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왜 여성은 AI를 덜 사용할까
인공지능(AI) 시대에 여성이 남성보다 생성형 AI를 덜 쓴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옥스퍼드대 인터넷연구소 연구진이 영국 과학혁신기술부의 조사 자료(영국 성인 약 8000명 대상)를 분석한 결과, 생성형 AI 사용에서 5.3%의 성별 격차가 나타났다. 흥미로운 것은 AI의 사회적 위험을 걱정하는 집단에서 이 격차가 더욱 커진다는 사실이다. 가장 큰 격차는 정신건강 위험을 우려하면서 동시에 AI 활용 역량이 높은 이들에게서 나타났는데 성별 격차가 무려 45.3%에 달했다. 업무 목적 사용에서는 29.4%로 줄었지만 여전히 상당한 수준이다.
연령과 성별에 따라 생성형 AI 사용 빈도를 예측한 결과도 주목할 만하다. 모든 연령대에서 AI 위험 인식은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영향을 미쳤고 여성의 생성형 AI 사용 빈도를 낮추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특히 18~35세 여성에게 AI 위험 인식은 두 번째로 중요한 변수였지만 같은 나이의 남성에게는 여섯 번째에 불과했다는 점이 매우 의미심장하다.
과연 남의 나라 이야기일 뿐일까. 여러 국내외 조사에서 한국은 AI 수용도가 매우 높고 우려보다 기대가 큰 국가로 나타난다. 그러나 2025년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AI 활용률은 남성이 55.1%로 47.7%인 여성보다 높다. 평균적인 성별 격차는 7.4%이지만 위험 인식에 따라 격차가 더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2024년 전국적 규모의 딥페이크 성범죄 사건이 일어났고, AI 기술이 확산되기 전부터 이미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의 대다수가 10~20대 여성이었던 사회 현실을 떠올리면 그 가능성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더 중요한 이야기는 이다음이다. 옥스퍼드대 인터넷연구소가 실제 데이터를 바탕으로 가상의 개입 효과를 분석한 결과가 아주 흥미롭다. 디지털 활용 역량을 높이자 젊은 세대의 성별 격차는 오히려 더 확대됐다. 반면 AI의 사회적 영향을 더 긍정적으로 인식하게 하자 여성들의 AI 사용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늘었고 결과적으로 성별 격차도 줄어들었다. 즉 더 많은 여성들이 AI를 활용하게 하려면 사용법을 가르치는 것보다 AI 기술을 신뢰할 수 있게 만드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오해하지 않기를 바란다. 여성들이 AI를 지나치게 비관하고 있다는 뜻이 아니다. 생성형 AI가 정신건강과 안전, 프라이버시, 환경, 노동시장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AI에 대한 안전감은 ‘두려워하지 말라’는 말이 아닌, 디지털 성범죄를 단호하게 처벌하는 사법부의 판결이 쌓이며 만들어진다. 여성들의 위험 인식이 기술 도입의 ‘장애물’로 인식되어서도 안 된다. AI에 대한 윤리의식과 사회적 책임감은 오히려 ‘모두의 AI’ 시대에 반드시 필요한 역량이자 AI 산업의 중요한 동력이다.
마지막으로 옥스퍼드대 인터넷연구소의 우려를 전하고 싶다. 문제는 AI를 덜 쓰는 여성이 아니라 AI를 너무 많이 쓰는 남성이다. AI 관련 규범과 제도가 아직 자리 잡지 않은 시기에 젊은 남성 중심으로 AI가 사용되면 데이터 편향뿐 아니라 고용의 성별 격차가 강화될 수 있고 나아가 AI 기술 발전 방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AI 활용의 성평등에 AI의 미래가 달려 있다.

임소연 동아대 융합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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