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로 던져도 너보다 잘 던지겠다”며 오재원이 저격했던 삼성 양창섭, 1피안타 무4사구 완봉승으로 고교 시절 잠재력을 만천하에 증명했다 [남정훈의 비욘드 더 그라운드]

남정훈 2026. 5. 25.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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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상습 투약 및 대리 처방 등으로 이제는 야구팬들에게 금지어가 된 오재원은 해설위원 시절, 까마득히 어린 한 후배 투수와 빈볼 여부를 놓고 SNS 상으로 서로 저격했다. 그 사건 있은 후 몇 달 뒤 오재원 SNS 라이브를 하던 도중 돌멩이를 들더니 “내가 이걸로 던져도 너보다 잘 던지겠다”며 막막을 쏟아냈다.

오재원이 과연 돌멩이가 아니라 야구공을 프로 무대에서 던져도 1피안타 완봉승을 할 수 있을까. 2026년 5월24일은 오재원의 막말이 제대로 틀렸음을 증명한 날이었다. 오재원의 막말이 대상이 됐던 그 후배 투수가 그로부터 3년여가 지난 현재, 자신의 고교 시절 잠재력을 모두 쏟아내며 KBO리그 역사에 남을 만한 ‘인생투’를 펼쳤기 때문이다. 삼성의 우완 양창섭(27) 얘기다.

양창섭은 2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6 KBO리그 롯데와의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해 9이닝 동안 피안타 딱 1개만 내주고 무4사구 무실점의 환상적인 투구를 선보이며 삼성의 10-0 대승을 거뒀다.

이날 양창섭의 투구는 그야말로 완벽했다. 3회 선두타자 장두성에게 우전 안타를 내준 게 이날 허용한 출루의 전부였다. 4회부터 9회까지 6이닝을 18타자만에 돌려세웠다. 3회 장두성에게 맞은 안타가 아니었다면 KBO리그 최초의 퍼펙트게임도 달성할 수 있었다.
이날 양창섭의 완봉승은 KBO리그 역대 143번째 무4사구 완봉승이자 역대 47번째 1피안타 완봉승이었다. 삼성 투수의 완봉승은 지난해 7월26일 후라도의 KT전 완봉승 이후 약 10개월 만이다. 삼성 토종 투수의 완봉승은 2020년 9월13일 최지명(개명 전 최채흥)의 LG전 이후 처음이었다. 삼성 투수의 1피안타 완봉승으로 치면 1993년 6월19일 사직 롯데전에서의 성준 이후 무려 33년 만에 나온 진기록이다. 성준이 좌완투수였으니 삼성 우완 투수로 따지면 1992년 5월28일 대구 해태전의 유명선 이후 34년 만에 처음이다. 구단 대기록을 줄줄이 소환한 양창섭의 기념비적인 완봉투였다.

양창섭은 덕수고 시절 전국구 에이스였다. 고교 2,3학년 때 황금사자기 MVP를 휩쓸었던 초고교급 우완 에이스였다. 그러나 투수 치고는 작은 체구(1m82)와 혹사 논란 등으로 인해 지역 연고 1차 지명을 받는 데 실패해 2차 1라운드 2순위로 삼성에 지명됐다. 2018년 프로 데뷔 후에도 고교 시절의 잠재력을 좀처럼 발휘하지 못했다. 선발과 불펜을 오가면서 제 역할을 제대로 잡지 못했다.

지난 시즌 임시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33경기(6선발)에 등판해 66이닝을 던지며 3승3패 2홀드 평균자책점 3.43을 기록하며 자신의 잠재력을 조금씩 드러내기 시작했다.
올 시즌에도 선발과 불펜에서 전천후 활약을 하고 있는 양창섭은 150km를 찍는 포심과 140km대 중반을 오가는 투심, 체인지업, 커브, 슬라이더, 포크 등 다양한 구종을 앞세워 타자를 상대할 수 있는 투수로 변신했다. 그 결과가 이날 보여준 9이닝 102구만의 1피안타 완봉승이었다. 이날 완봉승으로 9년여의 시간동안 자고 있던 자신의 잠재력을 만개시킨 양창섭의 본격적인 성공시대가 열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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