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3시간 듣고 AI 전문가?… 5개월 새 자격증 395개 쏟아졌다

문지수 2026. 5. 25.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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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00여명 응시 AI 민간자격 직접 따보니
2022년부터 5년간 새로 등록된 자격증 947종
정부 ①민간자격 실태조사 ②AI 역량 검증 마련
AI 민간자격증 취득을 위해 수강한 강의 실습 내용을 본보 기자가 따라한 화면. 챗GPT 캡처

"'직장 동료에게 격식 있고 센스 있게 보낼 메시지를 부탁해'라고 프롬프트를 적어 보세요."

한 원격 평생교육원이 주관하는 생성형 인공지능(AI) 민간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본보 기자가 수강한 수업 내용 일부다. 생성형 AI 활용 및 지도 교육을 위해 지난해 기준으로 700명 이상이 응시한 나름 다섯 손가락에 꼽히는 'AI 지도자' 자격증이다. 15~40분가량의 온라인 강의를 15개 듣고, 필기시험을 통과하면 자격증이 주어진다.

강의는 AI 활용 방법을 알려주는 쪽으로 맞춰졌다. 인공지능의 역사와 '머신러닝' 같은 용어의 의미를 설명해줬다. 그러곤 "구글 계정부터 만들어야 한다"며 구글·챗GPT 계정 가입 방법을 알려주고는 30분에 걸친 2회 차 강의를 끝냈다. 이후 강의에선 명령어 검색 요령을 알려주면서 "아래 소리 아이콘을 누르면 답변을 음성으로 들을 수 있고, 이 아이콘을 누르면 복사할 수 있다"라며 챗GPT, 제미나이 등 AI에 탑재된 기능을 하나하나 짚어 나갔다. 인터넷 사용이 익숙지 않은 노인이나 AI 입문자들에게 적합한 '교양 강의'라는 인상이 강했다.

한 원격평생교육원의 자격 검증 합격 화면. 화면 캡처

최근 AI 관련 민간 자격증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취업 준비생부터 은퇴를 앞둔 직장인까지, AI 시대에 뒤처질 수 없다는 일종의 '포모(FOMO·소외 공포증)'에 시달리는 이들을 대상으로 자격증 시장 확장에 속도가 붙은 것이다. 시중에 남발된 AI 자격증 중 옥석을 가려내는 일이 소비자의 몫이 되면서, 그만큼의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 1~5월 신규 등록된 AI 자격증만 395건

민간자격은 국가가 아닌 민간이 자격을 발급할 수 있게 한 제도다. 생명·안전·국방 등 직결 분야가 아니면 개인·법인 누구나 한국직업능력연구원에 등록만 하는 것으로 자격증을 발급할 수 있다. 민간자격제도의 관리·운영을 맡은 한국직업능력연구원에 등록 신청을 하면 관련 중앙행정기관에서 결격 사유 등을 검토한 뒤 등록이 완료되는 식이다.

최근 5년간 AI민간자격증 신규 등록 추이. 그래픽=송정근 기자

24일 한국직업능력연구원 민간자격정보서비스(PQI)에 따르면, 올해 AI의 이름을 달고 신규 등록된 AI 관련 자격증은 395종에 달한다. 지난해 신규 등록 건수(322건)를 5개월 만에 넘어선 수치로, 이들은 △2022년 12건 △2023년 61건 △2024년 157건으로 매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5년간 쌓인 AI 관련 자격증을 계산하면 947종에 이른다.

이들 자격증이 'AI 전문성'을 보장하는지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동영상 강의 몇 시간을 본 뒤 합격률 100%의 간단한 시험만 보면 되는 자격증이 다수이기 때문이다.

본보 기자가 응시한 자격증도 마찬가지였다. 3시간가량 동영상을 본 뒤 업체에서 제공하는 기출문제를 옆에 띄워두고, 그중 새로운 문제는 화면을 캡처해 AI에 답을 물어볼 수 있었다. 그 결과 'A사의 생성형AI는 국내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같은 객관식 20문항을 10분 만에 다 풀고 시험에 합격할 수 있었다. 발급 비용 8만 원으로 자격증을 손에 넣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업체가 가지고 있는 다른 AI 자격증을 둘러봤는데, 'AI 마케팅 전문가' 'AI 디자이너' 등 종류별로 14개에 달했다.

새롭게 등록되는 자격증들 중에는 AI와 실제 관련성이 있는지 의심스러운 것들도 적지 않았다. 단순 인공지능 데이터·모델 개발뿐 아니라 'AI부패방지' '자서전AI프롬프트' 'AI출판아티스트' 등 AI 활용 가능한 영역에 대한 온갖 자격이 등록돼 있었다.

이 중 지난해 발급기관이 응시자·취득자가 1명이라도 있다고 신고한 자격증은 48건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실제 자격증 운영 상황이 불투명했다. 한 자격증 발급기관은 정식 사이트가 없어 자격증 교육 및 취득 과정이 어떻게 되는지, 무엇에 활용할 수 있을지 확인할 수조차 없었다.


"직무 규정 안 된 AI 산업... 자격증 남발, 소비자 피해로"

민간자격 소비자 안내 포스터. 한국직업능력연구원

그럼에도 이들은 △국책연구기관(한국직업능력연구원)에 등록 승인을 받았고 △이력서에 기재 가능한 △평생 자격증이라고 홍보한다. 취업이나 재취업 등을 앞둔 이들에게 일종의 '불안 마케팅'을 펼치는 것이다. 당연히 그 피해는 속출한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25년 8월까지의 민간자격증 관련 소비자 상담 건수는 총 4,586건이었다. 이 중 분야가 확인되는 자격 2,877건 중 12.7%(366건)가 드론, 컴퓨터 등 IT 분야였다.

정부도 대책을 마련 중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교육부·한국소비자원 등과 AI 민간자격 합동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남발되는 자격증이 등록 요건에 부합하게 작동하는지 점검해 문제가 있을 시 퇴출하는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지수 기자 doo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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