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대응은 선택 아닌 의무”···유엔, ICJ 권고 재확인[정리뉴스]

오경민 기자 2026. 5. 24.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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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로이터연합뉴스

“세계 최고 법원이 결정했고, 오늘 유엔 총회가 응답했다.”

기후위기 대응은 각국의 ‘선택’이 아니라 국제사회가 함께 지켜야 할 ‘법적 의무’라는 메시지가 유엔 총회에서 다시 한번 확인됐다.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에서 국제사법재판소(ICJ)의 기후변화 권고적 의견을 환영하고 이행을 촉구하는 후속 결의안이 압도적 찬성으로 채택되자,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렇게 말했다.

유엔 총회는 찬성 141표, 반대 8표, 기권 28표로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한국은 바누아투 등 태평양 도서국과 함께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했다. 반대표를 던진 국가는 미국·사우디아라비아·러시아·이란·예멘·이스라엘·벨라루스·라이베리아 등 8개국이다.

지난해 7월 ICJ는 “파리협정 등 기후변화 조약 당사국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기후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며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을 경우 국제적 불법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내용의 권고적 의견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ICJ가 기후위기에 대해 내놓은 첫 판단이었다.

지난해 7월23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국제사법재판소(ICJ) 재판관들이 기후위기에 대한 국가의 의무에 관한 권고적 의견을 발표하기 위해 법정에 들어서고 있다. EPA연합뉴스

당시 ICJ는 기후변화 피해를 입은 국가가 기후 피해를 유발한 국가에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화석연료 생산·소비, 화석연료 탐사 허가, 화석연료 보조금 지급 등이 대표적인 국제적 불법 행위 사례로 거론됐다.

ICJ의 권고적 의견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국제법 해석과 국제 분쟁 해결에서 권위 있는 기준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번 유엔 총회 결의안 채택으로 기후위기 대응이 선택이 아닌 국가의 의무라는 국제사회의 메시지도 한층 힘을 얻게 됐다.

총회는 모든 유엔 회원국에 기후와 환경에 심각한 피해를 주지 않도록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해 파리협정 목표를 달성할 것을 재차 촉구했다. 또 기후변화 대응 의무를 위반한 국가는 ‘완전한 배상(full reparation)’ 책임을 질 수 있다는 점도 명시했다.

다만 초안에 포함됐던 ‘국제 피해 등록부’ 설치 조항 등은 최종안에서 빠졌다. 국제 피해 등록부는 각국의 기후 피해를 기록하고 향후 배상 청구의 근거로 활용될 수 있는 장치다. 화석연료의 ‘수치화된 단계적 퇴출’ 표현도 협상 과정에서 ‘전환 촉구’ 수준으로 완화됐다.

국제 환경단체들은 이번 결정을 일제히 환영했다. 기후 문제를 ICJ로 가져가는 캠페인을 벌여온 ‘기후변화에 맞서 싸우는 태평양 섬 학생들’(PISFCC)은 “기후 정의를 향한 역사적 순간”이라며 “ICJ 판결을 재확인했을 뿐 아니라, 다자주의와 글로벌 연대의 중요성 또한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린피스 인터내셔널의 레베카 뉴섬은 “각국 정부는 이 결의안을 구체적인 로드맵으로 전환해 화석 연료의 개발·생산·소비를 공정하게 단계적으로 폐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내 기후단체인 플랜 1.5도 논평을 내고 “한국이 이번 결의안에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하고 찬성표를 행사한 것은 중요한 선택”이라며 “그 의무에 부합하기 위해 정부는 ICJ 권고적 의견에 부합하는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을 통해 미래세대에 과중한 부담을 전가하지 않는 조기 감축경로를 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오경민 기자 5k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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