 후 스크린골프장을 찾는 직장인들, 주말마다 연습장과 필드를 오가는 동호인들까지 더해지며 골프는 이미 일상적인 여가 스포츠가 됐다. 겉으로 보면 완전히 대중화된 분위기지만, 정작 필드는 비어가고 있다.

위 사진은 AI(인공지능)를 활용해 생성된 가상의 이미지입니다. OpenAI의 대화형 인공지능 ChatGPT 생성 이미지.
25일 한국골프장경영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골프장 내장객은 4641만4642명으로 전년(4741만3392명)보다 약 100만명 줄었다. 감소율은 2.1%다. 이 흐름은 일시적 현상이 아니다. 전국 골프장 내장객은 2022년 5058만명에서 2023년 4772만명, 2024년 4741만명, 2025년 4641만명으로 3년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3년간 줄어든 이용객만 417만명에 달한다.

하지만 소비의 방향은 달라지고 있다. 필드 수요는 줄고 스크린골프와 해외 원정으로 수요가 이동하는 사이, 가격만 버티는 기형적 구조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승승장구 캐디피…‘15만원 시대’ 고착화

한국골프소비자원에 따르면 대중형 골프장의 팀당 캐디피는 2006년 8만1800원에서 올해 14만6300원으로 78.9% 올랐다. 조사 대상 406곳 가운데 약 75%인 306곳은 이미 15만원 수준의 캐디피를 받고 있다. 골퍼들이 부담한 연간 캐디피 총액은 약 1조7800억원, 1인당 평균 부담액은 약 32만원으로 추산된다. 이용객 감소 흐름 속에서도 비용 부담은 좀처럼 낮아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흐름은 단순한 비용 문제가 아니라 시장 구조 변화와 연결돼 있다. 2022년 이후 캐디의 고용보험 적용 등 노동 환경 변화로 인건비 부담이 커진 데다, 골프장들이 경기 둔화 속에서도 가격 방어에 나선 영향도 컸다.

하지만 더 본질적인 문제는 비용 상승 자체보다 수요 감소 국면에서도 가격이 쉽게 내려가지 않는 시장 구조에 있다. 수요는 줄고 가격은 버티고 소비는 필드 밖으로 이동하고 있지만, 공급은 여전히 과거 성장기의 기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회원제 저물고 대중제 주도…판도 바뀐 필드

이용객 구조도 기존 인식과는 달라지고 있다. 지난해 회원제 골프장 이용객은 1457만명, 비회원제는 3184만명으로 파악됐다. 전체 이용객의 68.6%가 비회원제 골프장을 찾은 것으로 집계됐다. 비회원제 이용객 수는 회원제보다 1727만명 많았고, 1홀당 평균 이용객 역시 비회원제가 4544명으로 회원제(4199명)를 웃돌았다. 골프를 더 이상 회원권 중심의 폐쇄적 시장으로만 보기 어려워졌다.

이용 방식의 변화는 필드 밖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지난해 국내 스크린골프 1위 업체 기준 회원 수는 약 540만명, 설치 시스템은 4만3261대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라운드 수는 약 26만회에 달한다. 이를 연간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9490만 라운드 규모다. 사실상 필드와 별개로 또 하나의 거대한 골프 시장이 형성된 셈이다.

위 사진은 AI(인공지능)를 활용해 생성된 가상의 이미지입니다. 구글의 AI Gemini 생성 이미지
◆“이 돈이면 일본 간다”…해외로 유출되는 골프 소비

필드의 공백 일부를 스크린골프가 흡수했다면, 나머지 수요는 해외로 이동하고 있다. 특히 ‘엔저 영향’으로 일본 골프 여행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국내 1회 라운드 비용이면 일본 2박3일 골프 여행이 가능하다’는 말까지 나온다. 수도권 주말 라운드 비용이 인당 35만~40만 원 수준까지 오른 상황에서 규슈·오키나와 등은 항공과 숙박, 36홀 라운드를 포함해도 비용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소비가 점점 국경 밖으로 향하는 모양새다.

공급 측면에서도 ‘속도 불균형’이 나타난다. 올해 1월 기준 전국 골프장은 546곳이다. 운영 중인 527곳에 더해 건설 중 11곳, 미착공 8곳까지 포함한 수치다. 지난해보다 22곳 늘어난 규모로 증가율은 4.2%다. 하지만 같은 기간 이용객은 8.2% 감소했고, 1홀당 평균 이용객도 줄었다.

이 같은 불균형은 골프 산업의 구조적 특성에서 비롯된다. 골프장 개발은 인허가부터 개장까지 수년이 걸리는 장기 사업이다. 지금의 공급은 현재 시장보다 과거의 성장 기대를 반영한 결과물에 가깝다. 공급은 과거의 성장 기대를 따라가고, 수요는 현재의 소비 변화를 반영하면서 시장의 괴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결국 한국 골프 산업은 같은 시장 안에서 서로 다른 시간표가 동시에 작동하는 구조에 놓여 있다. 필드 이용객은 줄고 있지만 골프 소비 자체가 줄어든 것은 아니다. 소비는 스크린골프와 해외로 이동하며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있다.

‘대리도 골프 친다’는 말은 여전히 유효하다. 다만 그 풍경은 더 이상 잔디 위에만 머물지 않는다.

권준영 기자 kjykj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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