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휴전 60일 연장·호르무즈 개방’ 합의 근접
트럼프는 “서두르지 말라” 지시

미국과 이란이 ‘휴전 60일 연장’과 ‘호르무즈 해협 개방’ 등을 골자로 한 양해각서(MOU) 체결에 근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24일(현지 시각) 자신의 소셜미디어에서 “협상은 질서 있고 건설적인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우리 협상팀에 ‘시간이 충분하므로 서두르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했다. 트럼프가 전날 “합의문이 대체로 협상됐고, 최종 확정만 남았다”고 밝혀 합의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 가운데 핵심 쟁점인 이란 핵 포기와 호르무즈 해협 개방 문제를 두고 담판을 시도 중인 것으로 해석됐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합의에 매우 근접했고 MOU 최종 확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2월 28일 시작된 이번 전쟁이 발발 80여 일 만에 종식의 실마리를 찾을지 주목된다.
미 매체 악시오스는 미국 정부 관계자들에게서 입수한 MOU 초안을 인용, 미국과 이란이 일단 60일간 유효하고 향후 연장할 수 있는 MOU를 체결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초안에 따르면 60일 동안 호르무즈 해협은 무료로 개방되고 이란은 기뢰 제거에 동의한다. 대신 미국은 이란 봉쇄를 해제하고 석유를 자유롭게 판매할 수 있도록 제재를 해제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란이 핵 개발 금지 방침을 국제사회에 공개적으로 밝히고 협상을 계속한다는 선언적 내용도 포함된다. 중동 지역 미군 철수, 이스라엘과 레바논 헤즈볼라 간 종전 등 사항도 명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협부터 개방, 핵은 추후 협상… 아슬아슬 ‘반쪽 합의’ 가능성
양국은 MOU를 체결해 일단 휴전을 60일간 연장하고 호르무즈 해협 개방과 이란의 핵물질 처리 같은 세부 쟁점은 향후 협상에서 계속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는 이란이 미국에 ▲전쟁 종식 ▲호르무즈 위기 해결 ▲세부 협상 개시(30일 이상) 등 3단계로 이뤄진 합의안을 제시했고, 미국이 24일까지 이 제안에 답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 역시 합의에 ▲호르무즈 해협 단계적 재개방 ▲이란의 농축우라늄 재고 희석·이전 논의 ▲미국의 봉쇄·제재 해제 등 내용이 담길 것이라고 보도했다.
◇핵물질 처리 문제 등 여전히 ‘암초’
다만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 이란의 핵무기 보유 금지와 고농축 우라늄 처리 등 ‘악마의 디테일’은 여전히 최종 합의를 좌초시킬 수 있는 암초로 남아 있다. 트럼프는 “호르무즈 해협은 개방될 것”이라고 했고, 미국 당국자들은 MOU 초안에 ‘무료 개방’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란 파르스 통신은 “해협 통행 선박 수를 전쟁 전으로 회복한다는 의미일 뿐”이라며 “전쟁 전처럼 ‘자유 통항’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호르무즈 해협의 항로 결정, 통행 시간과 방법, 허가증 발급 등은 여전히 이란이 관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여차하면 통행료 부과를 포함한 통제권을 계속 행사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는 “협정이 서명될 때까지 (이란) 봉쇄는 계속될 것”이라며 “이란은 핵무기나 핵폭탄을 개발하거나 획득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이해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양측 모두 시간을 갖고 신중하게 협상해야 하고, 실수는 용납될 수 없다”고 했다. 이란의 완전한 핵 포기라는 자신의 전쟁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미 뉴욕타임스(NYT)도 복수의 미 당국자를 인용해 미국이 초기 합의의 일환으로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 포기를 요구했고 이란이 이를 수용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란이 실제 미국의 ‘핵포기’ 요구에 순순히 응할지는 미지수다. 이란 정부 고위 당국자 3명은 그런 내용이 없었다고 부인했고, 이란 타스님뉴스도 “핵분야와 관련된 어떤 조치도 수용하지 않았고, MOU 초안엔 핵문제는 한마디도 없다”고 했다. 지난달 일시 휴전 이후 미국은 이란에 종전과 핵 포기를 단번에 합의하는 ‘원포인트’ 협상을 요구했지만 이란은 ‘선 종전 후 핵협상’이라는 2단계 방안으로 맞서 논의 진전이 거의 없었다. 결국 핵물질 처리 방안을 두고서는 양국이 평행선을 달릴 가능성이 여전하다는 분석이다.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도 최근 ‘농축 우라늄 해외 반출 불가’ 입장을 밝혔다. 핵무기 10기를 만들 수 있는 60% 농도 농축 우라늄 440㎏의 처리 방향을 두고 미국은 외국 반출을 줄곧 주장해왔다. 일각에선 국제원자력기구(IAEA) 감독 하에 이란 내부에서 희석하거나, 2015년 핵합의(JCPOA) 전례에 따라 러시아로 반출하는 중재안도 제시하고 있다. 과거 JCPOA도 타결에 20개월이 걸렸음을 감안하면, 이번 핵 협상 역시 휴전을 수차례 연장하면서 논의를 지속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협상 근접→공습 준비→타결 임박?
미국과 이란의 협상은 지난 금요일부터 롤러코스터 식으로 급박하게 전개됐다. 아심 무니르 파키스탄군 총사령관과 카타르 협상팀이 22일 테헤란에 도착해 중재안을 집중 논의했고, 미국에서도 “약간의 진전이 있다”(마코 루비오 국무장관)는 발언이 나왔다. 그러나 토요일엔 트럼프를 비롯한 전쟁 지휘부가 연휴 일정을 취소하고 이란 공습 재개 준비에 돌입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분위기는 급변했다. 트럼프는 주말에 바하마에서 열린 장남 결혼식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이스라엘 벤구리온 공항에 미 공중급유기 50여 대가 주기된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하지만 일요일이 다가오면서 미국에선 협상을 낙관하는 발언이 잇따라 나왔다. 트럼프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파키스탄, 튀르키예, 요르단, 바레인 등의 정상 및 고위 당국자와 “매우 좋은 통화를 가졌다”고 했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도 통화가 잘 진행됐다고 했다. 트럼프는 네타냐후에게 이란 핵프로그램 완전 해체, 농축 우라늄 해외 반출 등을 약속했다고 이스라엘 매체들이 보도했다.
다만 트럼프는 이날도 “협상과 공습 재개 가능성은 여전히 50대 50″이라고 했다. 협상이 불발되면 언제든 공습할 수 있다는 압박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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