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수원에 온 '北 내고향'… 스포츠와 통일 사이에서 흔들린 우리 사회
남북 갈등 속 스포츠 교류로 민족 정체성 복합적 감정 표출
내고향 방남은 남북관계 현실과 스포츠 정치 분리 질문 제기


【발리볼코리아닷컴=김정훈 스포츠평론가】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이 수원에서 열린 2025-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일본 도쿄 베르디를 1-0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 조별리그에서 도쿄 베르디에 0-4로 완패했던 내고향은 결승에서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설욕에 성공했다. 주장 김경영의 결승골과 팀 전체의 강한 압박, 조직력, 집중력이 빛난 경기였다. 북한 여자축구가 국제무대에서 꾸준히 경쟁력을 보여온 이유를 다시 한 번 입증한 순간이었다.


이 대회에서 수원FC 위민의 4강 탈락은 아쉬웠지만, 일본 클럽이 아닌 같은 민족인 북한 팀이 우승했다는 사실이 많은 이들에게 복합적인 감정을 안겼다. 특히 일본의 강호를 꺾고 북한 팀이 정상에 오른 점은 감정적으로도 의미가 깊었다. 내고향의 방남은 단순한 스포츠 원정을 넘어 남북관계의 현실과 우리 사회의 내면을 비추는 계기가 됐다.

북한은 이미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한 상태에서 선수단이 한국 땅을 밟고, 수원에서 경기를 치르며, 수천 명의 관중 앞에서 우승 세리머니를 펼쳤다는 사실 자체가 상징적이다. 그러나 이번 방문은 우리 사회 내부의 갈등도 드러냈다. 공동응원단의 응원을 두고 "스포츠 정신"과 "남북 화해 정신"이 충돌하는 장면이 연출됐고, 일부는 북한 팀을 더 열광적으로 응원하는 것이 맞느냐고 비판했다.


반면, 같은 민족을 응원하는 것은 자연스럽다는 주장도 있었다. 경기장에서는 "오 필승 내고향" 응원가가 등장했고, 북한의 득점 순간 일부 관중은 "우리 팀이 넣었다"고 외치기도 했다.
이러한 현상은 스포츠에서 홈팀을 응원하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점과, 실향민·탈북민·통일운동 단체들이 내고향 선수단을 단순한 북한 팀이 아닌 같은 민족의 얼굴로 받아들이는 감정이 교차한 결과다.

북한 선수단은 응원단에 적극적으로 화답하지 않았고, 기자회견에서는 '북측'이라는 표현에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처럼 남북 간의 심리적 거리는 여전하지만, 이번 방문의 상징성까지 부정할 수는 없다.
한국은 경제적으로 북한보다 우위에 있는 사회다. 여유와 자신감은 강한 쪽에서 나와야 한다. 북한의 변화가 더디더라도, 스포츠와 문화 교류 같은 작은 접점들을 통해 긴 호흡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단 한 번의 축구대회가 남북관계를 바꾸지는 못하지만, 적대와 단절만 반복되는 시대에 북한 선수단이 한국에 와서 경기를 치르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는 사실은 하나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번 내고향의 방남은 한국 사회에 불편한 질문들을 던졌다. 우리는 북한을 어디까지 받아들일 수 있는가, 스포츠는 어디까지 정치와 분리될 수 있는가, 민족이라는 감정은 지금도 유효한가.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은 하나일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완전히 닫힌 시대에도 사람은 만나야 하고, 스포츠는 정치가 막아선 벽을 조금씩 흔들 수 있다는 점이다. 내고향의 방남은 단순한 축구대회 이상의 의미를 남긴 사건이었다.
이 칼럼은 스포츠평론가 김정훈이 기고 한 글 입니다. 외부 칼럼의 경우 본지 편집 방향과 맞지 않을 수 도 있는 점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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