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세상]사장 추천위원회는 방송주권의 시험대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명예교수 2026. 5. 24.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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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지난 15일, 방송법 제20조를 위반해 사장추천위원회(사추위)를 설치·운영하지 않은 YTN과 연합뉴스TV에 시정명령을 내렸다. 현행 방송법은 여론 형성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보도전문편성 사업자에 대해 노사 합의를 통한 사추위 구성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 제도의 핵심적 입법 취지는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으로부터 보도채널을 독립시켜 방송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보도전문채널은 국민의 의사결정에 직결되는 뉴스와 시사 보도만을 전담하기 때문에 공영방송에 준하는 사회적 책임이 요구된다. 따라서 사장 선임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특정 대주주의 자의적인 판단으로 사장을 선임하지 못하도록 소유와 경영 간에 방어벽을 세운 것이다.

특히 교섭대표 노동조합과 사측의 합의로 사추위를 구성하도록 명시한 것은, 지배주주가 보도 내용까지 관여하는 것을 막고 아이템 선정이나 취재·보도 과정에서 현장 언론인들의 의견이 충실하게 반영되도록 하려는 의미다. 사장 선임 단계부터 내부 구성원들의 동의와 검증을 통해 뽑음으로써, 보도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높이려는 목적이다. 궁극적으로는 뉴스의 사유화를 방지하고, 시청자들에게 왜곡되지 않은 공정한 뉴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방송의 공적 책무를 완수하기 위한 장치다.

그러나 연합뉴스TV는 노사 간 합의안을 도출하는 진전을 보인 반면, YTN은 이견을 좁히지 못했을 뿐 아니라 YTN 이사회가 해당 법 조항에 대해 위헌성을 제기하며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YTN 이사회는 사추위 구성을 의무화한 것이 주주들의 권리와 지배주주의 책임경영 권한을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종합편성채널 등 오락과 교양을 함께 수행하는 다른 민영방송사와 다르게 유독 보도전문채널에만 사추위 구성을 의무화한 것은 법적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강변한다. 하지만 대주주가 일방적으로 선임한 사장들이 권력과 자본 앞에 얼마나 굴종했는지는 YTN 스스로가 생생하게 증명하고 있다.

우리는 방송의 자유가 가진 본질과 헌법적 원리를 되짚어보아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방송의 자유는 주관적인 자유권으로서의 특성을 가질 뿐 아니라, 다양한 정보와 견해의 교환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민주주의의 존립과 발전을 위한 기초가 되는 언론 자유의 실질적 보장에 기여한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판시했다. 국민의 알권리와 민주적 의사 형성을 실현하기 위한 ‘제도적 자유’라는 성격을 가진다는 의미다. 따라서 입법자는 공정한 여론 형성, 정치적 독립성 확보를 위해 방송 제도를 규율할 수 있는 정당한 입법 형성권을 지니며,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 공정성을 지키려는 사추위 의무화 역시 이러한 헌법적 원리에 기반하고 있다.

결국 방송의 자유는 방송 소유주의 사적 권리가 아니라, 민주적 여론 형성을 위해 국민의 방송주권을 위임받아 행사하는 공적 자유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보도전문채널을 방미통위의 승인을 거쳐 운영하도록 한 것 역시 방송주권을 법적으로 위임하는 절차로 볼 수 있다. 방송사는 이러한 방송주권을 실현하는 제도적 기관이며, 그 책임은 방송 자본이 아니라 방송사업자에게 위임되어 있다. 따라서 사추위를 단순히 노사 양측의 추천만으로 구성하는 것은 그 입법 취지를 온전히 구현하기에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 내부의 노사 합의를 넘어 시청자위원회나 학계, 시민사회 등 외부의 다원적이고 공익적인 목소리가 사장 추천 과정에 제도적으로 반영되는 사회적 숙의 구조를 갖출 필요가 있다.

사추위 구성과 운영은 보도전문채널이 비록 민간 소유라 하더라도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통해 국민의 방송주권을 실현하게 할지 아니면 허울뿐인 제도에 그칠지를 가르는 중요한 시험대다.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명예교수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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