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년만에 백악관서 취임식한 워시 연준의장 … 통화정책 딜레마
트럼프는 금리인하 기대해
워시 "연준 개혁지향적으로"

4년 임기의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취임과 동시에 금리정책을 둘러싼 딜레마에 빠졌다. 이란전쟁발 인플레이션으로 연준 내 '매파'들 목소리가 커지는 국면이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금리 인하 기조와 상충되는 상황에 봉착한 것이다.
22일(현지시간) 워시 의장은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취임했다. 연준 의장이 백악관에서 취임 선서식을 한 것은 1987년 조시 W 부시 대통령 당시 앨런 그린스펀 의장 이후 처음이다. 이날 워시 의장은 "연준의 사명은 물가 안정과 최대 고용을 촉진하는 것"이라며 "이 같은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개혁지향적으로 연준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서식에서 "미국에서 워시만큼 연준을 이끄는 데 준비가 잘 된 사람이 없다"며 "워시 의장이 완전히 독립적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워시 의장을 향해 "나를 보지 마라. 누구도 보지 마라. 할 일을 하고 훌륭히 해내면 된다"고도 했다.
전임 연준 의장 제롬 파월을 겨냥해 노골적으로 금리인하를 압박하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지만 속내는 워시 의장이 알아서 금리인하 기조에 부응하길 기대하는 우회적 압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인플레이션을 멈추길 원하지만 위대함을 멈추길 원하는 것은 아니다"며 "경제가 붐하고 있을 때는 그냥 계속 붐하게 두면 된다"고 말했다.
워시 의장은 다음달 16~1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처음 주재하며 금리를 결정하게 된다. 시장은 90% 이상 금리 동결을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오는 12월까지 금리 인하는커녕 금리 인상 가능성이 현재 70%를 웃돌고 있다.
워시 의장으로선 당장 인플레이션 확산에 대응해야 하는 동시에 갈수록 '매파' 목소리가 커지는 연준 위원들과 맞닥뜨리게 됐다. 특히 그동안 친트럼프 인사로 분류됐던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독일 강연에서 "인플레이션이 곧 진정되지 않는다면 향후 금리인상 가능성을 더는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웠던 파월 전 의장도 이사로 금리 결정에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사실상 금리를 결정하는 7명의 연준 이사와 5명의 지역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 중 친트럼프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있는 인사는 워시 의장과 미셸 보먼 연준 부의장 정도다.
워시 의장은 청문회에서 자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꼭두각시'가 아니라며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강조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기조와 정반대되는 금리인상이 이뤄질 경우 거센 정치적 압박에 내몰릴 수도 있다.
[뉴욕 임성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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