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ETF 500조 시대, 소외된 운용사들

배성수 2026. 5. 25.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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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이익 수십분의 1 불과
운용업계 선진화 정책 시급
배성수 증권부 기자

“한 증권사 분기 순이익이 1조원을 넘었죠. 모든 자산운용사 실적을 합쳐도 발끝조차 못 따라갑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24일 기자와 만나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도 금융당국에서 ‘최저 보수’ 경쟁만 불붙이니 업체 간 진흙탕 싸움만 하는 형국”이라며 이같이 푸념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순자산 규모가 500조원 달성이 목전인데 몇 년 전과 비교해도 시장 상황은 크게 달라진 게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증권업과 자산운용업의 실적 격차가 날로 커지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10대 증권사 합산 순이익은 4조3318억원에 달한다. 올 1분기 5대 은행(신한 하나 국민 농협 우리) 합산 순이익(4조4471억원)과 불과 1153억원 차이 나는 데 그쳤다. 미래에셋증권은 업계 최초로 분기 순이익 1조원대 신기록을 썼다.

상대적으로 초라한 운용사 실적을 반등시키기 위한 정책적 관심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삼성자산운용 KB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신한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 등 국내 주요 운용사의 1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2690억원이다. 이마저도 ETF 시장이 커져 전년 동기 대비 실적이 88% 증가한 것이다.

증권업과 운용업은 금융지주회사의 핵심 계열사다. 하지만 가장 큰 차이인 인가 부문에서 격차가 벌어져 있다. 증권사는 종합금융투자사업자 및 발행어음(단기금융업), 종합투자계좌(IMA) 등 인가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확충한 자본금을 활용해 글로벌 진출 및 인수합병(M&A)에도 적극적으로 나선다. 다만 운용사는 아무런 권한이 없다. 상품 판매 외에 새롭게 자본금을 확충할 뚜렷한 방안이 없으니 신사업 진출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운용업계는 이런 상황에서도 금융당국이 시장에 과도하게 개입한다고 하소연한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 새 상품이 나올 때마다 보수 인하를 강요해 상대적으로 운용사는 수익성이 떨어지고 이 때문에 글로벌 금융 트렌드를 좇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상품 출시를 가로막는 규제도 문제다. 예컨대 27일 국내에 출시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상품은 홍콩 CSOP자산운용이 지난해 홍콩증시에 상장해 글로벌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중 최대 판매액을 올리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자산운용사의 새로운 라이선스 확보 등 자본금 확충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증시 활황 속에서도 ETF 시장은 더 빠른 속도로 커질 전망이다. 이제부터라도 운용업계를 선진화할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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