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대통령이 만드는 좋은 대통령 사진 [뉴스룸에서]
이 대통령 사진의 주인공은 시민
‘국민과 함께’ 대통령의 의지 투영
꾸밈없던 노무현의 사진을 추억


이재명 대통령은 18일 광주와 경북 안동에서 전통시장을 잇따라 방문했다. 청와대가 공개한 현장 사진을 보면 주인공은 주로 시민들이었다. 밝게 웃는 시민들이 중앙에, 이들을 휴대폰으로 촬영하는 대통령은 가장자리에 뒷모습으로 찍혀 있는 식이다. 같은 날 무안국제공항을 찾은 대통령이 제주항공 참사 유류품 보관 창고를 둘러보는 사진에서도 주인공은 대통령이 아닌, 창고 바닥을 뒤덮은 유류품들이었다.
대통령이 너무 작거나 뒷모습이라 잘 보이지 않는 사진도 이제 흔하다. 이에 대해 국가기록물로서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얘기도 나오지만, 권력자를 중심에 두지 않는 파격 구도가 청와대의 민주적인 분위기를 반영한다는 평가는 공감할 만하다.
대통령 사진은 국민 눈높이에 맞춰 진화해 왔다. 권위주의가 지배하던 시절 대통령은 항상 반듯한 모습으로 프레임의 중앙을 차지했고 국민은 주변부로 밀려났다. 대통령만 잘 보이면 되는 사진에 국민들의 고단한 삶이 담길 리 없었다. 민주화 이후에는 권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러운 모습이 담기기 시작했으나 일방적인 공보의 개념을 벗어나진 못했다.

윤석열 정부는 국민 눈높이를 무시하고 영부인의 연출된 이미지를 과하게 보여주다 역풍을 맞았다. ‘오드리 헵번 연출’ 논란이 일었던 캄보디아 방문 사진부터 김건희 여사의 독사진을 무더기로 공개한 ‘순천만 사진’, ‘대통령 놀이’라는 비판이 쏟아진 마포대교 시찰 사진까지, 자신만 잘 나오면 된다는 권력자의 시대착오적 발상은 민심 이반의 속도를 높였다.
어록 사진집 ‘지금은 이재명’의 저자 강영호는 “그(대통령)의 얼굴보다 그가 어디를 바라보는지를 찍을 때 국민 마음에 더 가닿을 것”이라고 했다. 그의 말은 이재명 정부에서 실현되고 있다. 대통령이 차지하던 정중앙에 시민들의 얼굴과 참사 피해자의 아픔이 자리 잡으며 권력이 국민 곁에 서게 된 것이다.
대통령 사진의 좋고 나쁨은 ‘누가 얼마나 잘 찍느냐’에 따라 평가되기도 하지만, 대통령이 국민과 권력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에 따라 갈린다. 판에 박힌 격식을 벗어난 이 대통령 사진이 국민 공감을 얻는 것도 전속 사진가의 개인 역량이나 촬영 스타일이 작동하기 이전에 국민과 함께하려는 대통령의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 아닐까.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일상 사진이 지금도 우리 마음을 움직이는 이유는 권력자의 연출 이미지가 아닌 한 인간의 진심이 투영됐기 때문이다. 우리도 카메라 앞에 있는 그대로를 드러낸 대통령이 있었다. 2005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전속 사진가였던 장철영은 대통령의 일상적인 모습을 찍게 해달라고 부속실에 건의했다. 참모들 사이에서 찬반 의견이 갈렸지만, 대통령은 단번에 승낙했다.

노 전 대통령은 대통령기록관을 만들 정도로 기록의 중요성을 잘 알았지만 막상 개인 일상을 공개하고 기록하는 것은 쉽지 않았던 것 같다. “사진사 빼고 여행 가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꾸밈없는 모습 그대로 국민에게 다가가고자 사적인 영역까지 카메라 앞에 드러냈던 그가 퇴임 후 일거수일투족을 쫓는 언론의 카메라에 시달려야 했던 것은 대통령 사진의 아이러니다. 엊그제로 그가 떠난 지 17년이 지났다. 여전히 아쉽지만 “남는 건 사진밖에 없다”던 그의 말처럼 인간 노무현을 대통령 사진으로 추억할 수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박서강 기획영상부장 pindropp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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