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했던 ‘드랍 더 볼’, 캡틴 박해민의 ‘한 방’으로 끝냈다 “무조건 이기고 싶었다, 주자 2명만 깔아달라고 했다”

9회말 2사 1, 2루. 볼카운트 1B-2S. 시속 150㎞ 강속구 공세에 끈질기게 버텨내던 LG 주장 박해민의 방망이가 ‘딱’ 하는 소리를 냈다. 경쾌하게 날아간 타구가 잠실 구장 오른 담장을 그대로 넘었다. 설마하던 상황, 박해민이 생애 첫 끝내기 홈런을 터뜨리며 또 한편의 드라마를 썼다.
24일 잠실 키움전, LG가 박해민의 끝내기 3점포로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3-4, 1점 차로 뒤진 채 9회말을 맞이했다. 키움 마무리 가나쿠보 유토의 구위에 밀려 빠르게 아웃 카운트 2개가 올라갔다. 2사 후 대타 이재원의 초구 타격마저 구위에 밀려 그저 높이 뜨고 말았다. 타자 이재원마저 맞는 순간 고개를 떨굴만큼 아웃이 확실해 보였던 타구, 그러나 믿기 어려운 일이 벌어졌다. 내외야 사이 갇힌 공을 키움 2루수 서건창, 중견수 박수종, 우익수 박주홍이 몰려 들었다. 공이 다 떨어질 때쯤 서건창이 달려드는 박수종을 피해 주저 앉았는데, 박수종은 그대로 공을 지나치고 말았다. 박주홍이 공을 주워 2루로 뿌렸지만 이미 한참 늦었다. 진작 끝났어야 할 경기가 2사 2루, 안타 하나면 동점이 되는 상황으로 돌변했다.
마운드 위 유토의 멘털이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후속 홍창기를 상대로 1B-2S 유리한 카운트를 잡고도 스트라이크 하나를 잡지 못했다. 연속 볼 3개를 던지고 말았다. 그리고 박해민이, 불과 몇 분전 만 해도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경기를 끝냈다. 박해민의 시즌 1호 홈런, 그리고 데뷔 후 첫 끝내기 홈런이었다.
동료들의 물세례에 유니폼이 흠뻑 젖은 박해민은 취재진과 만나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사실 치고 난 뒤에도 잘 몰랐다. 넘어갈 거 같다는 생각은 했고, 더그아웃 보면서 마저 베이스를 돌긴 했는데 사실 제대로 밟았는지도 모르겠다”고 웃었다.
끝내기 스리런이라는 결과야 당연히 생각을 못했지만, 박해민은 9회 마지막 공격에 들어가기 전부터 ‘기회가 된다면 내가 끝내겠다’고 마음을 다졌다. 앞서 타석에 들어설 후배들을 향해서도 이닝 시작 전 “주자 2명만 깔아달라”고 말을 했다. 주자 2명만 살아 나가면 박해민까지 타석에 들어갈 수 있었다. 앞선 네 타석에서 모두 아웃을 당했던 터라, 만회할 마지막 기회가 특히 더 간절했다. 7번부터 시작한 이닝, 2번 박해민이 이닝 시작부터 방망이를 돌리며 그 기회를 준비했다.

그렇게 거짓말처럼 주자 2명을 두고 타석에 들어섰고, 유토의 7구 시속 154㎞ 몸쪽 꽉찬 직구를 잡아당겼다. 박해민은 “유토가 앞선 타자들에게 던지는 걸 계속 봤다. 변화구를 하나도 안 던지더라. 그래서 무조건 직구 하나만 쳐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해민의 말처럼 유토는 박해민 전까지 네 타자를 상대로 21구 연속 직구를 던졌다. 그만큼 이날 직구 구위가 좋았다. 어이 없는 콜 플레이 미스가 아니었다면 직구 하나로도 아웃 카운트 3개를 잡아내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안 나오던 유토의 변화구가 박해민을 상대로 3구째 갑자기 나왔다. 예상 못한 포크볼에 박해민의 방망이가 헛돌았다. 타자 입장에서 머리가 복잡해질 수밖에 없었다. 볼 카운트 1B-2S, 직구를 쳐내기도 쉽지 않은데 포크볼이라는 변수까지 생각하면 도저히 답이 보이지 않았다.
박해민은 “헛스윙을 하고 난 뒤에 변화구에 대한 이미지를 아예 버려버렸다. 계속 직구만 던지가다 변화구가 들어왔지만 보여주는 용도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결단은 내렸지만, 쉬운 선택은 아니었다. 만약에 유토가 한번 더 포크볼을 던졌다면 또 다시 방망이가 헛돌 수 있는, 리스크 있는 선택이었다.
박해민은 “변화구 들어오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야구는 어차피 확률 싸움이다. 직구를 이렇게 많이 던졌는데, 변화구가 잘 떨어져서 헛스윙 하면 어쩔 수 없다는 생각으로 들어간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LG는 박해민의 한 방으로 지난 5~6일 두산 상대 2연승 이후 모처럼 연승을 달렸다. 이날 NC에 패한 KT를 제치고 단독 2위로 올라섰다. 선두 삼성과 0.5경기 차 간격도 유지했다.

잠실 |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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