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벅 직원에 “똑같은 X” 폭언… 신세계 “의도 없다 해명해도 믿겠나”

이미지 기자 2026. 5. 25.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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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불매 운동 논란

신세계그룹은 22일 오후 전국 스타벅스 매장에 지난 18일에 이어 2차 사과문을 게시했다. “5·18 민주화운동 영령과 유가족,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머리 숙여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는 내용에 이어, “이번 사건은 전적으로 본사 온라인 사업 운영 중 발생한 잘못이며 매장 파트너(직원)와는 무관하다”는 문안이 더해졌다. 스타벅스 매장 직원들에게 모욕적인 말을 하거나 위협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광주 스타벅스 매장에선 누군가 계란을 던진 흔적이 발견됐고, “매장에서 ‘너희도 똑같은 놈 아니냐’는 폭언이 들려온다” “출근하기 두렵다”고 호소하는 직원도 늘고 있다고 한다. 스타벅스는 “이번 잘못과는 무관한 매장 파트너들이 안심하고 근무할 수 있도록 고객 여러분께서 따뜻한 배려를 나누어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호소했다. 스타벅스 직원은 본사 600여 명을 포함해 2만3000여 명 규모다.

민노총 배달기사 “스벅 배달 거부” 21일 스타벅스 배달 거부를 선언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노동조합 소속 배달기사가 자신의 오토바이에 ‘스타벅스 불매! 배달거부!’라 쓰인 스티커를 부착하고 있다. /배달플랫폼노동조합

스타벅스코리아가 5월 18일 진행한 ‘책상에 탁! 탱크데이’ 이벤트 논란이 전방위적 불매와 거부 사태로 치닫고 있다. 대통령이 직접 규탄하고, 장관들이 앞다퉈 거리 두기에 나서고, 민주노총 소속 배달 라이더들이 배달 거부 스티커를 붙이는 상황을 넘어 매장 직원에 대한 위협 사태로까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사태의 원인이 된 마케팅 기획 과정과 의사 결정 경위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온 사회가 스타벅스의 ‘의도’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모기업 신세계그룹은 초유의 위기 상황에 처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26일 직접 나서 대국민 사과와 감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지만, 들끓는 민심을 수습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의도’ 기정사실화

문제가 된 탱크데이 행사는 스타벅스코리아 커머스팀(온라인 마케팅 담당)이 기획했다. 신세계그룹은 본사 감사팀을 투입해 이 팀과 결재 라인 전체에 대한 감사를 해왔다. 5명으로 구성된 커머스팀은 “당초 ‘내 손에 착!’ ‘책상에 탁!’ ‘가방에 쏙!’이라는 3단계 홍보 문구를 준비한 것일 뿐 특정한 의도가 없었다”고 진술했다. 회사는 이를 검증하기 위해 관련자의 업무용 컴퓨터를 포렌식한 데 이어 각자의 동의를 구해 개인 휴대전화도 포렌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관계자는 “우리도 합리적 의심을 갖고 조사를 해왔다”며 “하지만 이 문제가 이미 정치 쟁점화된 상황에서 어떤 결과를 내놓든 믿어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연중 두 차례 개최하는 대규모 ‘e프리퀀시’ 이벤트의 경우 정용진 회장 직속 경영전략실에 보고하지만, 연간 100건에 육박하는 이번 같은 단발성 온라인 프로모션은 내부 결재로 처리한다는 게 신세계그룹 설명이다. 사태 초반 손정현 스타벅스코리아 대표와 담당 임원이 해임되고 실무진이 직무 배제된 것도 이 때문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스타벅스의 경우 보름 단위(매월 1일~15일 또는 16일~월말)나 월 단위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미국 본사 주문이나 외부 협업에 따라 수시로 날짜가 조정된다”며 “이 과정에서 이벤트가 특정일과 겹치는 사례를 세밀하게 챙기지 못한 구조적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사이렌’ 브랜드만 해도 스타벅스의 로고를 넣은 대표 상품으로, 지난 3년 간 80개 이상이 출시돼 수시로 이벤트가 진행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소한의 게이트키핑(자체 검열) 시스템조차 작동하지 않았다는 건 변명의 여지가 없다는 지적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통업계의 사회적 감수성은 갈수록 강화됐지만 젊은층을 주고객으로 삼아온 스타벅스는 우리 사회의 정치·역사적 이슈의 폭발성에 무감각했던 것같다”고 말했다.

스타벅스 텀블러·머그컵 부수는 시민단체 23일 광주 서구 광천동 이마트 앞에서 옛 전남도청 복원지킴이 회원들이 스타벅스 텀블러와 컵을 망치로 부수고 있다. 스타벅스가 5·18 탱크데이 이벤트에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폄훼했다는 비판이 일면서 관공서와 시민 단체 등의 불매 운동이 심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번져가는 불매 광풍

스타벅스에 대한 불매와 거부는 대통령과 여당을 넘어 각 부처 및 지자체와 관공서, 노동계, 금융권, 시민단체 등으로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노조가 배달 거부를 선언하면서 오토바이에 ‘스타벅스 배달 거부’ 스티커를 붙인 라이더들이 거리에 등장했다. 전국공무원노조는 전체 지부에 스타벅스 이용 중단을 요청했다. 일부 기업도 스타벅스와 거리 두기에 나섰다. NH농협은행은 스타벅스 대신 다른 업체 쿠폰으로 사은품을 교체했고, 신한카드는 스타벅스와의 협업 카드 출시를 연기했다. 7년간 ‘카카오톡 선물하기’ 1위였던 스타벅스는 논란이 불거진 지 일주일만에 배달의민족 금액 상품권에 그 자리를 내줬다.

시민단체 등은 스타벅스의 선불 충전금을 겨냥하고 있다. 지난 21일 한 변호사가 법원에 “사용하지 않은 스타벅스 카드 잔액을 반환해달라”는 지급명령 신청을 냈고,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도 다음 날 “스타벅스코리아는 더 이상 스타벅스를 이용하지 않겠다는 소비자에게 조건 없이 충전 잔액 전액을 환불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스타벅스코리아의 선불 충전금은 작년 말 기준 4275억6300만원에 달한다. 당기순이익(1424억원)보다 큰 금액이다. 스타벅스는 공정거래위원회 약관에 따라 선불 충전금의 60% 이상을 사용해야 나머지 금액을 환불해주고 있다. 공정위는 이번 논란을 계기로 해당 약관을 재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선불 충전금이 한꺼번에 빠질 경우 스타벅스는 재무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신세계그룹이 3조원을 투입해 광주광역시에 조성하려던 ‘그랜드 스타필드 광주’ 사업도 차질이 예상된다. 5·18 기념재단과 관련 단체들은 지난 22일 광주 신세계 앞에서 피켓 시위를 벌이고 ‘정용진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광주에서 추진하는 모든 사업 계획을 전면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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