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있을 수 있는 모든 병폐 드러내는 교육감 선거

6·3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전국 시·도 교육감 선거가 이번에도 고질적인 병폐를 드러내고 있다. 교육감 선거는 후보가 누군지도 모르고 투표장에 가는 경우가 허다한 대표적인 ‘깜깜이 선거’다. 이번에는 16개 시도에서 교육감 후보 58명이 출마했다. 특히 서울은 교육감 직선제 도입 이후 최대인 8명의 후보가 난립한 상태다. 정당 공천이 배제된 선거라서 대부분 유권자들은 후보들의 성향도 알지 못한다. 엊그제 서울교육감 후보 8명이 TV 토론을 했지만 아무 관심도 끌지 못했다.
서울교육감 후보 난립은 진보·보수 진영 할 것 없이 경선 불복과 단독 출마 강행이 이어진 결과다. 진보 진영 경선에선 대리 등록과 참가비 대납 의혹이 제기됐고, 후보들이 부정 투표 의혹을 제기하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보수 진영에서도 경선 탈락자들이 등록 마감일에 출사표를 던지기도 했다.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교육감 선거가 저질 정치판 선거처럼 변질된 것은 어제오늘 일도 아니다. 경선 불복은 흔한 일이고, 상대 후보를 매수한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사람이 반납해야 할 선거 비용 대부분을 미납한 상태에서 다시 출마하는 일도 있었다. 그동안 교육감 선거에서 세 번, 두 번 떨어지고 이번에 또 출마하는 ‘습관성 출마’ 후보들도 있다. 교육감 선거는 중립성 확보를 명분으로 정당 공천을 배제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보수·진보 진영 후보들이 정당과 유착 관계 속에서 후보를 선출하고 선거를 치른다. 그러다 보니 국회의원 등을 지낸 사람이 교육감 선거에 나서 정치적 연명을 꾀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이러니 선거에서 교육 이슈는 사라지고 교육감 후보들은 ‘초중고생 등하교 교통비 지원’ ‘고3 운전면허 취득비 지원’ 같은 현금 지원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교육감 후보들이 이런 공약을 낼 수 있는 것은 매년 내국세의 20.79%를 자동으로 받는 지방교육교부금 제도의 허점 때문이다. 이 교부금이 반도체 호황으로 머지않아 80조원대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학생 수는 줄어드는데 교부금은 매년 늘어나 돈 쓸 곳을 못 찾는 지경인데 앞으로 대폭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죄의식 없이 현금 살포를 공약하고 있다.
2007년 도입된 교육감 직선제는 이미 실패로 판명 났다. 유권자들 무관심 속에 부작용만 커지고 있다. 특히 올해는 선거에서 벌어질 수 있는 모든 병폐를 빠짐없이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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