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도 의사 지역편중… 인센티브로 해결중"
고지마 후히토 도쿄대 교수
지역 강제 배정은 정답 아냐
정교한 보조금으로 풀어야
노벨상 이론을 발전시켜서
'유연한 배정' 알고리즘 설계
지역별 정원 상한제 안에서
병원별 배정을 탄력적 조정
어린이집 배정방식도 개선

"경제학 연구의 궁극적 지표는 실제 사회 제도를 개선해 사람들이 불필요한 기회비용과 스트레스를 겪지 않고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있습니다."
고지마 후히토 도쿄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제학이 상아탑의 이론에 머물지 않고 현실의 삶을 바꾸는 실용적 도구가 돼야 한다고 믿는 학자다. 그는 최근 탁월한 연구 성과를 낸 경제학자에게 수여하는 '제17회 연세대 조락교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수상 직후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경제학을 매개로 사회 곳곳의 '비효율'과 '불편함'을 개선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2008년 미국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연구 여건이 뛰어난 스탠퍼드대 교수직을 마다하고 모국으로 돌아왔다. 도쿄대는 고지마 교수와 그의 아내에게 동시에 교수직을 제안하며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줬다.
고지마 교수는 2020년 도쿄대에 부임한 뒤 어린이집 배정, 전공의 배치, 학교 선택 등 일상 속 매칭 문제를 경제학으로 풀어내는 데 집중해왔다.
이 같은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2021년에는 만 45세 미만의 젊은 경제학자에게 수여하는 일본경제학회 나카하라상을 받았다.
일본 역시 한국처럼 의료 인력의 지역 편중 문제를 겪고 있다. 의사들이 도쿄와 오사카 등 대도시에 몰리면서 지방에서는 의사가 부족해지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09년부터 전국 47개 도도부현별로 전공의 배정 인원에 상한을 두는 '지역별 상한제'를 시행했다.
고지마 교수는 "현재 방식은 전공의의 희망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해 미스매치가 커지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그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앨빈 로스의 매칭 이론을 발전시켜 '유연한 보류 수락(Flexible Deferred Acceptance)' 알고리즘을 설계했다.
이는 전공의가 희망하는 병원과 병원이 원하는 전공의를 지역별 정원 상한을 준수하면서 최대한 연결하는 방식이다. 원래 배정될 수 있었던 전공의가 탈락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지역별 정원 상한 안에서 병원별로 배정을 탄력적으로 조정한다. 이를 통해 지방 병원은 필요한 인력을 확보하고, 전공의는 희망과 동떨어진 배정으로 인한 불만을 줄일 수 있다.
고지마 교수는 "의사들의 지역 선택에는 다양한 임상 경험을 쌓을 기회뿐 아니라 결혼·생활 여건, 자녀 교육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면서 "강제 배정보다는 보조금 등 인센티브를 정교하게 설계해 의사들이 자발적으로 지역을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가 연구한 어린이집 배정 문제도 매칭 알고리즘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고지마 교수는 부모들이 실제로 원하는 어린이집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합격 가능성이 큰 어린이집을 골라야 하는 구조를 문제로 봤다. 희망 순위에 따른 불필요한 눈치 싸움을 줄이도록 배정 방식을 개선했고, 이를 적용한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어린이집에 배정되지 못한 아동 수가 60% 이상 감소했다.
그가 어린이집 배정 문제를 연구하게 된 데는 자녀를 키우며 겪은 개인적 경험도 영향을 미쳤다. 고지마 교수는 "특정 어린이집을 1순위로 적었는지를 우선순위 기준으로 삼으면 부모들이 실제 선호와 다른 선택을 하게 된다"며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눈치싸움과 스트레스가 커진다"고 말했다.
그는 "결혼, 노동시장, 학교 입학 등은 모두 좋은 선택과 관련된 문제"라며 "사람들이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사회 제도를 설계하고 개선하는 것이 연구 목표"라고 밝혔다.
[김정범 기자 / 사진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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