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부른 10만원 대리기사, 7억짜리 ‘한국오픈 신화’ 됐다”…양지호, 한국오픈 사상 최초 ‘예선 통과자 우승’ 대기록
5년 시드 확보해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
“11월 출생 예정 ‘무럭이’에게 당당한 아빠 될 것”

# 포기하려던 순간, 아내가 밀어준 등
한국오픈 골프선수권대회 역사상 최초로 '추가예선 통과자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운 양지호의 눈시울이 다시 붉어졌다.
양지호는 24일 충남 천안시 우정힐스CC(파71)에서 끝난 코오롱 제68회 한국오픈에서 우승했다. 그것도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이어서 기쁨은 배가 됐다.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그는 체력과 정신력이 모두 바닥난 상태였다. 지난 11일 열린 한국오픈 최종 예선을 치르기 전에 전남 영암에서 열렸던 KPGA파운더스컵에 출전해 힘든 경기를 치렀기 때문이다.
양지호는 “예선 치르기 전 주에 열렸던 KPGA파운더스컵에서 마지막 챔피언조로 나가 17위로 마쳤다. 용인 집까지 운전해서 가는데 4시간이나 걸리는 상황이었다. 다음 날 바로 한국오픈 예선이 있었는데, 정말 너무 지쳐서 이번 주는 그냥 한 주 쉬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포기하려던 그를 붙잡은 건 다름 아닌 아내 김유정씨였다. 지친 남편을 위해 아내는 군말 없이 대리기사를 불렀고, 차 뒷자리에서 휴식을 취한 채 용인에서 대회장인 강원도 춘천 라비에벨 듄스코스까지 이동한 양지호는 예선전을 무난히 치를 수 있었다.
그는 “아내가 그 때 대리기사를 안 불러줬더라면 지금의 저는 이곳에 없었을 것이다”고 우승 공을 현재 임신중인 아내에게 돌렸다. 10만 원의 대리비는 양지호에게 7억 원의 우승 상금(특별 보너스 2억 원 포함), 5년간 KPGA투어 시드와 2년간 아시안투어 시드, 그리고 올 디오픈 출전권이라는 두둑한 전리품으로 돌아왔다.
# "이제 정말 발 뻗고 잘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번 대회에서 양지호는 첫날부터 선두를 지키는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달성했다. 까다롭기로 악명 높은 우정힐스CC에서 거둔 쾌거였지만, 그 왕관의 무게는 상상 이상으로 무거웠다.
무너져서는 안 된다는 압박감에 마인드 컨트롤을 하느라 웃음기마저 잃었다. 아침밥은 입에도 대지 못했고, 온종일 바나나만 씹으며 버텼다. 1번 홀에서 보기를 범했을 때는 가슴이 철렁하기도 했다. 하지만 통산 두 번째 우승인 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 때 캐디로 내조했던 아내의 ‘욕심내지 말고 끊어가자’는 조언을 떠올리며 라인을 단순하게 보고 묵묵히 샷을 이어갔다.
마지막 샷을 성공시킨 순간, 동료들의 쏟아지는 축하의 물세례 속에서 참았던 눈물이 터졌다. 원래 눈물이 없는 편이라는 그는 “결혼할 때와 이번에 우승할 때 딱 두 번 울었다”며 수줍게 웃었다.
이어 “대회가 끝났으니 이제 정말 마음 편하게 잘 수 있을 것 같다”는 그의 말에서 그동안의 중압감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 간절했던 하루하루, 이제는 '아빠' 이름으로
이번 우승은 양지호의 골프 인생뿐만 아니라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도 큰 전환점이 됐다. 시드 유지를 장담할 수 없을 정도의 부진을 털어내고 5년간 시드를 보장 받았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한 셈이다.
양지호는 “저희 같은 선수들은 하루하루 대회에 출전할 수 있을지 항상 간절하다”며 “늘 불안함이 있었는데, 이제는 조금 더 장기적으로 제 골프 인생을 계획할 수 있게 됐다”고 안도했다.
무엇보다 기쁜 것은 오는 11월에 태어날 예정인 무럭이(태명)에게 당당한 아빠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으로서 냉정하게 고민하겠지만, 기회가 온다면 어디든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이제 골프는 아내와 아이를 책임지는 제 삶 그 자체다”고 가장으로서 의연함을 내보였다.
이번 대회로 받은 귀한 상금의 사용처를 묻자, 그는 영락없는 '예비 아빠'와 '남편'의 모습을 보였다.
양지호는 “상금은 우선 잘 저축해서 곧 태어날 아이 뒷바라지하는 데 쓸 생각”이라며 “그리고 아내가 지금 집이 조금 좁다고 은근히 눈치를 주더라(웃음). 이번 우승 상금이 좋은 자금이 되어서 넓은 집으로 이사도 하고 싶다. 아내에게 멋지게 보답할 것이다”는 뜻을 밝혔다.
천안(충남)=정대균골프선임기자(golf5601@kmib.co.kr)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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